'들쥐' 중도 하차 부르는 패착, 서사는 미궁 연출은 과잉 [OTT리뷰]
2026. 08.29(토) 09:00
들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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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수년 동안 칩거하던 남자는 어느 날 자신의 신원을 증명할 모든 수단을 잃는다. 자신이 자신임을 증명해야 하는 아이러니 속, 남자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 닮은 들쥐가 나타난다. 왜 들쥐는 남자의 삶을 송두리째 뺏으려는 걸까. 정말 남자의 손톱을 먹은 들쥐가 사람이 된 걸까.

지난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연출 김홍선)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들쥐’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류준열)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그리고 형사 순용(이규형)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적 스릴러다.

작품은 ‘손톱 먹은 들쥐’ 설화를 차용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사라진 상황에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를 묘사한다. 극 초반부는 그 원초적인 공포를 켜켜이 쌓아 나가면서 몰입도를 만들어낸다. 정체불명의 들쥐가 단순히 문재의 재력을 노리는 줄 알았으나, 점차 그의 삶 자체를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본심이 드러나며 서사는 한층 복잡하고 흥미로워진다.

초반부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친절한 편은 아니지만, 만듦새와 더불어 적재적소에서 미스터리를 해소하며 어느 정도 시청자의 이해도를 돕는다. 덕분에 극 초반부는 복잡한 서사에도 흥미를 가지고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나 극이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서사의 뼈대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문재, 노자, 순용이라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각기 뻗어 나가던 이야기의 가지들이 다시 한 곳으로 엉키면서 전개의 난도가 급상승한다. 시청자들이 앞서 펼쳐진 복잡한 미스터리를 채 소화하기도 전에, 작품은 쉴 새 없이 새로운 갈등과 곁가지를 꼬아댄다.

반면 ‘진짜 나로서 사는 삶’이라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다루는 방식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등장 인물들의 입을 빌려 노골적으로 대사들을 반복해서 등장시키며 그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계속해서 메시지를 반복해 시청자들에게 이를 주입시키려는 듯한 뉘앙스가 묘한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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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메시지의 반복과 강조와 이야기의 난도가 엇박자가 나면서 중반부부터 몰입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작품의 메시지는 이야기의 이해, 몰입도에 이어 자연스럽게 뒤따라야 그 여운과 인상이 강하게 남기 마련인데, ‘들쥐’는 이 순서가 거꾸로 돼 있다 보니까 메시지도 이야기의 재미도 모두 잃는 모양새다.

마치 맥락맹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얽히고설킨 서사는 후반부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의 선택마저 공감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건의 근본적인 실체를 파악하기조차 벅찬 상황에서 문재, 노자, 순용이 내리는 각각의 극단적인 결단은 인물에 대한 당위성을 잃고 다소 뜬금없는 행보로 비친다. 여기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작위적인 전개와 들쥐의 숨겨진 서사조차 개연성 없는 극단적인 설정들로만 점철돼 있어 시청자의 피로감만 가중시킬 뿐이다.

극의 분위기를 압도하려는 듯한 과잉된 연출 역시 서사의 혼란과 맞물려 시청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필요 이상으로 잔혹하고 폭력적으로 그려진 장면들은 시각적인 자극을 넘어 정신적인 피로도를 높인다.

류준열의 섬세한 1인 2역, 극에 야생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설경구의 열연, 진실을 집요하게 쫓는 이규형의 묵직한 존재감 등 배우들의 연기력은 훌륭하다. 하지만 엉성한 개연성과 과잉된 연출 탓에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과 완벽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겉도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들쥐’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서사와 강압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으로 인해 초반의 날카로운 기세를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한 채 길을 잃는다. 1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끌고 가기에는 초반부의 흥미와 몰입도에 따라 완주 여부가 곧장 판가름 나는 최근의 시청 트렌드를 기민하게 읽어내지 못한 모양새다. 결국 시청자에게는 중도 하차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들쥐’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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