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봉에겐 불편했던 김다현 무대, 그곳은 ‘심사대’가 아니었다 [이슈&톡]
2026. 09.23(수) 16:40
심수봉, 김다현
심수봉, 김다현
심수봉, 김다현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가수 심수봉의 김다현 공개 비판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심수봉이 자신의 발언을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김다현에게 사과했지만, 논란이 벌어진 장소와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논란이 벌어진 곳은 특정 가수의 음악적 기준을 겨루는 경연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와 색깔의 트로트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객에게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는 ‘트로트 페스티벌’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전북 진안군에서 열린 ‘제10회 진안고원 트로트페스티벌’에는 심수봉과 김다현을 비롯해 이찬원, 장민호, 윤수현, 미스김 등 다양한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오랜 시간 트로트와 함께 해온 가수부터 새로운 세대의 가수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된 행사였다. 관객 역시 각자의 취향에 따라 보고 싶은 가수의 무대를 기다리며 공연장을 찾았을 터다.

그런 의미에서 김다현의 무대 역시 이 페스티벌이 관객에게 제공한 여러 선택지 중 하나였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는 김다현을 보기 위한 팬들이 상당수 자리했고, 김다현은 그런 팬들을 위해 자작곡 ‘까만백조’를 비롯해 ‘꽃처녀’ ‘칭찬고래’ ‘내가 로또야’ ‘굿샷’ ‘빵빵하게 살아보세’ 등 자신이 준비한 무대를 열정 가득 선사했다.

하지만 이후 심수봉은 무대에 올라 김다현의 무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는 아가씨인 것 같다” “노래 듣고 있으면서 내가 너무 힘이 들었다”고 말하더니, 주최 측을 향해선 앞으로 자신의 앞에 김다현을 세우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물론 아직 열일곱살에 불과한 김다현의 무대는 심수봉의 음악적 기준에서는 부족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심수봉의 음악적 판단이다. 누군가에게는 바로 그 무대가 먼 길을 찾아온 이유였을 수 있다. 더구나 김다현 팬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가 열심히 공연을 마친 뒤, 곧바로 대선배에게 공개적인 비판을 받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김다현은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중의 선택을 받아온 가수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최종 3위에 오르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꾸준히 활동하며 자신의 팬층을 넓혀왔다. 2009년생인 만큼 앞으로 경험하고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가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무대가 누군가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평가절하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축제는 심사대가 아니다. 관객이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가수를 선택하고 즐기는 자리다. 누군가는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노래로 추억을 되새기고, 또 누군가는 젊은 가수의 에너지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얻는다. 심수봉의 음악이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무대라면, 김다현의 무대를 기다린 관객에게는 그의 공연 역시 그만큼 소중한 시간일 수 있다. 서로 다른 세대와 색깔의 가수들을 한 무대에 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선배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기준으로 후배의 무대를 재단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음악적 색깔을 인정하고 조언하는 태도가 아닐까. 김다현에게 아직 부족한 점이 보였다면 그것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손녀뻘’ 후배에게 수많은 관객 앞에서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건네는 것보다, 그런 모습까지도 성장 과정으로 바라봐주는 것, 그것이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선배가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품격이었을지 모른다.

심수봉 역시 자신의 발언을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사과한 만큼, 이번 일이 세대와 음악적 색깔을 넘어 서로를 존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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