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코리아' 김민하, 덤덤하게 그려낸 이방인의 고독 [씨네뷰]
2026. 07.08(수) 09:20
영화 하나 코리아 포스터
영화 하나 코리아 포스터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자유를 찾아 또 다른 내 나라를 찾았다. 같은 언어를 말하고 생김새도 다르지 않아 자연스레 섞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새로운 곳에 발을 붙이고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거의 상처와 절대 잊을 수 없는 고통은 그를 이 도시에서 고독하게 만들었다. 그는 언제쯤 진짜 한국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하나 코리아’(감독 프레드릭 쇨베르)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탈북 여성 혜선(김민하)이 끝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린 실화 모티브 아트버스터다. 덴마크 감독 프레드릭 쇨베르와 한국 제작진이 함께 완성한 이 작품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부문 관객상을 수상하며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이 작품은 제목과 소재만 놓고 보면 기존의 탈북민을 다룬 영화들이 보여줬던 자극적인 탈출 과정이나 분단국가의 비극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하나 코리아'는 전혀 다른 곳에 집중하며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다. 영화의 초반부는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발을 들이는 첫 순간과 이들이 한국의 낯선 문화와 사회 구조에 녹아들기 위해 거치는 과정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펼쳐 놓는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관객이 낯선 땅에 멈춰 선 인물들의 처지에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하는 단단한 징검다리가 된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김민하

중반부로 접어들면 '하나 코리아'는 본격적으로 이방인들이 마주하는 차가운 현실을 비춘다. 대한민국의 화려한 도시 풍경과 이와 대비되는 쓸쓸한 자연 풍경이 교차로 삽입되며 한국에서 온전히 섞이지 못하는 탈북민의 고독한 내면을 시각화한다. 자유와 꿈을 찾아 떠나왔음에도 여전히 북에 남겨둔 가족에게 발이 묶여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들의 애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백 마디 말보다 깊은 '침묵'을 통해 채운다.

'하나 코리아'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인물의 아픔과 역사 속 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깊게 파헤치며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선택한 삶이기에 그 누구의 탓이나 푸념도 늘어놓을 수 없는 먹먹한 처지를 묵묵히 응시한다. 남한의 평범한 또래들처럼 공부하고, 여행하고, 취미를 즐기는 삶을 포기한 채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신파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철저히 담백한 이방인의 시선을 유지하며 그들의 삶을 조명했기에 더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만약 이 영화가 지나치게 감정 과잉으로 흘러갔다면 기존의 뻔한 작품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침묵과 여백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묵묵히 응축해낸 덕분에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묵직한 서사를 완성했다. 억지로 심금을 울리려 하지 않기에 잔잔하게 스며드는 이들의 현실이 오히려 더 오래도록 긴 여운을 남긴다. 탈북민이라고 해서 모두가 천편일률적으로 우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듯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적응력과 삶을 마주하는 다양한 태도를 입체적으로 다룬 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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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

배우들의 열연 역시 영화의 분위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극 전체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김민하는 탈북민의 정착 과정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표현했다. 답답한 심경과 복잡한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눈빛, 그리고 장면 사이사이 묘하게 섞여 나오는 북한 사투리와 한국 표준어의 경계는 그 자체로 남한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는 이방인의 얼굴이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서사를 이끄는 그의 연기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안서현과 김주령이 가세해 극의 균형을 잡는다. 보미 역을 맡은 안서현은 다소 철부지 같으면서도 순간의 감정에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자칫 무겁고 늘어질 수 있는 흐름 중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반면 김주령은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엄마 같은 따뜻함을 전한다. 굳이 서로의 아픔을 들쑤시지 않으면서도 같은 눈물을 흘렸던 동지에 대해 묵묵한 위로를 건네는 그의 깊은 눈빛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하나 코리아'는 자극적인 스펙터클 대신 고독한 정착의 시간에 현미경을 댄 사려 깊은 작품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을 두드리는 작은 울림이 있다.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따뜻한 시선의 가치를 증명해 낸 올해의 발견이다.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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