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성별, 나이, 직업, 성격, 생활환경 등 모든 것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때마다의 주제에 맞추어 출연하여 진행진과 대화를 나누는데, 놀랍게도 이 평범한 시간이 어느 유명 스타가 나온 프로그램에서 접하지 못할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여기에 제대로 매료되면 ‘유퀴즈'를 챙겨보지 않고는 못 배긴다.

지난 6일 방영한 ‘팔도 리포터’ 편에는 KBS1TV ‘6시 내고향’의 코너 ‘고향을 부탁해 오! 만보기’의 ‘이정용’과 EBS ‘한국기행’의 ‘다리오 조셉 리’, TBC ‘싱싱! 고향별곡’의 ‘한기웅’, 마지막으로 KBS2TV 생생정보의 코너 ‘이PD가 간다’의 ‘이PD’가 초대되었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유쾌한 추억을 나눠갖는 ‘리포터’다. 방문하는 장소와 만나는 대상은 제각기 다르지만 주로 고향이라 불리는 지역과 그 곳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어르신들을 만나며 직접 발로 다니고 온 몸으로 부대껴야만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맞닥뜨린 보통의 삶들에 포커스를 둔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

“주인공한테 함부로 하면 안 되잖아요”
즉, 이 리포터들이 진행하는 코너,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은, 그들이 여정 가운데 마주친 고향 어르신들 혹은 보통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쩌면 우리 부모의 부모일 수도 있고 친척일 수도 있으며 그리워하는 오랜 고향 친구일 수도 있다. 연예인이나 스타에 포커스를 두는 여타의 방송과 달리, 평범한,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네 삶 구석구석을 카메라로 정성스레 비추어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 인생의 어떤 순간도 더없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데, ‘싱싱! 고향별곡’의 리포터 한기웅이 들려준 한 대목이 그것의 적절한 예겠다. 마당에 유독 장작이 많이 쌓여 있거나 된장의 양이 많다면 그 집은 최근에 장례를 치렀을 가능성이 높다. 이 세상을 떠날 때를 직감한 어르신들이 홀로 남을 배우자를 위해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를 해놓고, 아내는 된장을 평소보다 넉넉히 만들어 두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풀어 놓으니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야말로 만나는 사람들의 삶을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리포터들만이 끌어낼 수 있는 묘미로, 이것의 효과는 상당하다. 덕분에 어르신들은 부족하다고 여겨 왔던 자신의 인생이 실은 꽤나 잘 살아온 것임을 재인식할 뿐만 아니라 애 많이 썼다며 스스로를 긍정하는 과정에 돌입하기까지 한다.


‘유퀴즈’ 또한 동일한 맥락에 위치한다. 인터뷰만 하러 다녔지 정작 본인들의 이야기는 잘 해본 적 없었을 리포터들을 초대하여 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주인공으로 만들고 모두가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게 했으니까. 이들은 유재석과 조세호 사이에 앉아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문득 생각했을 테다. 참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그로 인해 이러한 선물 같은 순간도 맞닥뜨린다며,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으리라.

보는 우리 또한 그들에게 몰입하여 외부의 어떤 기준이나 조건과 상관 없이, 다양한 인간 군상을 하나로 아우르는 공통의 진실인, 우리 모두 그저 온 힘을 다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만으로 박수를 보낸다. 이것이 얼마나 고된지는, 동일한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제일 잘 아니까. 어쩌면 우리 자신을 향한 응원과 격려의 박수이기도 한 것으로, 이렇게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매주 ‘유퀴즈’를 찾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공식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