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이미 알려진 내용이면 어떠한가. 아는 맛이라 더 맛있다. 여기에 한국 초연의 의미까지 더한 뮤지컬 '알라딘'의 이야기다.

지난 2014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10년 만에 한국에 도착한 뮤지컬 '알라딘'이 지난 11월 22일 개막했다. 지난 11월 29일 '알라딘' 저녁 공연에는 김준수(알라딘 역), 민경아(자스민 역), 정성화(지니 역)가 무대에 올랐다.

'알라딘'은 전 세계 4대륙과 약 200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전 세계적 흥행을 기록한 뮤지컬이다. 이번 뮤지컬은 원작 애니메이션부터 실사화 영화까지, 대부분의 내용에서 크게 다른 부분은 없다. 다만 뮤지컬의 특성을 이용해 약간의 변주를 줬다. 특히 알라딘과 자스민의 듀엣곡 '끝없는 저 수평선 너머(A Million Miles Away)' 등 4곡은 이번 한국 초연을 위해 새롭게 추가됐다.

우선 '알라딘'은 또 다른 주인공 지니(정성화)가 아그라바의 왕국으로 관객들을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이어 시장과 자스민(민경아)의 방 등 화려한 무대들이 펼쳐지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와 달리 공연은 공간 제약이 있기에 표현의 우려가 들기도 했지만, 이는 신비의 동굴이 펼쳐지며 완전히 상쇄된다. 램프를 발견한 알라딘이 지니를 소환한 뒤 극의 활력은 더 살아난다. 정성화의 재치 있는 입담이 관객들을 순식간에 150분 간 아그라바로 인도한다.

'알라딘'의 상징성을 표현하는 양탄자도 제약적 우려와 달리 잘 표현됐다. 알라딘과 자스민이 양탄자에 올라탄 뒤, 뒷 배경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펼쳐지며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장면은 극의 백미다. 두 주인공에게 온전히 집중되는 시선 속, 두 사람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깊게 빠져들기 충분하다.

정성화는 지니라는 옷을 받아입고 화려하게 활약한다. 등장과 동시에 알라딘에게 '맨살 조끼 보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잠실역 3번 출구에서 나왔다", "라면에 밥 말아먹었다" 등 적재적소에 현지 적응 멘트를 해 웃음을 자아냈다. 게다가 최근 유행어로 거듭난 "이븐 하게"와 로제의 '아파트'를 대사로 풀어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이후 지니의 등장은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순간으로 변한다. 극 중 지니가 자유를 원하듯, 지니라는 높은 자유도의 캐릭터를 맡은 정성화가 날개 달린 듯 뛰어논다. 노련미를 갖추고 현지 적응까지 마친 지니는 그렇게 관객들의 웃음 버튼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극의 말미 지니는 "아는 맛이 더 맛있지"라고 강조하며 관객들에게 '알라딘'의 보는 재미를 더했다.


김준수와 민경아의 조합도 훌륭했다. 자스민 공주 그 자체인 민경아와 슬림한 몸매의 김준수의 화음과 비주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생활 이슈에 휩싸이며 우려를 받은 김준수도 제 옷을 입은 듯 알라딘을 소화하며 작품에 녹아들었다. 김준수는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넘버를 부르며 외로운 도둑으로 지내는 알라딘의 심경을 잘 표현해 내,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알라딘의 세 친구들 카심, 오마르, 밥칵 역을 맡은 조연들의 활약도 주목할만하다. 오랜 시간 맞춰온 듯한 이들의 케미와 대사 처리, 노래, 안무까지 무대를 풍성하게 꾸며낸다. 장면의 사이를 연결하는 앙상블의 군무는 또 다른 즐길거리를 제공,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도 강조하는 주제이자 자스민의 주장인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라는 주체적 여성에 대한 메시지까지 전한다. 마지막 장면 술탄(이상준)은 여성을 옥죄어오던 국법을 폐기하며 자스민에게 "너의 삶을 살라"는 주제 의식을 강조해 감동까지 잡는다.

'알라딘'의 세 주연 캐릭터들의 유명 넘버를 한국어로 들을 수 있다는 점과, 이번 공연을 통해 삽입된 넘버들이 초연이란 감칠맛을 더했다. 그렇게 아는 맛에 새로운 맛을 더해 든든한 믿고 보는 뮤지컬로 거듭났다.

알라딘과 자스민의 신분을 극복한 사랑과 존재감 넘치는 지니와 알라딘의 참된 우정을 다루는 스토리까지, 모두가 '아는 맛'이지만 아는 맛이 더 맛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는 '알라딘'은 서울 잠심 샤롯데시어터에서 오는 2025년 6월 22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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