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쿨’은 김명민이어서 가능하다 [윤지혜의 슬로우톡] |
| 2021. 05.23(일) 07: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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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JTBC ‘로스쿨’(연출 김석윤, 극본 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타이틀 ‘로스쿨’을 벗어나지 않는 완벽한 만듦새를 취한다. 물론 아직 진행되어야 할 이야기가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속단을 내릴 수 있는 까닭은, ‘로스쿨’의 구심점이 되어 주변 인물들 즉,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을 이끌고 갈 형법 교수 양종훈을 완벽하게 구현해내고 있는 배우, ‘김명민’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뭐 하나 좋게좋게 넘어가는 법 없고 원칙에 독하게 충실하여, 세상 저 혼자 살아가듯 하는 인물이다 보니, 양종훈은 윗선들, 그 중에서도 특히 법비(법을 악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무리)들에겐 꼴통이자 눈엣가시다. 덕분에 검사복도 일치감치 벗어야 했건만 그 순간에도 벗긴 힘에 굴복하는 게 아닌, 자신에게 닥친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 다신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겠다며 로스쿨행을 택했다. 어쩌면 상당히 비현실적인 이 인물로 인해 ‘로스쿨’은 자칫, 오늘의 우리가 보기에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곳곳에 묻어나는, 작위적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드라마가 될 뻔 했다. 즉, ‘로스쿨’의 명운은 드라마적 인물 양종훈이 얼마나 실재적 존재가 되는지에 달려 있었던 것. 그런 의미에서, 이미 ‘베토벤 바이러스’란 작품에서 유사한 인물 유형을 현실에 발 붙이는데 성공한 이력이 있는 배우 김명민이 맡았다는 게 신의 한 수였다. 허구의 인물 양종훈이 김명민을 통해 현실적인 무게감을 얻으면서, 그가 만들어내는 다소 연극적인 대목마저 ‘로스쿨’ 특유의 매력으로 납득시키고 있으니 말 다한 셈 아닌가. 그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동료 교수를 죽인 용의자로 피고인 신분이 되어 재판에 참석한 양종훈이, 본인의 무죄를 밝히기에도 모자랄 변론의 시간에 해당 재판을 참관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 것 마냥 법적 지식을 전달하는 장면이다. 심지어 제자를 변호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니 직업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사실 이는 드라마보다 연극 무대에 어울리는 연출이어서, 연극이 아닌 드라마 ‘로스쿨’을 시청하는 우리로서는 어색한 게 너무도 당연하나 흥미롭게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게다. 아니, 더 정확히 양종훈이라면, 오만해 보일 만큼 특출 난 자존감과 사명감을 갖춘 법조인인 그라면, 너무도 가능할 상황이라며 인물 특유의 성향이 낳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인다고 할까. 양종훈에게 완벽히 몰입했기에 가능한 반응으로, 김명민의 양종훈이 그럴 정도로 완벽하게 구현되었음을 의미한다. 주변 사람들이나 제자들이야 어떻게 되던, 제 신념이나 목적만 이루면 될 것 같은,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인물로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사람들에게, 제자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때로는 할 수 있는 한도 이상의 도움을 건넨다. 뿐만 아니라 로스쿨의 교수로서 제자들이 올바른 법조인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 본모습까지, 김명민이 섬세한 연기력으로 양종훈을 온전히 담아내 주니 ‘로스쿨’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매회 그의 활약 안에서 제대로 달성하고 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양종훈이 콩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믿을 만한 신뢰와 애정이 쌓여, 그의 대사가 아무리 길어져도, 그래서 혹여 현실성이 떨어질 뿐더러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해도 흔쾌히 넘어가줄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그저 ‘로스쿨’에서 진행되는 그의 수업이 끝까지 잘 완수되길 바랄 뿐이라서 작품으로서는 든든하기 그지 없는 뒷배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극의 중심에 든든히 서서 양종훈에게 묵직한 존재감과 영향력을 부여한 김명민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JTBC ‘로스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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