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네이션 독식…토종 공연 기획사 설 곳 없다 [가요공감]
2026. 07.16(목) 11:02
라이브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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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글로벌 공연 시장이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되며 K-팝 공연 산업 역시 외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성장이 과연 K-팝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이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토종 공연 기획사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브네이션은 공연 기획과 운영, 티켓 유통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요 영역을 연결하는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해왔다. 2010년 티켓마스터 인수 이후 공연장, 프로모션, 티켓 판매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대형 투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물론 이 같은 구조는 대규모 글로벌 공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공연 산업 내 영향력 쏠림과 경쟁 제한에 대한 우려도 낳았다. 공연장과 티켓 유통망을 동시에 확보한 사업자가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할 경우, 경쟁 사업자의 시장 접근성과 협상력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라이브네이션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반독점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2024년 독점 지위를 남용했다며 라이브네이션에 소송을 제기했던 미 법무부는 합의를 통해 원고에서 빠졌지만, 일부 주 정부들은 별도의 법적 절차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며, 지난 4월 연방배심원단은 라이브네이션의 반독점법 위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평결을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 구조 변화가 미국에만 국한된 논란이 아니라는 점이다. 라이브네이션의 영향력 확대는 국내 공연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은 2011년 한국 지사 설립 이후 공격적인 확장을 통해 사실상 주요 K-팝 아티스트들의 월드투어를 장악하다시피 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등 굵직한 가수들의 글로벌 투어의 상당수가 이곳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내 공연 기획사들이 담당하던 해외 공연 기획과 유통, 현지 프로모션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있고, 글로벌 진출 경로가 특정 업체 중심으로 집중되면서, 대안적 선택지가 제한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결국 국내 공연 기획사들은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동시에 갖춘 라이브네이션과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일부 기업은 협력 관계에 종속되거나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쟁 구도의 변화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기획사와 창의적인 기획이 공존하던 시장이 특정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다양성과 혁신성 또한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티켓마스터 세금(높은 티켓 수수료를 비판적으로 표현한 용어)’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높은 수수료 구조는 공연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북미 시장에서 공연 티켓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다이내믹 프라이싱과 결합되면서 가격 변동성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구조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K-팝 공연 역시 점점 더 ‘고가 소비’ 영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라이브네이션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렵다. 대형 공연장 확보와 글로벌 투어 운영 역량은 K-팝의 세계화에 기여해왔고, 이는 산업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그러나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그 대가는 결국 산업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협상력 약화, 수익 구조 왜곡, 그리고 생태계 붕괴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지금의 구조는 결코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반독점 소송과 규제 논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경고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수수료 제한이나 독점 계약 축소, 나아가 사업 분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한국 공연 산업 역시 더 이상 이 문제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 글로벌 확장의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적 종속을 방치할 경우, K-팝은 성장했지만 그 기반이 되는 산업은 오히려 약화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다. 특정 기업 중심의 구조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기획사들이 자생력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K-팝의 성공은 결국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는 ‘빈 껍데기 성장’에 그칠 수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라이브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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