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스걸파’ 마스터가 가르쳐야 할 것은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12.29(수)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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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어찌되었든 서바이벌 방식으로 치뤄지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대중에게 한 번 더 인식될 기회를 놓고 벌이는 대결에서 ‘예쁜 경쟁’을 하기란 쉽지 않다. 동시에 예쁜 경쟁이 될 지, 유치한 경쟁이 될 지는 참여하는 이들 나름의 선택에 달린 것이란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Mnet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이하 ‘스걸파’)에서 파이널 무대를 앞두고 여고생 댄스 크루 ‘스퀴드’와 ‘클루씨’가 치열한 경합을 치렀다. 미션은 주어진 K-POP 곡을 각각 1절과 2절로 나누어 맡아 실력을 겨루는 방식이었는데 여기서 끊임없이 회자가 되고 있는 것은 스퀴드와 클루씨가 서로의 안무를 트레이드해야 했던 대목이다.

서로를 이겨야 하는 경쟁관계이니, 트레이드 부분의 안무는 상대방이 최대한 불리한 방향으로 주는 게 맞았다. 하지만 여기서의 불리함이란 어디까지나 본 승부의 본질을 지키는 선 안에서 생성되어야 하며, 오로지 서로를 끌어내리기 위해 악수에 악수를 더하는 식으로 한다면 승패와 상관없이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클루씨와 클루씨가 속한 팀 ‘라치카’가 처한 상황이 그러하다. 클루씨가 스퀴드에게 건넨 안무가 문제였다. 그들은 시간을 들여 짠 것이라고 했으나, 우선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마스터 중 하나의 말을 빌리자면 막춤으로 보아도 좋을 만큼 대강, 대충, 성의 없이, 관련 표현은 다 끌고 나와도 될 만큼 애매한 모양새의 안무였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장난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진짜 진지한 사투잖아요”

클루씨와 그녀들의 마스터인 라치카는 클루씨 특유의 장난끼 가득하고 재미있는 지점들을 춤으로 녹여낸 결과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 했지만,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투하는 마음으로 경쟁에 임하는 상대에겐 여간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온갖 의지를 불태우기도 모자란 시간에 안무 트레이드 구간에 마음의 발목이 잡히며 시작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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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결과는 한 팀을 제외한 모든 팀의 선택을 받은 클루씨의 완승. 그리고 클루씨의 무대는 완승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즉, 상대에게 굳이 그런 안무를 안겨주지 않았어도 충분히 자신들만의 실력으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크루였던 거다. 이 맥락은 앞서 그들이 자신들의 힘을 믿고 좀 더 좋은 경쟁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을 선사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니까 물불 안 가리고 경쟁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정도의 매너를 지키면서 배려하면서 경쟁을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근데 사실 우리의 바람인 거죠. 예쁜 경쟁을 했으면 좋겠는 게.”

경쟁은 승패를 가리기 위해 존재하니, 이 과정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계책을 영민하게 마련하는 일도 능력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 계책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에 기반을 두었을 경우에 한한다. 클루씨가 스퀴드를, 자신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겨룰 경쟁자이기 이전에 같은 꿈을 꾸며 오늘에 도달한 동료 댄스 크루로서 존중했다면 절대 넘지 못할 선이었다.

하지만 이는 클루씨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도 되는 거라고 그냥 넘어가주었던, 오히려 옹호해주었던 마스터 라치카의 잘못이자 실수다. 충분히 중간에서 조정해줄 수 있었고 중재해줄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스트릿댄스 우먼 파이터’라면 이렇게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테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스걸파’에 참여하는 댄서들이 대부분 흡수력이 민감하리만치 좋은 미성년자라는 데 있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이 아닌, 먼저 자신과 마찬가지로 절박하고 간절할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믿으며 더 예쁘고 좋은 경쟁을 선택하도록 이끌어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꽤나 강렬하여 평생이 지나도 잘 잊혀지지 않는 성격의 것들이다. 다시 말해, 그들의 댄서로서의 삶에 있어 하나의 방향성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스걸파’에 마스터들이 존재하는 이유인 동시에 그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책임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net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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