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곡 당 3000만 원"…부르는 게 값 K팝 안무비, 제작비 인플레에 기획사만 울상 [TD취재기획]
2026. 07.23(목) 11:00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우먼 파이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김진석 기자] K팝 퍼포먼스의 중요성이 커지며 안무가들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안무 비용을 두고 가요계 내부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제작비 폭등과 수익 악화를 호소하는 기획사 측과, 과거 열정페이 관행에서 벗어난 정당한 창작의 대가라고 주장하는 댄서계가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최근 K팝에서는 숏폼 플랫폼을 통한 댄스 챌린지가 신곡 홍보의 필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댄서가 창작한 안무는 이러한 댄스 챌린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유명 안무가와 작업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룹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핵심 홍보 포인트가 될 정도로 퍼포먼스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안무가가 기획한 퍼포먼스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지면서 이들의 위상도 180도 달라졌다. 과거 무대 뒤 백댄서라 불렸던 이들은 이제 댄서, 안무가, 안무팀, 디렉터라는 정식 명칭을 달고 앨범 흥행을 이끄는 주역으로 대우받고 있다.

하지만 이와 비례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안무 비용을 두고 가요계 내부에서는 파열음이 일고 있다. 기획사들은 앨범 제작 비용 폭등과 부대비용 요구에 따른 극심한 고충을 호소하는 반면, 댄서계는 과거의 열정페이 관행이 비로소 정상화된 것이며 이는 창작의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하며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1곡당 시안비 수천만 원에 체류비까지…기획사 “수익 낼 수 없는 구조”

가요 기획사 관계자들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흥행 이후 안무팀 비용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 A씨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 데이 페이로 15만 원 선이던 안무비는 현재 3곡당 30만 원 수준으로 올랐고, 행사 곡 수가 늘어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가중된다. 앨범 한 장을 발매하는 데 드는 전체 예산에서 안무비가 차지하는 파이가 커졌다는 중소 기획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A 씨는 “3년 전 곡당 500만 원 선이던 커버곡 안무비가 현재 1000만 원으로 단숨에 두 배나 뛰었다”고 했다.

레슨비나 출장비 등 비용 청구 항목이 전에 없이 세분화된 것도 기획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안무비에 모두 포함돼 있던 레슨비가 분리돼 횟수별로 별도 청구되거나, 해외 투어 시 일정이 없는 휴식일에도 기회비용 명목으로 체류비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기획사는 방송국으로부터 아티스트 1인분의 제한적인 출연료만 받는 상황에서, 쪼개지고 세분화된 스태프 비용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니 갈수록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댄서들의 한정된 수익 구조가 단가 인상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자리한다. 발매 이후 음원 수익을 지속적으로 배분받는 작곡가와 달리, 현행 제도상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는 안무가들은 초기 시안비를 최대한 높게 책정해 수익을 보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단장을 중심으로 뭉친 안무팀 특유의 수익 분배 방식 역시 단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타이틀곡 퍼포먼스를 만들기 위해 기획사는 리스크를 줄이고자 보통 세 군데 이상의 안무팀으로부터 시안을 의뢰한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 B씨에 따르면 유명 안무팀의 시안비는 3000만 원 선을 훌쩍 웃돌고 있으며, 세 곳에서 시안을 받을 경우 시안비로만 1억 원 가까운 뭉칫돈이 소요된다.

B씨는 “과거 50억 원이면 충분했던 아이돌 제작비가 이제는 500억 원 단위로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유명 안무가 팀뿐만 아니라 일반 팀들의 단가도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해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뮤직비디오 제작비 등 앨범 전반의 제작 단가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안무비의 급상승은 기획사 재정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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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계 “10년간 묶였던 열정페이의 정상화… 룰 어긴 적 없다”

그러나 기획사들의 이런 앓는 소리에 댄서계는 철저한 인식의 차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 업계 관계자 C씨는 안무를 일각에서 논란이 된 특정 스태프 비용 담합 사태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안무 제작은 단순히 춤을 짜는 것을 넘어 곡의 메시지를 시각화하고 카메라 워킹까지 계산하는 고도의 기획 작업이며, 영역마다 정해진 룰이 존재해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진출을 이유로 뜬금없이 추가금을 요구하거나 관행을 거스르는 일은 드물며, 오히려 기획사와 안무팀이 서로 배려하며 상도덕을 지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씨는 창작물에 대한 합당한 대가가 비로소 치러지고 있는 과정임을 강조하며 “안무의 중요성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수익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진 만큼, 기획사도 그에 맞는 투자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장의 변화이자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안무가 출신으로 현재는 한 가요 기획사에 몸담고 있는 D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D씨는 최근의 단가 인상 흐름에 대해 무려 10년 가까이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동결됐던 안무비가 댄서들의 대중적인 실력 검증과 함께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간 것이라고 짚었다. 과거 수많은 아이돌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댄서들의 이른바 열정페이 희생이 뒤따랐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뻥튀기 영업이나 배짱 장사 논란에 대해서도, 업계 내 시세가 뻔히 공유되는 만큼 터무니없는 단가 인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특히 D씨는 안무비가 단장 혼자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라 참여한 댄서들과 디렉터들에게 철저하고 정당하게 분배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대형 기획사가 시안비로 막대한 비용을 쓴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획사마다 예산에 맞춰 유동적으로 단가를 조율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분산 배치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반박하며, 최고급 단가를 업계 전체의 평균으로 일반화하는 것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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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체감 비용의 차이와 나아갈 길

양측의 평행선은 결국 비용 지출 방식에 따른 체감도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매달 진행비 명목으로 꾸준히 고정 지출돼 기획사가 상대적으로 무감각해지는 여타 부대비용과 달리, 안무비는 앨범 기획 초기 단계에서 수백, 수천만 원의 큰 목돈으로 한 번에 지불되기 때문에 기획사가 느끼는 압박감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안무 비용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도 업계는 나름의 현명한 자구책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 안무 저작권 협회가 공식 출범해 안무가들의 장기적인 권리와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으며, 이를 통해 향후 안무가들에게 러닝 개런티 형태의 수익 구조가 정착된다면 기획사의 초기 목돈 부담도 일정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사들 역시 무조건 비싼 유명팀만 고집하기보다는 인스타그램 등 SNS 검색을 통해 실력 있고 트렌디한 신예를 직접 발굴하는 데 발품을 팔고 있다. D씨 역시 한 팀에 무리하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기보다는, 철저하게 정해진 예산 안에서 여러 팀의 시안을 합리적으로 묶어 기획하는 것이 현명한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K팝의 글로벌 성공에 안무가들이 기여한 막대한 공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스태프들의 열정페이를 당연시하던 과거의 낡은 관행으로 회귀할 수도, 그렇다고 기획사의 허리가 휘는 과도한 제작비 청구를 방관할 수도 없다. 이제는 K팝 퍼포먼스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창작자의 가치를 온전히 존중하면서도, 양측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표준 단가와 상생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DB,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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