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몽 꿨다" 고백한 배우들…파격·선정 1인극 '플리백', 韓 상륙 [종합] |
| 2026. 06.23(화) 1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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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플리백, 김주연 김히어라 김규남 |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연극 '플리백'이 국내 관객과 첫 만남을 가진다. 23일 오후 연극 '플리백'(연출 류주연) 프레스콜이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렸다. 배우 김히어라, 김주연, 김규남이 참석해 전막 시연에 나선 가섰고, 이길준 프로듀서, 류주연 연출이 질의응답에 참여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플리백'은 런던을 배경으로 26살 젊은 여성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극이다. '플리백(Fleabag)'은 영어권에서 오래전부터 쓰여온 표현으로 '지저분한 사람', '문제투성이', 혹은 '누추한 곳'을 뜻한다. 작품은 이 단어처럼 어딘가 망가지고 불완전한 한 여자의 삶을 통해 현대인이 안고 있는 외로움과 결핍, 관계의 균열을 들여다본다. 극은 2013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소개된 1인극으로, 그해 각종 상을 휩쓸며 2016년 BBC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성적 농담과 냉소, 파격적인 유머로 가득한 블랙코미디로 피비 윌러 브리지가 극본, 연출, 연기까지 맡아 1인극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국내 무대에서는 첫 선을 보인다. ◆ "선정적·자극적이지만 만국 공통의 이야기" 이길준 프로듀서는 5년 전 에든버러에서 처음 이 작품을 접했다. 그는 "작품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 꼭 한국에서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고 밝혔다. '넘버블록스' 등 어린이 콘텐츠를 주로 제작해온 그가 성인 공연으로 첫 발을 내딛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 프로듀서는 "원작자 피비는 에딘버러에서 작게 시작해 올리비에상과 에미상을 동시에 거머쥐었고, 이후 '인디아나 존스', '007 시리즈' 등에 발탁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인물"이라며 "그 작품이 가진 힘을 한국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은 작품 하나를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어린이 공연을 오래 하다가 처음으로 성인 공연을 시작하면서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류주연 연출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솔직함'을 꼽았다. 그는 "굉장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지는데, 무대 위에서 이렇게 내밀한 이야기를 관객과 나누는 경험이 한국에서는 드물었다"며 "밑바닥까지 드러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국 초연에서 원작을 얼마나 변형했느냐는 질문에는 "거의 그대로 했다"고 답했다. "사랑, 외로움, 서로가 전부라는 감정은 만국 공통"이라며 "선정적인 부분을 약화시키거나 감추지 않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류 연출은 젊은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건네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젊다는 건 좋은 것만이 아니다. 모든 것이 미흡하고 불안한 시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그런 젊은이들에게 '너 혼자가 아니야'라고 손을 내밀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며 각자의 외로움과 아픔에서 위로를 받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김주연·김히어라·김규남, 3人 3色 '플리백'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세 배우가 같은 대본을 놓고 각자 다른 무대 세트와 조명, 음향으로 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이다. LED 화면부터 조명 큐, 음향까지 모두 따로 디자인해 배우들 각각의 '플리백'을 완성했다. 류주연 연출은 "처음부터 세트를 따로 만들기로 한 건 아니었다"며 "1인극을 만들어가다 보니 각 배우의 생각과 색깔이 자연스럽게 드러났고,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설명했다. "세 배우의 무대를 동시에 연출하는 건 초유의 경험이었다. 너무 힘들었지만 너무 재미있었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김히어라는 빈 무대에 의자 하나만 두고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에 가장 충실했다. 카메라를 활용해 자신의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연출도 더했다. "유쾌하게 회피하는 척하다가 숨길 수 없는 진짜 표정이 드러나는 순간을 카메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김주연은 카페를 배경으로 소품을 적극 활용했다. "플리백이 가장 친한 친구에게 지난 나흘간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형식으로 구성했다"며 "소품을 사람에 비유하거나 다른 물건으로 대입하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원작과 가장 거리가 먼 무대라는 평가를 받지만, 드라마성이 가장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김규남은 두 선배 배우의 스타일을 절충했다. 여러 의자를 배치해 각각의 의자에 인물의 역할을 부여하고, 의자가 하나씩 쓰러질 때마다 플리백의 고독이 깊어지는 연출을 선택했다. "두 언니의 좋은 점을 반씩 가져와 제가 의지할 수 있는 무대를 꾸렸다"고 말했다. ◆ "허벅지 꼬집으며…" 선정적·자극적 대사, 그럼에도 '플리백'을 택한 이유 블랙코미디의 정수라 불리던 '플리백', 전막 시연에서는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살린 선정적인 대사와 장면들이 쏟아졌다. 무의미하거나 관객을 후킹하기 위한 장치가 아닌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요소들이었지만, 국내 관객들의 정서로는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면들도 등장했다. 세 배우 모두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의 충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주연은 "대본을 받고 악몽을 꾼 건 처음이었다. 내가 과연 이걸 하고 어떤 얼굴로 관객 앞에 서야 할지 상상조차 안 됐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는 "여성 1인극 코미디라는 형식 자체가 흔치 않다. 내 인생에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히어라는 "연습실에서조차 대사를 뱉으면서 허벅지를 꼬집으며 '이거 뱉을 수 있나'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 자체가 낯설고 부담스러웠다고도 전했다. 김규남은 "8~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데다 1인극이라는 부담이 너무 컸다"면서도 "대본을 읽으면서 깔깔 웃다가 '어떻게 이런 걸 할 수 있지'를 반복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는 걸 느꼈고 용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 3번 보면 3번 다 다르다…"자신만의 '플리백' 만나길" 류주연 연출은 "플리백을 본다면 세 번을 봐라"고 강조했다. "세 번을 보면 정말 다른 플리백을 만나게 된다. 1번, 2번, 3번의 플리백을 보고 나면 네 번째는 나 자신인 플리백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각자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히어라는 "실수와 상처, 자기 혐오까지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시선을 가져가시면 좋겠다"고 했고, 김규남은 "힘들고 거지 같은 생활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받아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주연은 "현대 사회에서 각자의 시련과 문제를 헤쳐나가기 어렵지만 외롭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플리백'은 오는 9월 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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