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퍼링=기계공학' 발언 法, 민희진·다니엘 의혹 가릴 수 있나 [김지현의 게슈탈트]
2026. 03.31(화)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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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게슈탈트’는 현상을 부분이 아닌 전체적 구조와 맥락으로 파악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단편적인 사실들의 나열을 넘어, 사건들 사이에 숨겨진 유기적 연결 고리를 추적하고 그 흐름 속에서 큰 그림을 읽어내는 데 초점을 두는 코너입니다. 부분이 모여 하나의 의미 있는 형태를 구성하듯, 복잡하게 얽힌 사안의 이면을 통합적으로 조명하여 독자들에게 입체적인 통찰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템퍼링 낯설다는 재판부, 풋옵션 소송 이어 다니엘 소송 담당

어도어가 민희진 전 대표와 더불어 뉴진스 멤버 다니엘과 그의 모친을 분쟁의 핵심 인물로 지목하면서 이들의 소송은 새 국면에 접어 들었다. 피로도가 높아져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려는 대중의 의욕은 줄었지만, 내부의 시시비비 가리기는 이제야 비로소 시작됐다. 어떤 갈등이든 수면 위로 본질이 드러나야 진실에 가까운 것이 보이는 법이다.

소송은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까. 우려되는 점이 많다. 담당 재판부가 '뉴진스 사태'을 관통하는 핵심 쟁점인 '탬퍼링(Tampering)'에 대한 이해도 부족을 스스로 언급하면서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원고(하이브)가 주장하는 내용 중 탬퍼링이 있는데 용어가 낯설다. 주로 기계 공학에서 많이 나오는 것 아니냐"라며 관련 판례 자료를 요청했다.

K팝 산업의 질서를 위협하는 최대 현안이자 이번 사태의 본질인 '탬퍼링'을 기술적 용어 정도로 이해하는 재판부의 시각에 업계는 놀란 분위기다. '템퍼링'의 법적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은 K팝 업계 종사자들도 숱하게 지적한 바라 재판부의 발언을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치고 상황에도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소송은 훗날 엔터 업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전속계약 분쟁을 아우를 선례가 될 재판이다. 그런 엄중한 숙제를 지닌 재판부가 '템퍼링'을 '기계 공학' 용어와 함께 언급한 점은 충격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호소다. 소송이 제대로 된 개연성을 갖추고 진행되고 있는 게 맞는지, 불안하다는 의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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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퍼링만 주장했던 어도어, 재판부 인식 불일치 어쩌나

어도어는 일관되게 사태의 주범은 민희진 전 대표라고 주장해왔다. 그런 어도어가 팬덤의 반발을 감수하고 다니엘 멤버 한 명에게 331억 원 상당의 위약금을 청구한 배경은 무엇일까. 대중에게는 큰 액수로 보이지만, 뉴진스가 활동하던 시기 한 해 올린 수천 억 원 대의 매출을 감안하면 이번 소송의 목적은 위약금 배상을 통한 손실 줄이기 보다 어떤 메시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유혹의 손길이 닿든 아티스트 스스로도 '전속계약의 무게를 안일하게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 결국 '템퍼링'에 대한 일종의 경고음을 크게 울리고 싶은 게 아닐까.

'템퍼링'에 대한 법원의 이해 부족이 우려되는 까닭, 해당 재판부가 풋옵션 관련 소송에서 민희진 전 대표의 손을 들어 준 그 재판부라서다. 승소 판결이 문제였다는 뜻이 아니다.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템퍼링 용어가 낯설다'는 재판부의 발언은 이전 판결의 판단 기준이 면밀했고, 적합했냐는 원론적 의문을 발생시킨다. 하이브와 어도어는 풋옵션 소송은 물론 이번 다니엘 관련 소송까지, 모든 소송에서 핵심은 '템퍼링'에 있다고 주장해왔고 그 배경에 민희진 전 대표가 있다고 말해왔다. 하이브가 재판부에 재출한 모든 근거는 이를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템퍼링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수반돼야 판결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당시 하이브는 민희진 전 대표가 뉴진스 멤버들의 이탈을 유도하는 탬퍼링 행위를 계획했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이미 '탬퍼링 의혹'을 면밀히 살펴 판결을 내렸어야 할 재판부가 관련 소송에서 '템퍼링'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다고 발언한 것은 업계 관계자들의 걱정대로, 말 그대로 정말 당혹스럽다. 선행 재판 당시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관통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희진 전 대표가 승소한 지난 2월 주요 K팝 협회들은 일제히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민희진 전 대표의 행위는 업계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안임에도 불구, 판결이 이를 정당한 경영 행위로 해석할 여지를 줬다는 우려의 목소리엿다. 손배소까지 동일 재판부가 그대로 맡게 된 상황을 두고 업계는 우려를 넘어 회의적 입장이다. 투자자의 심리와 제작자의 동기를 얼어 붙게 만드는 템퍼링을 근절할 선례를 만들길 바랐는데, 오히려 템페링은 증명하기 모호한 것이라는 선례가 남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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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재산인 K-팝 산업, 템퍼링 적용 잣대와 처벌 기준 달라야"

반면 법의 판단을 믿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뉴진스 전속계약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의 경우 민희진 전 대표의 행보에 문제가 있다며 "어도어를 독립시키려는 의도로 사전에 여론전을 준비했다"거나 "전속계약의 전제가 된 통합 구조를 파괴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하이브, 어도어가 템퍼링의 근거라며 제출한 증거들을 대부분 인정해준 것이다. 반면 반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민희진 전 대표에 대한 재판부의 해석이 모두 다르다는 점은 템퍼링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사람이 자산인 K-컬처 산업에서 템퍼링은 시도 자체만으로 모든 걸 파괴할 수 있다는 걸 재판부가 알아줬으면 한다 .K-팝 산업은 비생물이 지적재산권인 산업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템퍼링의 적용 기준은 물론 처벌 역시 다른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법원이 케이팝 시스템의 특수성과 탬퍼링이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느냐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재판부가 산업 현장의 절박함을 간과한 채 형식적인 논리에 매몰될 경우, 전속계약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국내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자체가 법적 보호망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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