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 없이도 쩔어'…방탄소년단X아미, 불타오르네 [TD현장]
2022. 03.11(금)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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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그 누구도 몰랐다. 다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기까지 2년 반의 시간이 소요될 줄은. 재회의 날, 기다린 만큼 반가워 작정하고 놀았다. 함성도 들을 수 없고 표정도 살필 수 없지만 어떠한가. 짝짝짝, 아미의 박수 소리가 저리 큰 것을.

“이제야 정말 고향에 왔다는 기분이 들어요. ‘home’을 부를 때 기분이 색달랐어요.”

3월 10일 오후 7시 잠실주경기장,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22년 투어의 신호탄을 서울(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에서 쏘아 올렸다. 국내 팬들과 직접 만나는 건 무려 30개월 만의 일. 실로 오랜만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기존 공연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팬데믹 영향으로 객석 규모가 1만 5천석으로 한정됐고, 떼창이나 함성은커녕 대화도 절제해야 하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현장을 감돌았다.

멤버들 상기된 표정 "데뷔 시절 생각나"
방역 철저한 아미들, 작은 목소리도 안 들려

세계 무대를 주무른 방탄소년단이지만 이날 만큼은 멤버들도 색다른 기분인 듯 했다. 함성이 허락되지 않으니 그 공백을 자신들이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러나 책임이 재회의 설렘을 압도하진 못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유독 팬들의 얼굴을 자주 살폈다. 마이크를 타고 심장으로 울려 퍼지던 함성이 사라진 첫 콘서트, 멤버들은 모든 것이 생소하면서도 신기한 듯 아미들의 제스쳐와 얼굴을 자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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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들의 고민도 컸다. 함성 없이 무엇으로 큰 공연장을 채울까. 이들이 선택한 것은 클리퍼(응원도구)다. 클리퍼가 주가 된 공연은 사실상 처음이지만(RM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새 역사를 쓴 공연') 아미들은 철두철미하게 클리퍼를 활용했다. 방탄소년단의 곡, 퍼포먼스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 클리퍼 소리는 또 다른 연주가 돼 현장을 채웠다. 멤버들의 기습 질문에도 완벽하게 '짝!', 남다른 리듬 감각을 보여 준 아미다.

아미들은 빈틈없이 방역수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1만 5천 명의 관객이 현장을 찾았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함성을 외치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친구, 지인, 가족 등 짝을 지은 구성원들이 눈에 띄었지만 서로 대화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했다. 팬데믹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최대 규모의 비대면 공연인 만큼 아티스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방탄소년단은 무대로 보답했다. “데뷔 초 팬들 앞에서 공연할 때가 떠오른다”던 멤버들은 모든 역량을 무대 위에 쏟아냈다. 눈에 띄는 건 보다 화려해지고 풍성해진 LED 디자인. 곡 마다 특성을 달리한 스타일리쉬한 LED 연출이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를 극대화시키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무대 중앙에 위치한 이동식 LED는 스케일을 더욱 확장시키는 효과를 냈고, 쉴새없이 반짝이는 아미들의 공식 응원봉, 아미밤과 어우려져 현장을 불빛으로 물들였다.

‘Black swan' - K팝 전형 넘어선 무대 돋보여
이구동성 "이제야 고향 온 기분, 비대면 끝났다"

‘온(ON)’으로 시작된 공연은 '불타오르네'(FIRE), ‘쩔어’, ‘DNA’로 이어졌다. 강도 높은 칼군무속에서도 흐트러짐없는 라이브 실력은 여전했다. 멤버들 연신 "박수 질러"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군박수로 보답하는 아미의 모습에 슈가는 “함성이 그립긴하지만 질서 정연한 모습에 감동했다"며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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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의 백미는 단연 한국에서 대면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Black swan’이다. 말 그대로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가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준 무대로 세계적인 무용가들의 덕담을 받은 이유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흑조의 날개짓으로 등장한 수십 명의 댄서들과 몸을 더해 한 마리의 흑조가 됐다. 현대무용의 형식을 접목한 ‘Black swan' 퍼포먼스는 '칼군무'라는 단어로 한정짓기엔 아쉬운 예술적 아름다움이 돋보였고,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가 K팝의 전형을 넘어 아티스트의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수없이 흩날리는 검은색 깃털들 사이에서 하나가 된 이들의 모습은 우아함의 극치였다.

이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Dynamite’, ‘Butter’ 등 글로벌 차트를 휩쓴 곡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무대에서는 밴드가 등장, 라이브의 생생함을 살렸다. 콘서트 말미 ‘home’을 부른 멤버들의 표정은 더욱 상기됐다. 이구동성 “이제야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고, 마음 속에 남았던 서운함과 그리움 역시 비로소 털어졌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이 그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확인하는 방식은 팬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 콘서트였던 것이다.

10일 막을 올린 이번 공연은 오는 12, 13일 총 3일간 진행되며 온라인(위버스, 일부 극장 등), 오프라인 동시에 열린다. 오프라인 공연에서만 4만 5천 명의 관객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연은 매 회차 마다 곡 구성 등이 조금씩 달라질 예정이다. 전회차 관람을 선호하는 아미들에게 색다른 레파토리를 선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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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빠진 공연계 살릴 불씨될까

'포스트 코로나' 기로에 선 공연계는 미래를 고민 중이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서울 콘서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거물의 귀향을 넘어 온·오프라인 병행 콘서트가 공연계에 가져다 줄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 수 만명의 관객이 한 자리에 모일 이번 공연이 무사히 끝난다면 침체에 빠진 공연계를 살릴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온,오프라인 동시 매출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이 모든 것 보다 중요한 것, 공연의 목적이다. 이유는 RM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긋지긋한 거지같은 언택트, 비대면. 끝나긴 끝나네요. 있을 때는 몰랐어요. 사람들을 보고, 에너지를 받고, 같이 뛰고 말하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하는 거요. 이런게 당연한 거였는데 없으니까 너무 힘든 2년이었습니다.“

아티스트가 유일하게 가슴 뛰는 무대는 팬들과 직접 만나 한 공간에서 호흡하는 공연이라는 뜻일 게다. 그것이 콘서트, 투어가 존재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함성으로 답하지 못했지만 그 순간 모두가 속으로 외치지 않았았을까. 마스크를 벗고 함성을 지를 수 있는, 떼창을 부를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아미들의 박수가 어느 때 보다 크고 뜨겁게 울려 퍼졌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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