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나 카레니나' 알리나 체비크 연출, 인간을 쉽게 심판하는 사회에 대해 묻다 [인터뷰] |
| 2026. 03.20(금) 1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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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알리나 체비크 연출 |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 경계를 누가 정하는 걸까요." 러시아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를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정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간을 쉽게 판단하고 몰아붙이는 사회의 시선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기에, 오래된 고전이지만 현대에도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19세기 후반 러시아 귀족사회를 배경으로 사랑과 결혼, 가족 문제 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체비크 연출은 2018년 한국 초연, 이듬해 재연 이후 7년 만에 다시 국내 무대에 오르는 '안나 카레니나'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그는 "다시 서울에 오게 돼 기쁘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와 스태프, 배우들이 모두 매우 전문적이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즐겁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7년이라는 긴 공백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한 공연 제작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체비크 연출은 "한국에서는 극장 계약 등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며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시간이 흘렀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됐다"라며 "이번 시즌 역시 작품의 큰 틀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하며 미묘한 변화들이 생겼다"라고 귀띔했다. "같은 설명을 해도 배우마다 표현 방식이 다르다. 그 차이가 공연의 색을 조금씩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톨스토이의 장편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안나 카레니나'는 방대한 이야기를 압축해 무대에 올렸다. 체비크 연출은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가 있지만 뮤지컬에서는 안나와 브론스키의 관계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강조하는 핵심은 사랑 자체가 아니다. "남성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는 용서 받지만 여성이 했을 때는 용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 안나는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위해 그런 사회적 시선에 맞서게 되는 인물"이라며 작품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실수를 비난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부터는 안 되는지, 그 경계는 누가 정할까요?" 공연 속에는 '사람은 사람을 심판할 수 없고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는 성경 구절도 등장한다. 체비크 연출은 "요즘은 미디어와 SNS를 통해 누군가를 몰아붙이는 일이 쉽게 벌어진다, 이 작품이 그런 사회적 시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여성 연출가로 살아온 경험도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서도 연출은 남성의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현장에서도 여성이라 더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첫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무대에 올렸을 때를 회상하며 "당시 대부분의 기술 스태프가 남성이었고, 처음에는 어린 여자 연출가를 바라보는 의심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공연이 성공했을 때 '생각보다 잘하네'라는 표정을 봤던 것을 잊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체비크 연출은 러시아 뮤지컬의 특징에 대해 묻자 "미국 작품들과는 다르다. 러시아 관객들은 감정을 크게 움직이고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을 좋아한다. 울고 고민하고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 말이다"라고 짚으며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최근 국제 정세 속에서 러시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안나 카레니나'는 특정 국가만의 작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셰익스피어나 괴테의 작품처럼 인류의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정작 체비크 연출은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 안나라는 인물을 좋아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솔직히 처음에는 주인공이 너무 싫었습니다. 이 인물을 사람들이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수년 간 작품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며, 안나를 다른 시선으로 이해하게 됐다는 그다. 체비크 연출은 "시간이 지나면서 안나는 멀리 있는 인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있을 법한 사람처럼 느껴졌다"라며 이 작품을 단순한 비극적 로맨스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고만 보면 흔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너머를 보면 사회와 인간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라며 공연을 본 뒤, 한국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안나 카레니나'는 3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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