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박해일 "4년 만에 영화, 이 작품 하려 기다렸나 싶죠" [인터뷰]
2026. 09.18(금) 09:00
암살자(들) 박해일
암살자(들) 박해일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액션과 리액션의 세계, 연기가 바로 그렇다. 배역에 온전히 몰입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던 건, 함께 했던 동료들이 한 마음으로 호흡했기 때문이다. 배우 박해일이 1970년대 기자로서 진실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23일 개봉되는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박해일은 극 중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 재환을 연기했다.

박해일은 처음 ‘암살자(들)’ 제안을 받았을 때 호기심이 일었다. 영화 ‘덕혜옹주’ 이후 꼬박 10년 만에 허진호 감독이 다시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감사함과 동시에 과연 어떤 역할과 작품일지에 대한 궁금증을 느꼈다.

그렇게 ‘암살자(들)’의 시나리오를 읽은 박해일의 첫 감상은, “4년 만에 영화를 하게 됐는데 이 영화를 하기 위해 기다렸나 보다”였다. 박해일은 “허진호 감독님이 제안해 주신 거라 배우이자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기분이었다”고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1974년 8월 15일, 전국에 생중계된 영부인 저격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를 연기하기 위해 박해일이 가장 먼저 한 건, 시대의 구분을 없애는 것이다. 그 시대, 그리고 현재의 기자에 구별을 안 두고 싶었단다. 이에 박해일은 가장 보편적인 부분에 집중하려 했다. 그는 “나머지는 감독님의 영역에서 따라가 보자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해일은 영화 속 중요 무대 중 하나인 재환이 근무하는 신문사의 공간에 집중했다. 그는 “미술팀이 만들어 준 공간에서 계속 움직이면서 공간을 느껴보려고 했다. 재환이라는 인물은 그 공간에서 시작해서 감정이 폭발하지 않나. 신문사에서 가장 자연스려워 보이려는 노력이 가장 크게 기억 난다”고 했다.

신문사의 공간에 서있는 것 자체가 이질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려고 했던 이유는 관객들에게 자신이 연기한 인물이 기자임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박해일은 “기자라는 직종은 배우마다 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저는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매력적인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카테고리 별로 기자들이 존재하지 않나”면서 “동종의식이 느껴지는 게 배우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과 관객들이라는 존재 사이에서 우리도 감정의 동기를 전달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에서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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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적 특징만큼이나 박해일이 가져가야 했던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시대적 배경과 사건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사건을, 그것도 그 사건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인물을 연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대해 박해일은 “이 시대로 뛰어들어가는 기자 역할을 연기 해야 하다 보니 그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느껴야 하나 생각했다. 저에게는 작품이 네비게이션이었다”라고 했다.

박해일은 극 중 재환이 생중계로 영부인 총격 사건을 접한 뒤 후배 기자들에게 취재를 지시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신문사라는 공간과 동료 배우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신문사에서의 모든 공간, 작은 한 테이크나 모든 신들을 잘 해내고 싶었고 그 공간이 참 매력적이었다”며 “류혜영, 김대명, 배성우, 김기천 선배부터 검열직을 맡은 박훈 배우, 그리고 보조 출연자분들까지 각자 맡은 역할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큰 사건이 터졌을 때 기자들이 보여주는 직업적 본능을 화면에 담아내기 위한 현장의 고민도 덧붙였다. 그는 “큰 사건이 터져 기삿거리가 나타났을 때 집중해서 달려드는 느낌을 감독님이 만들고 싶어 하셨다”며 “사건 하나가 터져서 쭉 달려가는데, 여기에서 타격감 있고 속도감 있게 맞물려 가보자고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밥차에서 밥을 먹을 때조차 연대감이 좋았다는 그의 말에서 현장의 끈끈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후반부 자유언론실천선언문 낭독 장면은 박해일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현장의 동료들이 그 짐을 덜어주었다. 박해일은 “수십 명의 언론인들이 연대하는 상황에서 연설문을 외쳐야 했는데, 배우분들이 저와 똑같은 온도로 준비해 주고 계셨다”며 “단결된 힘이 느껴져 진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재환이라는 인물을 배려해 주고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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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배우들 덕분에 박해일은 복잡한 계산 대신 현장의 공기에 온전히 자신을 내맡길 수 있었다. 그는 “동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그대로 느껴보자고 생각했다. 흐름에 맡겨서 연기하다 보니 테이크도 많이 가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시대의 무게감 속에서도 억지스러운 톤 조절 대신 자연스러운 감정의 분출을 택한 박해일의 연기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결국 박해일과 허진호 감독이 기자를 통해 쫓고자 했던 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진실이라는 화두다. 박해일은 “진실이라는 말은 과거나 현재나 참 알기 어려운 것 같다. 시대적 공기 안에서 그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중요한 장치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쓰신 게 아닌가 싶다”며 “70년대의 역사지만 지금과 다를까 싶다. 과거나 지금이나 진실을 알아내는 건 어렵다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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