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클리셰 난무와 과잉…300억 제작비 무색 [넷플view]
2020. 12.21(월)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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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리뷰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지나친 과욕은 방향을 잃게 만든다. 숲을 보여줘야 하는 연출의 영역이 과욕을 벗어나지 못하면 오히려 나무 한 그루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

지난 18일 공개된 ‘스위트 홈’은 넷플릭스가 제작, 투자한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소요된 작품(현 공개 기준)이다. 회당 30억원이 투자된 이 드라마의 메가폰을 잡은 건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등을 연출한 마이더스 손, 이응복 감독이다. 스타 감독과 넷플릭스라는 거대 자본의 만남으로 기대가 큰 작품이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쉬움 투성이다.

이 감독에게 ‘스위트 홈’은 일종의 시험대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사상 가장 성공작으로 꼽히는 ‘킹덤’ 시리즈 보다 회당 제작비가 10억 원을 웃돈다. 또 멜로만 연출해 온 이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장르물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숙제는 극복되지 못하고 정확히 ‘스위트 홈’이 보여주는 한계로 남았다. 제작비는 활용하지 못했고, 첫 장르물이라는 숙제는 맞지 않는 옷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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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괴물, 어디서 봤더라? 클리셰에 갇힌 연출

드라마는 철거 직전의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과 세상과의 단절을 택한 10대 소년 현수(송강 역)가 갑작스럽게 괴물로 변한 이들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다.

크리처물은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괴물의 파괴력과 싸워야 하는 인간들의 공포심이 중심이 된다. 생존에 대한 의지와 휴머니티를 바탕으로 한 살아남은 자들의 연대 혹은 배신에 대한 이야기가 남은 뼈대다. 클리셰가 분명하다는 특징이 있기에 장르적 특성은 살리면서 이야기의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관객과 시청자를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다. 이 전형성을 어떻게 새롭게 다루냐가 10부작을 살리는 힘이지만 ‘스위트 홈’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스위트 홈’에 등장하는 괴물은 기사감이 강하다 못해 새롭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괴물 하나하나 연상되는 작품이 뚜렷하다. 거인 괴물은 헐크를 닮았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괴물은 ‘엑스맨‘의 퀵실버를 연상케 한다. 괴물에 대한 묘사는 에이리언 시리즈와 여러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그것들을 빼닮았다.

괴물 클리셰가 장르물의 관례적 미덕이라 할지라도 보는 족족 기시감 탓에 도통 긴장감이 유발되지 않아 문제다. 인간이 갑작스럽게 괴물로 변하는 원인 역시 ’욕망‘이라는 추상적인 이유만 제시될 뿐이다. 각 괴물 마다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처럼 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그 이유는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스위트홈'이 다른 크리처물과 다른 점은 괴물들이 원래 인간이었다는 점, 각 괴물들 마다 생전 성격에 따라 그 능력이 다르다는 점이다. 괴물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할 수 있는 장치지만 드라마는 재미를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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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실종, 다음 회 동력 부족

내러티브 역시 약하다. 괴물 묘사를 비롯해 피가 낭자하는 고어 코드를 보여주는 것에만 욕심을 부리니 이야기가 없다. 영화라면 괴물과 히어로가 된 주인공의 투쟁을 그리는 것만으로 재미를 채울 수 있지만 긴 러닝타임을 이끌어야 하는 드라마엔 내러티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위트홈’은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리는 데 뒷전이다. 주인공 현수를 비롯해 몇 명의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인물들의 이야기를 섬세히 그리는데 서툴다.

예로 편상욱(이진욱 역)은 괴물과의 싸움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한 사람을 잡는데 집착하는데 그 이유가 한 참 뒤에야 뒷북처럼 설명되고, 사연이 불분명하게 그려지다 보니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이 되기 힘들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정재헌(김남희 역)은 괴물이 출현하는 동시에 검(부엌칼이 아니다)을 든 전사로 변신하고, 천식 환자로 등장하는 또 다른 캐릭터 박유리(고윤정)역시 등장하자마자 활과 화살을 들고 괴물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서울 근교의 아파트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왜 검과 화살을 소유하고 있고, 어떻게 그 도구를 숙련되게 사용하게 된 것인지 말하지 않는다. 기분 좋은 생략이 아닌 내러티브와 편집의 허점이다. 소방수로 나오는 서이경(이시영 역)은 돌연 속옷 차림으로 괴물과 싸우는 여전사로 변하더니 이 상황을 “전에 특수대원이었다”는 대사 한 마디로 해결한다. 여전사 캐릭터를 억지로 끼워 놓고 이야기 퍼즐을 전혀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과거의 이야기가 한참 뒤에야 등장하면서 드라마는 여러 번 시청자와 작품의 감정을 이을 수 있는 연결고리를 놓친다. 편집 교차를 의도적으로 늦춘 점층형 구조라면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힘이 폭발해야 하지만 수습되지 못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만 낸다. 주인공들 뿐 아니라 아파트에 고립된 모든 등장인물이 연대나 배신 그 무엇도 보여주지 못하고 소품처럼 방치될 뿐이다. 반면 이런 상황에서 등장인물 중 누군가 죽는 신은 감정적으로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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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 공포도 못 살린 아쉬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한정된 공간 역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수 십개의 호수로 밀집된 아파트 한 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이점을 살리지 못한다. 개별적으로 밀폐된 공간 안에서 각 입주민들이 경험할 수 있는 공포 에피소드가 다양하게 등장할 법 한데 전혀 소개되지 않는 것이다.

실소를 유발하는 장면도 있다. 서이경은 한 시도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두려워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실종된 남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사람들 몰래 외부 이탈을 감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괴물을 마주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공포의 근원인 바깥 세상에 홀로 나섰지만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한 모습만 나올 뿐이다. 사람들이 고립된 공간에서 싸운 이유가 단 한 장면으로 실종되는 순간이다.

CG도 투자 대비 약하다. 회당 30억원 상당의 투자비가 의심되는 아쉬운 CG가 연일 등장한다. 매번 상황을 앞서는 과도한 음악 역시 몰입을 방해하기는 마찬가지. 생존자들의 싸움신 마다 등장하는 이매진 드래곤스의 '워리어'는 대놓고 들려주는 음악같아 난데없다.

뻔한 클리셰, 내러티브 실종, 어설픈 CG와 적재적소를 모르는 음악까지 아쉬움 투성인 ‘스위트홈’은 시즌2를 염두한 엔딩으로 끝을 맺었지만 도통 속편에 대한 기대가 생기질 않는다. 매 작품 마다 훌륭한 연출을 보여 온 이 감독이 거대 자본의 지원 속에 만든 작품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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