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불개' CJ ENM, 왜 끝까지 대중 기만하나 [이슈&톡]
2023. 04.04(화)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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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안준영 PD가 지난 과오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 Mnet과 개인의 신뢰 회복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의지를 고려하여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CJ ENM은 Mnet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투표수를 조작해 민심을 들끓게 했던 안준영 PD를 재입사 시킨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여러 매체에 동일하게 전송된 이 공식입장은 되새길수록 의문을 자아낸다. 과오와 신뢰 회복, 기회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들이 서로 상충돼 논리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탓이다.

‘프로듀스’ 전 시리즈의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안준영 PD는 지난 2021년 11월 출소, 1년 5개월 만에 다시 본사로 입사했다. 안준영 PD는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가장 무거운 법적 책임을 졌지만, 결국 사태의 모든 본질적 책임은 Mnet과 모기업 CJ ENM에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의 주거니 받거니 '기회 타령'은 실소를 유발하게 할 뿐이다.

2019년 안준영 PD와 프로그램 총 책임자인 김용범 CP가 '프로듀스' 전 시리즈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은 오디선 프로그램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에서 전국민 사기범으로 전락했다. 당시 사건이 가요계에 일으킨 파장은 컸다. 소수 제작진의 일탈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단서들이 다수 포착됐기 때문이다. 안준영 PD는 일부 기획사 관계자들에게 40여 차례에 걸쳐 4000만 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았고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들의 끈끈한 커넥션이 방송에 그대로 보여졌다는 것이다. 특정한 약속 혹은 담합이 도출됐을 이들의 우정(?)은 '프로듀스' 시리즈의 무대 구성과 대본, 편집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노출됐다. 가장 결정적 증거가 된 '투표수 조작'은 이들의 범죄 행각이 얼마나 대범하게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안준영 PD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시리즈가 조작됐다"고 인정하며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그러면서도 "방송국과 간부들은 몰랐고, 모두 나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백 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프로그램을 둘러싼 모든 부정부패가 소수 제작진의 개인 일탈일 뿐이라는 얘기다.

사건은 안준영 PD가 실형을 받으며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의문을 남겼다. 첫째 ▶시청자의 눈에도 포착된 '커넥션에 대한 의심'을 Mnet과 CJ ENM은 왜 하지 못했느냐다. CJ ENM은 음반 제작은 물론 공연 사업 등 가요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그중에서도 '프로듀스' 시리즈는 매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CJ ENM이 아이돌 자체 제작에 본격적으로 눈 뜨게 된 계기도 ‘프로듀스’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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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은 이 시리즈를 통해 제 손으로 직접 아이돌 스타를 발굴했고, 발생하는 수익 대부분을 직접 가져갔다. 일례로 '프로듀스'를 통해 만들어진 그룹 워너원이 1년 6개월 동안 활동하며 올린 수익은 약 900억 원대 정도로 추산된다. 이 수익은 CJ ENM이 25%, 매니지먼트를 맡은 YMC엔터테인먼트가 25%씩 챙겼다. YMC는 CJ ENM의 계열사다. 당시 워너원이 일으킨 CF활동 수익까지 합하면 CJ ENM이 워너원으로 챙겨간 수익은 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거기에 유료 문자 투표 수익까지 '프로듀스' 시리즈는 CJ ENM과 그 계열사들의 캐시 카우였다.

엄격한 대기업 문화 속에 직원들을 관리하는 CJ ENM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프로듀스' 시리즈 메인 PD들의 일탈 행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어쩐지 어불성설로 들린다. 속는 셈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믿더라도, 관리 소홀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담자가 아니더라도 그 윗선들을 문책해야 했다. 책임져야 할 주체가 자신들의 명성에 먹칠을 한 안준영 PD에게 기회와 신뢰 회복을 운운하니 대중에게는 또 다른 기만으로 보여질 뿐이다.

두 번째 의문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해당 사건은 세력들의 담합, '카르텔 범죄'라는 특성을 지닌다. 안준영 PD는 데뷔가 확정된 멤버를 밀어내고 탈락한 멤버의 순위를 올려 그룹으로 데뷔 시켰다. 이런 과감한 범죄가 과연 2~3인 소수 제작진들의 약속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소속사는 물론 그 회사에 소속된 멤버들과 각자의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스태프들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오디션 전체의 그림을 조작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작 주체(Mnet)만 몰랐다는 CJ ENM의 해명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시청자가 분노했던 건 이 모든 범죄가 K-컬쳐 시장의 한 축인 대기업 내부에서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잠 못 이루며 내 ‘픽’이 최종 멤버로 선택되길 바라던 그 수 많은 밤들이 결국 부질없는 열광에 불과했다는 것 또한 분노를 유발한 포인트다. 이것이 사기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이 기만에 가장 깊이 반성해야 할 Mnet과 CJ ENM은 고개를 수그리기는 커녕, 기만에 앞장선 범죄자에게 기회를 준다고 말하고 있다. 대중은 이들에게 기회를 줄 기회를 준 바가 없음에도.

과이불개 (過而不改).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를 고치지 않는 잘못을 뜻하는 말이다. 이 사자성어의 의미를 CJ ENM이 기억하길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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