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우리에겐 로맨스가 필요해 [윤지혜의 슬로우톡] |
| 2021. 10.07(목) 1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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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오롯한 로맨스가 드라마의 시간을 장악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유사한 구성과 방식을 취하고 이것이 답습되면서 대중은 서서히 따분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의사들이 나와도 연애만 하고 변호사들이 나와도 연애만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말 다한 셈이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 드라마는 그 판도가 바뀌어 있다. 표방하고 있는 장르적 특성이나 주인공의 존재 목적을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로맨스는 부수적 요소로서 활용할 뿐인 드라마가 대다수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우선 진부한 패턴의 사랑 타령을 그만 보고 싶어하는 대중의 감성이 다각적인 시도를 한 작품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면서, 드라마의 소재나 장르를 선정하는 데 있어 폭이 넓어진 결과다. 그렇다면 대중은 더 이상 순도 100%의 로맨스를 원하지 않는 걸까. 간과하지 말 것은 대중의 요구는 때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점이다. 강렬하고 대담한 이야기들은 온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흥미로운 대신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 팬데믹 이후 이미 실재적 삶에서 피로의 극치를 접하고 있는 사람들은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허구의 세계를 바라기 시작했는데 로맨스 장르만한 게 없는 거다.
요근래 남녀주인공의 로맨스를 주요 맥락으로 하고 있는 두 작품, tvN ’갯마을 차차차’와 ‘유미의 세포들’이 대중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여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본인에게 어떤 설정이 주어져 있는지와 상관없이, 아니 주어진 모든 설정을 기꺼이 활용하며 오로지 사랑하고 또 사랑받기 위해 존재한다. ‘갯마을 차차차’의 윤혜진(신민아)과 홍두식(김선호), ‘유미의 세포들’의 김유미(김고은)와 구웅(안보현)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연애에 돌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가장 황홀하면서 가장 불안정한 시기인 연애 초기의 장면들을 현실감 있게 보여 준다. 이를 경험한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으로 ‘유미의 세포들’의 어법을 빌려 말하자면 누구의 사랑세포든 깨어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알콩달콩하다. 몇 시간만 못봐도 보고 싶어 안달이 나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같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 하며 작은 일에 감동 받고 별 거 아닌 일에 섭섭함을 느끼는, 보통의 연애가 건네는 감정의 굽이굽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어느새 몰입하여 마음이 간질거리는 것이다. 보는 이들에게 어떤 특별한 정신적 노동을 요구하지 않고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감정까지 그저 만끽하게 할 뿐이니 그야말로 로맨스에 제대로 특화된 두 드라마라 하겠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편히 드라마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 몰두하여 현실에서 쌓인 피로감을 조금이나마, 아니 꽤 많이 덜어내고 있다. 사람들의 사랑세포를 일깨우는 로맨스 장르의 위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대중은 좀 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이야기를 접하고 싶었을 따름이지 더 이상 순도 100%의 로맨스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시의적절하게 등장하여 누구나 편히 맞닥뜨릴 수 있는 로맨스 드라마의 힘을 재인식시킨, ‘갯마을 차차차’와 ‘유미의 세포들’이 마지막까지 순항하길 바라 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갯마을 차차차’, ‘유미의 세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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