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Y’ 힙한 껍데기, 올드한 알멩이의 불협화음 [씨네뷰]
2026. 01.21(수) 08:00
프로젝트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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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추접스러운 술시중도 안 들고, 우아하게 꽃꽂이나 하며, 그렇게 꽃길만 걸을 줄 알았다. 그 안락한 삶을 위해 악착같이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사기당하기 전까지 말이다.

다시 밑바닥으로 돌아가기는 죽어도 싫다. 벼랑 끝에 몰린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은 토사장(김성철)의 비자금과 금괴를 훔쳐 다시 한번 인생 역전을 노린다. 이러나저러나 이판사판이다. 미선과 도경, 두 사람의 위험한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토사장의 추격 속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바라던 평범한 삶을 맞이할 수 있을까.

21일 개봉되는 영화 ‘프로젝트Y’(감독 이환)는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 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환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여기에 배우 한소희 전종서가 투톱 주연으로 나서 전에 없던 새로운 얼굴에 도전했다. 배우 김성철 정영주 김신록 유아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의 합류로 기대감을 높였다.

영화의 서두는 이환 감독의 장기인 거칠고 불안한 호흡으로 미선과 도경의 비루한 일상을 조명한다. 소위 ‘텐프로’ 에이스와 대리운전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이들의 소박한 꿈이 배신으로 짓밟히는 과정은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악착같이 모은 돈을 사기 당하고, 두 여자가 토사장의 검은돈을 훔치기로 결심하는 동기는 처절한 생존 본능과 맞물려 초반의 몰입도를 견인한다.

돈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인간 군상은 가히 ‘피카레스크(악인들의 이야기)’ 장르의 전형을 보여준다. 돈을 뺏기 위해, 혹은 지키기 위해 얽히고설키는 토사장, 석구(이재균), 황소(정영주), 하경(유아), 최가영(김신록)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스크린을 금세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각자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이들의 충돌은 장르적 쾌감을 예고하는 듯 보인다.

하나 영화는 중반부, 최가영의 본격적인 개입과 함께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한다. 차갑고 건조하게 흘러가던 범죄극의 톤 앤 매너가 갑작스럽게 ‘모성애’라는 낡은 코드를 끌어안으면서부터다. 인물의 행동 동기에 뜬금없이 부여된 모성은 그동안 쌓아 올린 서늘한 긴장감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영화를 전형적이고 진부한 범죄 누아르의 늪으로 빠뜨리는 패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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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 쾌감을 조율하는 연출의 미숙함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감독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그저 시끄럽고 요란하게 전시하는 것을 장르적 재미로 오인한 듯하다. 캐릭터의 과잉된 에너지가 서사의 밀도를 높이는 대신 피로감만을 가중시키며, 정작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범죄 스릴러로서의 서스펜스는 헐거워진다.

캐릭터의 활용 방식 역시 비효율적이다. 강렬한 비주얼과 포스를 뿜어내며 등장했던 인물들이 허무하리만치 쉽게 퇴장하는 방식은 캐릭터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관객의 기대감을 배반한다. 그나마 토사장 역의 김성철이 끝까지 무게 중심을 잡으며 고군분투하지만, 무너지는 서사를 홀로 지탱하기엔 역부족이다.

가장 뼈아픈 실책은 주객전도된 캐릭터의 존재감이다. 영화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미선과 도경은 주변 인물들의 과잉된 톤에 휩쓸려 오히려 주변부로 밀려난 인상을 준다. 한소희와 전종서의 연기가 부족했다기보다는,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조연들의 연기 톤과 주인공들의 건조한 톤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두 배우의 매력을 반감시킨 결과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총체적 난국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음악이다. 그레이 음악 감독의 감각적인 스코어는 무너지는 연출의 빈틈을 필사적으로 메운다. 특히 오프닝 시퀀스에 흐르는 화사의 ‘FOOL FOR YOU’는 영화가 지향했어야 할 세련되고 몽환적인 무드를 단번에 설명하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결국 ‘프로젝트 Y’는 음악이 멱살을 잡고 힘겹게 결말까지 끌고 가는 형국이다. 세련된 비트와 감각적인 사운드가 긴장감을 주입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애쓰지만,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안일한 연출은 끝내 엇박자를 냈다. 힙한 배우들과 트렌디한 음악이라는 좋은 재료를 쥐고도, 진부한 서사의 함정에 빠져버린 감독의 상업 영화 신고식은 씁쓸한 뒷맛만을 남겼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프로젝트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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