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설민석, 스타 강사 예능이 남긴 숙제 [이슈&톡]
2020. 12.22(화)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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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 개인 신뢰도를 넘어 제작진 검증의 문제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배우 설민석의 강의에 대한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방송에서 고대사 강연을 진행하던 중 잘못된 지식을 전달한 것이다. 제 이름 석자로 프로그램을 론칭할 만큼 브랜드 파워가 큰 인물이라 타격이 크다.

문제는 19일 방송된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시작됐다. 이날 설민석은 클레오파트라와 관련된 강연을 펼쳤는데 해당 방송 분의 자문을 맡은 곽민수 학국이집트학 연구소장이 공개적으로 오류를 지적한 것이다.

곽 소장에 따르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알렉산드로스가 세웠다는 설민석의 발언은 틀린 것으로, 그는 프톨레마이오스-클레오파트라 같은 이름을 단군라는 칭호와 비교한 것은 '황당한 수준'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또 "이 외에도 틀린 내용이 정말 많지만 그 숫자만큼 일이 많아진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풍문으로 강연을 했다고 일갈했다. 설민석의 멘트 일부가 아니라 강연 내용 전체에 큰 오류가 있음을 짐작케 한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대한 고대사의 자료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거대한 세계사를 방송시간 85분에 맞춰 편집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과연 편집만의 문제일까. 이번 논란은 대중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방송 매체가 검증 시스템을 준비하지 않고, 특정 스타 강사를 강단에 세웠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필연적 오류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논란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설민석의 이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설민석의 실제 전공은 역사가 아닌 연기다.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뮤지컬 '명성왕후'를 본 후 역사에 관심을 갖고 역사 공부에 돌입했다고 한다. 이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일명 '족집게 강사', '일타 강사'로 떠오르며 스타 강사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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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이 애초 역사가 아닌 연극을 전공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출신 성분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설민석이 일타 강사를 넘어 '대중의 역사 선생님'으로 떠오르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자 함이다. 설민석의 강연은 때로 한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역사의 파편을 배우처럼 연기로 전달한다. 연극적 쇼맨십을 발휘하는데 탁월하기에 그의 강연은 늘 대중에게 쉽고, 재밌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문제는 설민석 한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강연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강연 주제는 한국사를 넘어 세계사까지 넘나든다. 한국의 고대사를 비롯해 조선, 근현대사까지 광범위한 역사를 배경으로 강연을 펼친다. 게다가 '벌거벗은 세계사'를 통해 한국사 보다 훨씬 더 범위가 넓은 세계사까지 다루게 됐다. 역사를 전공한 한 학자가 한국사 전체를 통달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고려하면 현재 설민석은 무리한 도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번 논란은 그가 특정사에 머물지 않고 모든 역사 강의에 전문가로 나설 때부터 예견됐다. 그의 보조들이 아무리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검증을 거친다 한들 이토록 활동 영역이 광범위하다면 오류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시간 문제였던 것이다.

'벌거벗은 세계사'가 단 2회 만에 구설에 오른 이유는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논란의 진짜 원인은 설민석 한 개인 보다는 특정 강사의 인기만 믿고 검증없이 안일하게 그의 강연을 그대로 방영한 방송사에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사전에 철저히 검증을 거쳐 오류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 기준, 많게는 4번 혹은 2번의 강연(녹화)을 하는 시스템에서 강연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거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몰론 제작진의 책임만은 아니다. 소화할 수 있는 영역 밖 범위의 강연까지 욕심을 낸 설민석에게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 수 많은 이들이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책을 구입한 상황에서 이 같은 치명적 논란에 침묵을 지키는 그의 태도는 아쉽다 못해 책임감이 부족해 보인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모든 것을 역사적 진실이라고 믿는 대중을 위해서라도 확실한 설명이 필요하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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