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코리아’ 김민하가 낸 용기 [인터뷰]
2026. 07.12(일) 09:00
김민하
김민하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매 작품 스스로를 비워내고 채우는 여정 속에서 그는 마침내 자신을 보듬는 법을 배웠다. 한층 성숙해진 그는 마음 한구석을 시리게도, 또 따뜻하게도 만드는 눈빛으로 위로를 남겼다. 잔잔하지만 묵직한 이야기로 자신의 이름을 새길 배우 김민하의 이야기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하나 코리아’(감독 프레드릭 쇨베르)는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묵묵히 삶의 뿌리를 내려가는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가운데 김민하는 혜선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이날 김민하는 시간이 흐른 뒤 마주한 화면 속 자신의 모습에 낯설면서도 대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통 촬영 후 1~2년이 지나 결과물을 보게 되는데,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연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잘 버텼다’, ‘훌륭하게 성장했구나’ 싶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토록 인물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던 건 첫 만남부터 남달랐던 대본의 진정성 덕분이었다. 김민하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나레이션이 많아서 탈북민의 거대한 서사라기보다는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일기장이나 편지를 읽는 느낌이었다”라며 “귀가에 대고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듯한 이끌림이 굉장히 강력하게 다가왔다”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하나 코리아’는 탈북 후 국내에 정착한 한 인물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무거운 소재로 읽히기 쉽지만 김민하가 깊은 고뇌 끝에 찾아낸 작품의 진짜 본질은 특수성이 아닌 ‘보편성’에 있었다. 그는 “‘하나 코리아’의 서사는 비단 탈북민의 이야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짚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김민하

실화가 주는 무게감이 컸기에 고증 과정에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다. 김민하는 작품의 실제 주인공이자 간호사로 정착한 효린 씨의 생생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쌓아 올렸다. 그는 “미디어에서 흔히 보여주는 탈북민의 이미지가 있지만 알고 보면 문화와 언어는 조금 다를지언정 결국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이더라. 탈북민들의 인터뷰를 참고해 현실적인 인물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격앙된 감정을 걷어낸 영화의 담담한 시선처럼, 김민하 역시 담백한 연기를 지향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분이 간호사 준비를 할 때 디스크가 터질 때까지 공부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감히 그분의 아픔이나 힘든 과정을 가볍게 판단하려고 하지 않았다. 진짜 혜선이 돼 진실되게 표현하려 했다”라며 “실존 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해치고 싶지 않았고 모든 장면에 진심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내면의 감정을 절제하는 과정 못지않게 인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낯선 언어를 습득하는 것 또한 숙제였다. 김민하는 “양간도 사투리가 굉장히 세고 우리가 흔히 아는 북한 억양과 반대였다. 이 리듬을 흡수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면서 “이 사투리를 남한 말로 순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섞어 써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대사 사이사이 북한말이 툭 튀어나오게 되는 지점을 섬세하게 나누는 게 가장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치열한 연기적 고민은 캐릭터를 향한 깊은 애정으로 이어졌다. 김민하는 “말보다 몸과 기운으로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며 이겨내는 과정이 오히려 완벽하게 다가왔다. 그 묵묵함 안에 담긴 용기와 강인함을 배웠다”라며 캐릭터를 향한 깊은 존경을 표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김민하

혜선의 묵묵한 여정을 따라가며, 김민하 역시 한 인간으로서 깊은 성찰의 시간을 마주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거치며 매 순간 치열하게 버텨온 자신을 비로소 다독일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민하는 “생각해 보면 저 역시 매 순간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왜 한 번도 나를 칭찬해 주지 못했을까’ 싶더라. 이번 작품을 계기로 비로소 저 자신을 다독일 수 있게 됐다”라며 “치열한 도시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관객분들도 이 영화를 보시고 위로받으셨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배우 데뷔 이후 자신을 다독이는 법을 배우기까지 13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김민하는 세월의 무게를 의식하기보다 앞으로 채워나갈 미래에 집중했다. 그는 “배우의 길은 무궁무진하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라며 “그동안 철저히 절제된 내면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사랑스러운 매력이나 독기 어린 감정의 극단을 오가는 배역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그 신호탄이 될 차기작을 앞두고 김민하가 붙잡고 있는 것은 결국 '변하지 않는 중심'이다. 매 작품 인물을 비워내고 채워내며 성장해 온 그는 “2년 전 촬영 당시와 비교해 체력적인 변화는 있을지언정, 좋은 서사를 전하고 싶다는 신념은 여전하다”라며 “타인과 비교하며 조급해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며 맡는 역할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트리플픽쳐스]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한서율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김민하 | 하나 코리아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