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법인세 승소의 아이러니, 1조 벌고 하청 자처한 글로벌 공룡 [엔터&비즈]
2026. 05.11(월) 08:00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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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넷플릭스 한국 법인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세금 불복 소송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두며 법인세 대부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K콘텐츠의 든든한 동반자를 자처하던 넷플릭스가 조세 부담을 줄이는 과정에서 넷플릭스코리아의 역할을 권한 없는 단순 보조 조직으로 한정 지었다는 점은, 그들이 강조해 온 상생의 가치와 대비되며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나진이)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이하 넷플릭스코리아)가 종로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법인(원천)세 등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넷플릭스코리아가 취소를 구한 세액 중 687억원을 취소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넷플릭스코리아의 손을 들어준 결정적인 근거는 콘텐츠 전송의 실질적인 주체가 한국이 아닌 해외 법인에 있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핵심 기능인 콘텐츠 저장과 전송을 네덜란드 법인인 NIBV가 전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한다고 보았다. 반면 넷플릭스코리아의 역할은 국내 플랫폼 운영이나 광고 같은 보조적이고 부수적인 활동에 그칠 뿐, 독립적으로 저작권을 행사해 수익을 창출하는 주체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넷플릭스코리아의 독특한 수수료 산정 구조도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플릭스코리아는 지난해 한국 시장 진출 9년 만에 1조 542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 중 약 81%에 달하는 8539억 원을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 명목으로 글로벌 본사에 송금했다. 넷플릭스코리아는 수익에서 이 비용을 제외한 뒤 일정한 영업이익(지난해 203억 원)만 보장받는 구조다. 재판부는 이러한 방식이 본사가 일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정상적인 이전가격 정책에 가깝다며 법적 정당성을 인정했다.

물론 넷플릭스코리아가 모든 쟁점에서 완승을 거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코리아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망에 설치한 캐시 서버인 OCA에 대해서는 한국 법인의 자산으로 보고 법인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넷플릭스코리아가 한국 내에서 실질적인 물리적 설비를 운영하며 수익을 얻고 있다는 점을 법원이 일부 인정한 대목이다. 하지만 전체 소송 금액에 비하면 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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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과 실적 지표를 나란히 놓고 보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수익 구조와 국내 과세 체계 사이의 간극이 여실히 드러난다. 넷플릭스코리아가 지난해 한국에 낸 법인세는 66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0.6% 수준에 불과하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절세라 할지라도, 외국계 기업 평균 법인세 비중이나 국내 기업들이 짊어지는 납세 부담과 비교하면 사회적 눈높이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넷플릭스 본사가 대외적으로 강조해 온 한국 법인의 위상과 법정에서 방어를 위해 내세운 논리 사이의 괴리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넷플릭스는 수조 원대 규모의 한국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히며 굳건한 파트너십을 내세워왔다. 그러나 거액의 세금 앞에서는 넷플릭스코리아를 본사 지시에 따르는 보조 조직으로 규정했다. 기업으로서 방어권을 행사한 합리적 선택이었을지라도, K콘텐츠 동반자라는 대외적 명분과 비교하면 다소 모순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 생태계 내에서의 형평성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압도적인 독주 체제를 굳힌 넷플릭스와 달리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들은 매출 감소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국내법에 따른 세금과 책임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플랫폼이 정교한 수익 배분 구조로 납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상황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줄 우려가 있다.

넷플릭스코리아 측은 본사를 대신해 멤버십을 재판매하는 역할에 따른 정상적인 영업이익이며, 수조 원의 투자로 국내 창작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한 공로는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승소 역시 철저하게 현행 법률과 조세 조약의 테두리 안에서 기업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은 결과다.

다만 법적인 승소 판결이 사회적 책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번 판결은 특정 기업의 일탈을 꼬집기보다는, 물리적 사업장 유무를 기준으로 하는 낡은 세법이 국경 없는 디지털 경제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계기다. 넷플릭스가 앞으로도 한국에서 진정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려면, 합법이라는 방패 뒤에 머물기보다 막대한 이익 창출에 걸맞은 사회적 기여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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