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쌓아올린 진정성에서 비롯된, 배우 ‘조한철’의 타이밍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1. 10.29(금) 09:30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사람의 진정성은 순간을 대하는 성실함이 쌓여 만들어진다. 매순간을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 분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얻는 영예라 할까. 살아가며 내면에서 혹은 외면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목소리들에 영향을 받는 우리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지켜내기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아서 성실하지 않고선 도저히 불가능한 까닭이다.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는 배우가 있다. 분명 주인공도 아닌데 작품에서 주어진 시간도 길지 않은데, 게다가 젊은 신인 배우도 아니고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얼굴이다. 그런데 유독, 그 작품에서, 캐릭터에서, 그 날따라 뇌리에 깊이 새겨지며, 새삼 이 배우가 연기력이 출중하다는 사실과 함께 여태 그래왔음을, 맡은 배역마다 그 크기와 상관없이 성실하게 채워 왔음을 깨닫는 것이다.

배우 ‘조한철’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왕년에 잘 나가는 가수였으나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딸과 함께 공진이란 바닷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딸바보 ‘오춘재’ 역을 맡았다. 본래 제 모습인 마냥 자연스럽게 구현해내는 조한철의 연기는 많은 이들의 애정 어린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해당 작품이 대중의 사랑을 얻는 데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지만 생각해보면 조한철은 이전에도 자신의 몫으로 할당된 배역에 있어서 모자란 적이 없었다. ‘빈센조’에서 약육강식의 세계관에 누구보다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천박한 인물의 대명사격인 ‘한승혁’을 연기할 때도, 어디까지 야비하고 비굴할 수 있는지 그 극치에 다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작품의 주제를 좀 더 선명하게 만드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새로이 시작한 작품 ‘지리산’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역할 ‘박일해’를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지리산 국립공원에 가면 어딘가에 있을 법한, 한번쯤 볼 법한 산악구조대원의 모습으로 찰지게 만들어, 그의 등장 만으로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실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특정 직업을 가진 인물들을 다루는 허구의 이야기에서 이만큼 든든한 지원군이 또 있을까.

주요 인물에 비해 다소 짧은 시간을 할애 받아도 대충 응하는 법이 없다.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드라마에도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는 일념으로, 자신이 구현해야 하는 인물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성실하게 대한다. 그래서 길지 않은 순간의 노출에도 해당 인물은 생명력을 얻고, 덕분에 작품은 구석구석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안정된 몰입도를 획득한다.

시청자들이, 대중이 이걸 모를 리 없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의 차이일 뿐, 반드시 해당 배우의 성실한 연기를 주목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때를 맞이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어떤 화제에 의하지 않은, 온전히 배우의 진정성이 만들어낸 타이밍일 터. 이후부터 배우는 배역의 이름이 아닌, 본연의 정체성이 실린 자신의 이름으로 기억되기 시작하는데, 배우 조한철이 현재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라 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빈센조’, ‘갯마을 차차차’, ‘지리산’]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키워드 : 조한철 | 지리산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