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선입견이 벗겨진 순간, 어떤 일이든 진심으로 대하는 한 사람만 남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배우 장윤주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이다. 장윤주의 또 다른 모습들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었던 ‘최소한의 선의’다.

30일 개봉되는 영화 ‘최소한의 선의’(감독 김현정)는 난임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고등학교 교사 희연(장윤주)이 반 학생 유미(최수인)의 임신으로 혼란을 겪지만 유미의 상황을 고민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의에 대해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장윤주는 극 중 희연을 연기했다.

장윤주는 처음부터 ‘최소한의 선의’에 진심이었다. 미혼모로 세상에 내던져지는 유미를 희연이 보듬었던 것처럼, 장윤주도 유미를 도와주고 싶다는 진심으로 ‘최소한의 선의’와 함께 하게 됐다.

늘 밝고 역동적이고, 코믹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고, 또 그런 이미지인 장윤주에게 희연은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장윤주는 부담보다는 잘 해낼 자신을 가지고 희연이 되기로 했다. 사람에게 여러 면이 있듯이, 장윤주에게도 희연과 같이 정적이고 차분하면서 감성적인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장윤주는 자신에게서 그런 면들을 끄집어내는 작업들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희연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장윤주가 얼마나 ‘최소한의 선의’에 진심이었는지는, 캐릭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부터 잘 드러났다. 희연 캐릭터에 파고들고 또 파고들었던 장윤주는 희연에게 맞는 비주얼을 완성하기 위해 직접 옷 쇼핑을 하기도 했다고. 장윤주는 이에 대해 “의상 감독님이 가져온 옷이 있지만, 무채색 계열에 디자인이 없는 옷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제가 옷 쇼핑을 하고, 가지고 있는 옷들을 입었다”라고 말했다.

옷뿐만 아니라 희연을 이루는 많은 부분은 장윤주의 아이디어로 완성됐다. 연기할 때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장윤주의 일면이다. 이에 장윤주는 “어떤 작품을 하기 됐을 때 캐릭터를 구축하는 거에 있어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려고 하는 편”이라면서 “‘최소한의 선의’ 같은 경우에는 작은 영화이기도 했지만, 제가 분량이 있는 캐릭터를 맡았다 보니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김현정 감독과의 많은 대화는 장윤주가 찰떡같이 희연의 옷을 소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장윤주는 “감독님에게 희연 같은 면이 있다. 또 유미 같은 면도 있다. 캐릭터들이 다 감독님과 닮았다. 캐릭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희연이 감독님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간 감독님의 영화를 보니 다 감독님 같더라. 그 부분에서 자기 뚝심이 분명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게 희연을 표현하는 거에 있어서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유미의 임신에 대해 극 초반부 희연은 최소한의 소통으로 최소한의 책임만 지려고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유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변모한다. 희연의 감정선 변화가 유미에 대한 관객들의 시각도 변화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이에 대해 장윤주는 희연의 감정선이 변하는 기점을 임신 이후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단다. 너무나 원하던 임신이었지만, 막상 임신하고 나서 혼란을 겪는 희연에게 유미가 찾아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변하게 된다.

이어 장윤주는 “희연 선생님은 최소한의 소통만 하고, 속에 복잡한 감정선을 지녔지만 혼자서만 삭히는 인물이다. 그러다가 변화하는 시점 이후로 조금씩 타인과 소통을 한다”면서 “선의라는 건 관심으로 시작해 소통으로 이어지고, 그 소통이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변화하는 것들을 감독님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또한 장윤주는 김현정 감독을 믿고 희연으로서 모든 걸 쏟아부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그림과 맞지 않은 연기면 김현정 감독이 조절을 할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윤주는 “제가 좀 더 표현을 하면 감독님이 ‘표현 덜 해달라’고 한다. 수위 조절을 감독님이랑 이야기하면서 했다”고 했다.

희연과 유미가 끈끈한 관계로 나아간 것처럼, 장윤주도 유미 역의 최수인과 많은 아이디어를 나누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장윤주는 “촬영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경험들에 대해 제가 아는 이야기들을 수인이에게 이야기를 해주며 같이 레이어를 쌓아갔다”고 했다.

진심에 진심을 더해가며 희연을 연기한 만큼, ‘최소한의 선의’를 향한 장윤주의 애정은 쉽게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넓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마다 마지막 말은 꼭 “이 영화를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로 끝났다.

단순히 자신의 연기를 봐달라는 의미가 아니다. 미혼모에 대한 우리가 몰랐던 부분들을 짚고, 또 어른들의 역할과 최소한의 선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여기에 높은 몰입도를 선사하는 그야말로 ‘좋은 작품’이기에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렇듯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장윤주는 우리가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서 접했던 그의 이미지 너머의 모습들이 다분했다.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로 풀어내며 진심 가득한 ‘최소한의 선의’에 대한 애정을 과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미 영화를 보고 장윤주에 대한 선입견이 와장창 깨졌는데, 실제로 만나니 그 선입견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온몸으로 체감했던 시간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싸이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