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수아비’ 이희준의 재발견 [인터뷰] |
| 2026. 05.28(목) 0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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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준 |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배우 이희준이 ‘허수아비’를 통해 다시 한번 대체 불가능한 연기 내공을 증명했다. 권력과 욕망 앞에서 무너져가는 검사의 복합적인 내면을 소름 끼치게 그려내며 안방극장에 서늘하고도 묵직한 전율을 선사했다. 26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극본 이지현·연출 박준우)는 30년 전 종결된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묻은 채 성공을 좇는 검사 차시영(이희준)과 사라진 피해자들의 흔적을 완강하게 추적하는 형사 강태주(박해수)의 치열한 대립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 가운데 이희준은 검사 차시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첫 방송 2.9%의 시청률로 시작한 ‘허수아비’는 자체 최고 시청률 8.1%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평일 드라마의 고전 속에서 거둔 값진 결과다. 이희준은 “오랜만에 매일 시청률을 검색해 봤다”라며 “예상치 못하게 높은 시청률을 받게 돼 감사하다. 요즘은 식당에 가면 더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신다”라고 기쁜 소회를 밝혔다. 사실 처음부터 흥행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었다. 뜨거운 관심을 생각하기보다 단순히 작품의 서사와 캐릭터에 매료돼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소재가 워낙 무겁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형사와 검사가 뻔하게 힘을 합치는 서사도 아니기에 대중적으로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다”라며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이었다. 성장 환경이나 무의식적인 트라우마를 품은 복합적인 인물이라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라고 설명했다.
이희준이 완성한 차시영은 평면적인 이미지의 악당이 아닌 인간적인 결핍이 도드라지는 인물이다. 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트라우마, 애정결핍, 인정욕구를 모두 가진 다층적인 역할이라 재밌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단순히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캐릭터가 아니라 서사가 있는 인물로 잘 설정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입체적인 전사를 가진 인물이었기에, 이희준은 외적인 변화보다는 내적인 심리와 섬세한 내면 표현에 집중했다. “사실 작품 속 제 헤어스타일은 마음에 안 들었다”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외형보다 시영이 어떻게 자라왔고 자신도 모르는 상처로 인해 왜 이런 과감하고 무지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가에 신경을 썼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표정, 말투, 대사를 내뱉는 속도를 모두 고려하며 차시영의 선택을 설득해 냈다. 이희준은 “연기를 할 때 생각하는 ‘척’이 아닌 진짜 ‘생각’을 하려고 했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사건을 덮고 시체를 처리하려고 하는 장면에서도 고민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진짜 이 아이를 어떻게 처리하지’라는 고뇌의 과정을 거쳤다”라고 짚었다. 이희준의 섬세한 연기는 차시영을 단순한 악마가 아닌, 현실적인 인간으로 숨 쉬게 만들었다. 괴물처럼 타락해 가지만 결국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의 이기심을 대변하며 묘한 공감과 씁쓸함을 안겼다. 그는 “9부를 촬영할 때가 돼서 차시영은 진범을 잡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검사를 넘어 국회의원이 되고 성공하는 게 우선인 인물이었다”라며 “사실 그러한 욕망은 모두에게 조금씩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더 씁쓸하게 다가오더라”라고 설명했다.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완성해 낸 캐릭터이기에 ‘허수아비’는 본인에게도 유독 애틋한 작품으로 남았다. 이희준은 “'허수아비’가 워낙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기에 정말 진지하게 임했고 허투루 준비하지 않았다. 작품에 해가 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라며 “이렇게 공들인 캐릭터를 배우 인생에서 또 맡을 수 있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작품이 지닌 묵직한 주제 의식과 여운 역시 그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희준은 “‘허수아비’는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마을 사람들의 30년 세월을 돌아보게 만든다”라며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된 형사와 검사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훗날 나이가 들어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여준 의미 있는 드라마”라고 짚었다. 이처럼 매 작품 강렬한 캐릭터로 인생작을 경신해 온 이희준은 잠시 숨을 고르고 새로운 변신을 준비 중이다. 벌써 차기작인 ‘무빙2’ 촬영을 앞두고 있다는 그는 “그동안 너무 나쁜 캐릭터를 많이 했다. 감독님들께서 내 얼굴에서 악역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 보다”라며 “양아치 연기를 하면서도 내심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사랑받을 수 있는 착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선과 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매번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이희준. 매 순간 진심을 다하는 그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허수아비’의 묵직한 감동은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악역의 무게를 벗고 또 다른 얼굴로 대중 앞에 설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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