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은 되고 살빼조는 안되고…먹방 업계, 모호한 기준에 발만 ‘동동’ [TD취재기획]
2026. 09.22(화)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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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유튜브가 폭식이나 섭식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의 단속 기준을 강화하면서 먹방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일부 유튜버들의 채널 수익 창출이 정지되거나 수백 개의 영상이 대거 삭제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업계에서는 먹방 장르 전체로 규제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유튜브의 이번 제재는 단순히 ‘음식을 많이 먹는 행위(대식)’ 자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단속 기준에는 체중 노출이나 외모 비하는 물론 폭식·음식 은닉, 과도한 운동, 구토·약물 남용 및 이를 은폐하는 콘텐츠 전반이 포함된다. 제작자의 창작 의도와 무관하게 청소년이나 고위험군 시청자에게 섭식장애 및 폭식을 모방·조장할 위험이 있다면 단속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조치 이후 현장에서는 혼란을 줄이고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조성할 실효성 있는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티브이데일리는 이번 사태에 놓인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다이어트→자극적 폭식’ 직격탄…정보·서사 담긴 먹방은 ‘OK’

실제로 이번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다이어트나 섭식장애 극복기, 혹은 폭식 연출을 담았던 채널들이다. 구독자 10만 명의 유튜버 ‘미소’는 과거 다이어트 경험을 담은 영상 339개를 직접 삭제했고, 구독자 44만 명의 ‘살빼조’는 수익 창출이 중단돼 업로드를 일시 정지했다.

반면 서사와 정보가 담긴 일반적인 먹방 채널들은 여전히 규제망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즉, 많은 음식을 다루더라도 콘텐츠의 본질이 ‘정보 제공과 스토리’에 있다면 제재를 피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다량의 음식 리뷰나 쯔양과의 합방 장면이 담겼던 웹 예능 ‘할명수’ 측은 “따로 규제를 받거나 경고 메일을 받은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기존 방송 심의 기준에 맞춰 제작되던 TV 기반 프로그램들 역시 무덤덤한 반응이다. 단순히 많이 먹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음식 소개와 출연진 간의 대화 등으로 구성된 덕분이다. 대식(大食)과 미식을 함께 다루는 예능 ‘맛있는 녀석들’ 측은 “TV 방송과 유튜브를 함께 진행하지만 이미 방송 심의 기준에 맞춰 제작해 온 콘텐츠라 별다른 통보를 받지 않았다”라며 “제작 역시 기존 방식대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유튜브 가이드라인이 ‘음식 쌓아두기’나 ‘과도한 식사량 노출’ 등 시각적·외형적 요소까지 폭식 유발 기조로 감시하는 만큼, 대용량 먹방 자체가 가진 잠재적 위험성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음식을 쌓아두는 시각적 연출 자체가 폭식이나 섭식장애를 자극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단순 정보 제공이나 서사 중심의 콘텐츠라 할지라도 대용량 연출이 포함된다면 언제든 정책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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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자랑 썸네일 안 써요”…음식 늘어도 연출로 수위 조율

실제로 먹방 유튜버가 소속된 MCN 업계의 대응도 이 같은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무분별한 대식 연출 대신 식문화 소개나 일상적인 식사 경험에 집중하던 먹방 크리에이터들은 직접적인 제재를 면하며 비교적 안전한 지대에 머물고 있다.

유튜버 ‘먹샘’, ‘리비’, ‘츄베릅’, ‘파돌이’ 등이 속한 두호코퍼레이션의 대응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MCN 측은 별도의 전용 규정을 신설하기보다 기존 플랫폼 가이드라인 틀 안에서 영상 수위를 자율적으로 조율해 왔다. 동시에 유튜브의 제재 기조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정책 변화에 맞춰 내부 가이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먹샘’처럼 먹방 콘텐츠 속 서사 구조를 정교화하는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초반에는 소량으로 시작해 “조금 부족하다”라며 음식을 점차 추가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전체 영상 속 음식량이 많아지더라도 자극적인 폭식으로 비치지 않게끔 섬세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두호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당사 소속 푸드 크리에이터들은 섬네일은 물론 콘텐츠 역시 음식의 양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자극을 배제하고 서사의 흐름에 집중하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라며 “최근 정책 적용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필요할 경우 크리에이터 대상 안내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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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명확한 지침은 없어”…크리에이터·제작진 한목소리로 세부 기준 요구

플랫폼의 규정은 한층 강화됐지만, 구체적인 세부 지침이 전달되지 않아 현장의 혼선은 이어지고 있다. 유튜버들과 관련 제작진은 추상적인 판단 기준에 대해 한목소리로 아쉬움을 토로한다. 단순한 리뷰나 일상적인 식사 콘텐츠와 ‘폭식 조장’을 나누는 기준이 모호해 현장에서 명확한 제작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할명수' 측은 “아직 유튜브에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세부 규정이 명시되는 대로 맞춰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두호코퍼레이션 관계자 역시 “폭식이라는 단어 자체가 추상적이라 현장에서도 어디까지 ‘폭식 조장’으로 분류될지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라며 세부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먹방 장르 전체에 대한 철퇴라기보다, 섭식장애 유발 요소를 지닌 위험 콘텐츠를 솎아 내는 과정에서 생긴 진통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식’과 ‘위험한 폭식’을 가르는 기준이 알고리즘과 플랫폼 내부 판단에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선의의 창작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유튜브 측의 투명하고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먹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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