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나 혼자 산다'의 사과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나 혼자 산다'를 향한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상태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기안84에 대한 왕따 조장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지 벌써 2주째다. 하지만 여전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과 네이버TV 등엔 비난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13일 공개된 '기안이의 기묘한 여름방학 이야기' 편이다. '나 혼자 산다' 출연진 전현무, 박나래, 키 등은 앞서 기안84의 웹툰 마감을 기념하기 위한 '마감 샤워' 여행을 기획했던 바 있다. 기안84 역시 자신을 데리러 와준 전현무에 "박나래, 키, 성훈이 오는 걸로 알고 있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자리를 지킨 건 전현무 뿐이었다. 당황하는 기안84에 전현무는 민망했는지 "서프라이즈다"라고 했고, 기안84는 "이게 무슨 서프라이즈냐"라며 어이없어했다.

방송 이후 '나 혼자 산다'는 곧바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제작진과 출연진들 모두가 기안84를 따돌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한 것. 시청자들을 가장 분노케 한 건 설득력이 없는 여행 불참 사유였다. 출연진들은 연신 코로나19 탓을 대며 여행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스튜디오엔 전현무, 박나래, 기안84, 화사, 키, 박재정 등 총 6명의 출연진들이 모여있던 상황. 이들 앞에 서있을 스태프들의 수까지 생각하면 이는 핑계에 불과했다.


논란은 걷잡을 수없이 커졌지만 '나 혼자 산다'는 1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20일 방송에서도 아무런 언급은 없었다. 그러다 제작진은 방송이 끝난 새벽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현무, 기안 여름방학 이야기'를 보며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라며 슬그머니 공식 입장문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나 혼자 산다' 측은 멤버들 간의 불화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출연자들은 전혀 잘못이 없으니 출연자 개개인을 향한 인신공격은 삼가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방송이 아닌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그것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보지 않을 새벽에 사과문을 게재한 것이다. 때문에 이를 본 시청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게 사과문이냐. 자세한 상황 설명이 부족하다. 제작진이 논란의 요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늘(27일)로서 논란이 불거진 지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가울 뿐이다. 사과문에도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에는 '나 혼자 산다'가 앞서 벌인 여러 논란들에 있다. '나 혼자 산다'는 올해에만 '여은파 달력 논란' '남성 혐오 자막 논란' '박나래 성희롱 논란' '아이유 사칭 어그로 논란' 등 다양한 논란에 휩싸였지만 제대로 된 사과문은 단 한 번도 내놓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 혼자 산다'는 특급 게스트의 출연 등으로 시선을 끌며 논란을 어물쩍 넘기기 바빴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될 때마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는 조금씩 떨어져만 갔고, '골수팬' 층 역시 얇아져만 갔다.

이번에도 '나 혼자 산다'는 최근 '2020 도쿄 올림픽'으로 화제를 모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게스트로 섭외하며 관심을 돌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보이콧 선언이 일 정도로 '나 혼자 산다'의 이미지는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인 상태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이라도 시청자와 기안84를 향한 진심이 담긴 사과가 필요로 해 보이는 '나 혼자 산다'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나 혼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