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늙어도 IP는 늙지 않는다'…2026 상반기 K팝, 재결합의 시대 [상반기 결산 기획] |
| 2026. 07.06(월) 0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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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2026년 상반기 K팝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스타가 아니었다. 누가 더 높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는지, 어떤 신인이 등장했는지보다 업계가 주목한 것은 '검증 IP'였다. 과거 K팝 산업은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고 스타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시장은 이미 검증된 IP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또 하나의 성공 전략으로 떠올랐다. 사람은 나이를 먹지만 IP는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업계가 다시 한번 확인한 반년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재결합 IP의 귀환이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빅뱅은 다시 팀 이름을 걸고 무대에 올랐다. 지난 2006년 데뷔 이후 '거짓말' '하루하루' '마지막 인사'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이들은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에 출연하며 여전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오는 8월에는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9년 만의 단독 콘서트도 개최한다. 일반 예매 당일에는 약 21만 명의 이용자가 동시 접속하며 서버가 마비될 정도의 관심이 쏟아졌다. 현역 최정상 그룹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화력이었다. 씨야 역시 데뷔 20주년을 맞아 다시 뭉쳤다. 씨야는 지난 3월 선공개곡 '그럼에도, 우린'을 발표한 데 이어 4월 정규앨범 '퍼스트, 어게인'을 발매하며 15년 만에 완전체 활동을 재개했다. 프로젝트 그룹의 귀환도 이어졌다. 아이오아이는 데뷔 1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미니 3집 '아이오아이 : 루프'를 발표하고 9년 만에 재결합했다. 현재는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며 여전한 팬덤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워너원 역시 지난 4월 리얼리티 프로그램 '워너원고 : 백 투 베이스'를 통해 7년 만의 재결합을 공식화했다. 2세대 대표 걸그룹 시크릿도 12년 만에 돌아왔다. 기존 멤버 전효성과 정하나를 중심으로 새로운 멤버를 영입해 3인 체제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 데뷔한 클릭비는 데뷔 27주년을 맞아 오는 8월 단독 콘서트를 열고 무려 11년 만의 7인 완전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2019년 해체한 보이프렌드 역시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새 미니앨범 '보이저 6'를 발매하고 팬 콘서트를 개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IP의 귀환은 반드시 정식 컴백과 재결합 프로젝트의 형태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서인영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개과천선'을 통해 그룹 쥬얼리 완전체를 소환하며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박정아, 이지현, 서인영, 조민아, 하주연 한자리에 모여 과거 히트곡을 함께 부르고 추억을 나누는 모습은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오랜 시간 불화설과 활동 공백 등으로 완전체 재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이는 과거 방송사나 대형 기획사가 주도하던 재결합 프로젝트의 주도권이 아티스트 개인과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제는 하나의 유튜브 콘텐츠만으로도 과거 IP를 다시 소환하고 팬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IP의 확장은 완전체 재결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소녀시대 멤버 효연, 유리, 수영이 결성한 유닛 '효리수'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효리수'는 지난해 9월 효연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 내 페이크 다큐 콘텐츠 '가짜 김효연'을 통해 "데뷔 20주년 기념으로 새로운 보컬 유닛을 만들겠다"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공개된 콘텐츠마다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MBC '놀면 뭐하니?' 등에 출연하며 화제를 이어갔다. 자연스럽게 소녀시대와 태티서의 음악과 콘텐츠가 다시 소비되는 역주행 효과로도 이어졌다.
재결합 열풍의 배경에는 산업 구조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소속사 입장에서 인지도가 검증된 그룹을 활용하는 것은 신인 그룹 론칭 대비 리스크를 줄이고 마케팅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한 중견 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신인 아이돌의 시장 진입을 위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때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그룹은 효율적인 선택지"라며 "아티스트 역시 그룹 활동을 통해 개인 활동으로 쌓아온 인지도를 결집시키고, 완전체로서의 브랜드 가치와 팬덤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팬덤의 변화 역시 재결합 붐을 뒷받침했다. 과거 그룹을 소비했던 팬층은 이제 구매력을 갖춘 세대로 성장했다. 이들은 음반 구매와 콘서트 티켓 예매, 굿즈 소비 등에 있어서 실질적인 소비 주체로 자리 잡았다. 40대 여성 장모 씨는 자신이 팬이었던 1세대 아이돌 그룹의 재결합 콘서트와 멤버들의 개인 활동에 따른 티켓 구매를 망설이지 않는다. 장씨는 "추억을 소환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며 "값진 취미 활동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와 숏폼 플랫폼의 성장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무대 영상과 예능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활동 중단 이후에도 그룹의 생명력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실제로 젊은 세대 팬들이 과거 활동 영상을 통해 뒤늦게 '입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 역시 재결합 그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콘텐츠를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재결합 그룹이 국내를 넘어 해외 팬덤을 다시 결집시키고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물론 재결합이 모두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매출과 화제성, 공연 동원력 등 실질적인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요한 시각이다. 아이오아이는 재결합 이후 신곡 '갑자기'로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르며 재결합 모델이 가진 상업적 가치를 입증했지만, 이러한 성과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운 것 역시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올해 상반기 K팝 시장이 보여준 변화의 방향이다. 과거라면 해체와 함께 멈췄을 그룹의 시간이 이제는 다른 형태로 계속 흐르고 있다. 더 이상 K팝 산업의 경쟁은 누가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내느냐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가 더 강한 IP를 만들고, 그것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며 확장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2026년 상반기 K팝의 주인공은 스타가 아니었다. IP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지드래곤 SNS, 씨야엔터테인먼트, 스윙엔터테인먼트, 클릭비 공식 SNS, 유튜브 '개과천선 서인영', 효연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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