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음문석의 내일 [인터뷰]
2026. 08.04(화) 09:00
음문석
음문석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하루하루 꿈만 같은, 영광의 나날을 보낼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 그렇지만 영광에 도취되지 않고 더 중요한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적다. 그런 의미에서 끝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연기를 향한 치열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는, 배우 음문석의 내일은 더욱 찬란히 빛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달 15일 개봉된 ‘호프’(감독 나홍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79회 칸 영화제 초청작이다. 음문석은 극 중 모든 비극의 서막을 연 양배를 연기했다.

‘호프’ 개봉 이후 관객들을 놀라게 한 배우가 있다. 바로 음문석이다. ‘호프’ 서사의 원흉인 양배 캐릭터를, 처음엔 누구인지 못 알아볼 정도로 정말로 그 인물에 완벽히 녹아든 모습으로 소화한 음문석에게 호평이 쏟아졌다.

음문석과 ‘호프’의 만남은 오디션으로부터 시작됐다. 나홍진 감독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곡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영화의 배경지는 전라남도인데 몇몇 인물에게서 충청도 사투리가 들렸다는 음문석의 말에 나홍진 감독이 “어떻게 알았냐”고 반문하며 좋아했단다. 이에 오디션 대사도 충청도 사투리를 해달라는 나홍진 감독의 주문에 음문석은 곧바로 충청도 사투리로 극 중 양배의 첫 등장 신인 호포 경찰서에서 양배가 범석에게 괴물의 존재에 대해 말하는 장면을 시연했단다.

그때, 음문석은 마치 양배가 된 양 뒤에서 웃으며 지켜보고 있던 나홍진 감독의 모습에 순간 짜증이 났다고 했다.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범석에게 욱했던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나홍진 감독이 사전에 설명했던 양배의 설정도 음문석의 오디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음문석 씨가 생각하는 전 세계 나쁜 사람들 있잖아요. 그 사람들은 양배에 비하면 하수예요. 그 사람들은 잡혔지만, 양배는 안 잡혀요.”

그렇게 온전히 양배에 몰입해 오디션이 끝난 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음문석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음문석은 “그 연락을 받고 제 자리에서 난리 났다. 나홍진 감독님 작품에 나 음문석이 연기를 한다고? 대사까지 있는데? 너무 행복했다”라고 말하면서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발을 동동 구르면서까지 신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캐릭터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양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부터 난관이었다. 음문석은 “제가 여태까지 만났던 캐릭터 중 제일 힘들었다. 어떤 하나의 색깔이 없고, 복합적인 색깔이다. 답을 못 찾겠더라”라고 했다. 그런 음문석에게 힌트를 준 건 어린 조카였다. 음문석은 “조카가 쪽가위를 들고 웃으면서 입에 가져가려고 해서 누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뺏었다. 제가 양배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몰입하고 있었던 터라 그 모습이 순간 무섭더라”라고 했다.

음문석은 조카에게 얻은 힌트로 양배를 어린아이와 같은 인물로 설정했다. 그는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양배는 사회, 도덕관념이 있는 순간 걸린다. 아이가 뭐 한다고 해서 나쁜 아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배 집에 있는 마네킹과 박제는 어떻게 보면 양배의 시선에서는 장난감이다. 그곳은 양배의 놀이터다. 본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 놀이터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했다.

그 연장선상으로, 개봉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설전이 오간 후반부 클라이맥스 액션신에 이어 바로 이어지는 장면도 음문석은 양배는 어떤 의도도 없는 것으로 설정하고 연기했다. 누군가는 양배가 성기(조인성)를 질투해서 일부러 그를 차에서 떨어뜨렸다고 했지만, 음문석은 어떠한 의도도 배제한 채 연기했다. 스스로가 의도를 갖게 된 순간, 양배의 모호한 결이 흐트러질 거란 생각에서였다.

특수 치아 소품 역시 도움이 됐다. 특수 치아를 착용하고 촬영 한 달 전부터 적응 훈련을 했지만, 연기를 할 때 입 안이 말랐다. 가짜 치아이다 보니 물기가 없어 입술이 말려 올라갔다고. 이에 음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혀로 특수 치아를 훑었고, 이를 본 나홍진 감독이 더욱 디테일하게 요구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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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은 촬영이 끝나서도 음문석에게 늘 꿈만 같은 순간들을 선물해 줬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 칸영화제에 초청받고, 또 우리나라 거장 감독들이 자신의 연기에 감탄하는 그런 상황들이 그렇다.

마냥 설레는 순간들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서 음문석은 더욱 자신을 혹독하게 채찍질하며 균형을 잡고 있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부족한 점에 파고들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음문석이 지금의 영광에 도취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한 방법이었다. ‘’

그 이면에는 연기를 오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음문석은 “저는 연기를 오래 하고 싶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행해 봐야 경험과 노하우들이 쌓여 연기를 했을 때 좀 더 질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면서 어제 보다는 오늘이 그리고 오늘 보다는 내일이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모습을 보여줬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호프', 고스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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