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남다른 디테일로 '랑종'을 완성해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 쓰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그의 열정에는 자신을 믿어준 나홍진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마음도 담겨 있었다.

영화 같은 만남이 실제로 이뤄졌다. 태국을 대표하는 공포 영화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국내에서 오컬트 신드롬을 일으킨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협업하게 된 것. 최근 개봉한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배급 쇼박스)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로, 나홍진 감독은 '랑종'의 프로듀서로 함께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함께 호흡을 맞춘 나홍진 감독에 대해 "천재적인 감독"이라 언급해 시선을 끌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나홍진 감독의 작품은 볼 때마다 가슴을 뛰게 만든다. '황해'의 경우 유수의 할리우드 영화에도 밀리지 않는 액션 신을 보여줬고, '곡성'에선 앞으로의 내용을 예측할 수 없게 연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계속 상상하게 만드는 마술을 보여줬다. 그런 느낌이 '랑종' 원안을 읽을 때도 들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원작 시나리오를 살리기 위해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홍진 감독과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지에서 소통하며 영화를 만들 순 없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최대한 파워풀한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작업했다"면서 "대화 전체가 태국어로 된 영화를 한국에서 선보일 수 있다는 게 흥분된다. 태국에선 아직 개봉일이 미정이라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는 개봉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랑종'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파운드 푸티지 방식으로 촬영됐다는 점일 테다. 파운트 푸티지란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일종으로 파묻혀 있던 영상을 누군가가 발견했다는 설정을 지니고 있다. 이런 면을 극대화하기 위해 감독은 핸드헬드 촬영 방식과 CCTV 영상을 활용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핸드헬드로 촬영하는 게 리얼리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사실 원안에서부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되는 게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감독님과 많은 논의를 거치며 공포감과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고, 관객들이 마치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신경 썼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랑종'의 강점 역시 "리얼리티"라 강조했다. 그는 "그전에 있었던 공포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느낌의 공포를 선사하고 싶었다"면서 "제 전작들의 경우에도 대부분 장면 장면마다 공포스러운 신이 있었는데, '랑종'의 경우 분위기에 중점을 뒀다. 그저 무서운 게 아니라 영화를 보며 서서히 소름이 돋고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이야기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모여 바얀신을 모시는 장면이 가장 중요했고 또 어려웠다"고 답하며 "나홍진 감독님 역시 해당 신을 무척 중요시 생각했고,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관객들로 하여금 진짜라고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다만 바얀신 석상을 갖고 올라가야 하는 장소가 굉장히 접근하기 힘든 지역이었고 우기라 더 힘들었다. 5분마다 넘어지면서 힘들게 촬영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장면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춘 디테일한 연출로 '랑종'을 완성해냈다. 하지만 '랑종'은 개봉 전부터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게 됐다. 시사회 이후 '랑종'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기 때문. 특히 동물 학대, 강간 등 몇몇의 자극적인 키워드가 열거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선정적이고 잔혹한 장면을 흥행의 도구로 사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매 신 매 신을 디테일하게, 또 심사숙고해서 만들었다.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연관성이 다 있고 스토리 전개에 필요한 신들이었다"라며 해당 신을 넣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물을 끔찍하게 죽이는 신에서 비롯된 동물 학대 논란에 대해서도 "해당 장면을 촬영할 때 전 스태프가 최대한 조심하며 진행했다. 강아지의 실제 주인은 물론 조련사까지 동행해 안정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촬영 역시 CCTV 방식을 활용해 프레임을 넓게 잡으며 표현 수위는 줄이고 스토리를 소개하는 데만 중점을 뒀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오해들 때문일까.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랑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두 번 이상 봐야 한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곡성'을 세 번 본 팬이다. 볼 때마다 숨겨진 비밀들을 찾을 수 있었고, 그런 비밀들을 연결하다 보니 계속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랑종' 역시 마찬가지다. 관객들이 스스로 힌트를 연결해나가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처음에 볼 땐 무섭기만 한 영화일 수 있지만, 두 번째 보실 땐 장면의 의미를 깨닫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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