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에 우리’ 문가영의 넥스트 페이지 [인터뷰] |
| 2025. 12.22(월) 08:00 |
| ||||
![]() |
| 만약에 우리 문가영 |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정답이 없는 세계를 탐구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배우 문가영이 연기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흡사 그랬다. 결과의 완벽함보다는 과정의 진심을 믿으며 묵묵히 걸어왔다. 정답을 찾지 못해 헤매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없기에 오히려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문가영의 연기가 그토록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 31일 개봉되는 영화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는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기억의 흔적을 펼쳐보는 현실공감연애를 그린 작품으로, 문가영은 극 중 정원을 연기했다.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사랑의 이해’ 등 이미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문가영의 ‘멜로’가 얼마나 마음을 흔드는 마법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다. 문가영도 드라마에서는 익숙한 장르인 멜로를 영화로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던 찰나에 만난 작품이 ‘만약에 우리’였다. 한 연인의 10년 서사를 섬세하고 깊은 감정선으로 담아낸 그야말로 멜로 장르 그 자체다. 그러니 문가영이 안 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다만 원작이 있는 작품에 출연한다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부담이 따른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닐 정도로, 원작이 받았던 사랑의 크기만큼 부담감도 비례한다. 그렇지만 문가영은 부담감보다는 작품에 집중하는 걸 선택했다. 자신 역시 원작의 팬이라고 밝힌 문가영은 “원작에서의 좋은 장치들을 빌려왔고, 다른 재료로 한국에 맞게끔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원작의 흑백 설정은 문가영을 강하게 이끈 요소 중 하나다. 원작이나 ‘만약에 우리’ 모두 은호와 정원이 재회하는 현재 시점은 흑백 화면으로 담겼다. 배우로서 자신의 얼굴을 흑백 화면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소중한 기회였다. 문가영은 “보통 흑백을 과거라고 생각하고 컬러를 현재라고 생각하지 않나. 우리 영화에서는 그게 뒤바뀌어 있다는 점에서 재밌는 요소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흔히들 멜로 장르는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배우들이 어떻게 캐릭터의 감정선을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관객의 몰입도도 천차만별인 장르가 바로 멜로다. 문가영 역시 정원의 감정선에 집중했다. 누구보다 자신의 집을 갖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마음의 집을 갖고 싶어 하는 정원이다. 초반엔 짙은 스모키 화장에 담배까지 거칠어 보이지만, 은호를 만나 점차 변화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문가영은 은호를 만나 점차 감정적으로 성숙해지는 정원의 감정선에 신경 썼다. 은호와의 10년 서사 속에서 은호뿐만 아니라 은호의 아버지, 친구들 등 다양한 관계성 속에서 변화하는 정원이를 입체적으로 그리려고 했다. 작품이 현실 공감 연애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문가영의 실제 경험들이 연기에 도움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그 경험들보다 더 큰 도움이 된 것들이 있다. 바로 구교환과 김도영 감독이다. 연극배우 출신인 김도영 감독은 배우들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고, 배우를 배려한 세심한 디렉팅은 문가영이 정원에 오롯이 몰입하고 그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됐다. 무엇보다 구교환의 역할도 컸다. 문가영은 “오빠가 주는 힘이 있다”면서 “교환 오빠가 연기했기 때문에 은호가 사랑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작과 캐릭터가 아니어도, 교환 오빠의 연기 때문에 쌓이는 감정들이 있었다. 제가 오빠의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구교환과 김도영 감독의 역할도 컸지만, 결국 연기는 문가영이 하는 것이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요리사의 실력이 형편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영화에서 문가영의 그러한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바로 정원이 버스에서 은호와의 이별을 체감하고 오열하는 장면이다. 촬영 당시 문가영의 연기를 지켜보던 스태프들 모두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문가영의 연기는 단연 압도적이다. 정원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스크린을 뚫고 생생하게 전달될 정도다. 문가영은 버스 장면에 대해 “촬영 시작한 지 1주일 안에 찍었다. 교환 오빠랑 한 번도 붙지 않았을 때 저 혼자 찍었다”면서 “버스 신이 저도 그렇고 감독님이 생각한 정원이의 감정 상태 중 최고조인 부분이었다. 감독님이 촬영 전날 ‘나는 가영이가 정말 편안하게 하고 싶은 대로 표정을 썼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보내셨다. 그 응원을 받고 내가 하고 싶은 말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지상태로 정원이의 감정에만 집중하고 울었다”라고 했다.
‘만약에 우리’는 비단 연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든 어떤 사건이든, 현재의 우리를 붙잡고 있는 과거를 잘 마무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가영은 “영화의 제목 중 ‘만약에‘라는 세 글자가 하루 24시간 중 많은 시간을 저를 과거로 끌고 가는 마법의 단어라고 생각한다. 저도 ‘만약에’라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관계들이나 상상력이 나로 하여금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에 우리’로 ‘다음’으로 잘 넘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단다. 문가영에게 ‘다음’으로 넘어가게 하는 원동력은 결국 오랜 시간 묵묵히 지켜온 연기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다. 2006년 첫 영화를 시작으로 어느덧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가 됐지만, 문가영은 여전히 연기라는 세계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문가영은 “연기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잘하고 싶고, 질리지도 않는다”면서 “어릴 때부터 연기를 몇 살 때까지만 해야지라는 생각을 전혀 한 적이 없다. 좋아하는 일을 어린 나이에 만났다는 건 행운인 걸 잘 알고 있다”라고 했다. 연기는 정답이 없는 세계이기에 매번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탐구의 대상이자, 내면의 감정을 쏟아내는 해소의 창구이기도 하다. 쉼 없이 달려온 활동 덕에 이제는 개인 문가영에 대한 질문보다 배역으로 존재하는 것이 더 편안하다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문가영은 “연기를 해야 제 안에서 뭔가 해소가 되는 것 같다. 저도 제가 앞으로 연기를 계속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라는 말로 연기를 향한 변함없는 진심을 드러냈다. 과거의 ‘만약에’를 지나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마주할 문가영의 다음 페이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박스] |
|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최하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