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마이크로닷이 놓친 것 [이슈&톡]
2020. 05.02(토)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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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연예인의 부모를 폭로하는 이른바 '빚투'의 시발점이 된 마이크로닷이 "부모의 잘못을 바로 잡겠다"며 사과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사건 발생 30년, 논란 제기 2년 만에 올린 사과글이다.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은 지난 4월 24일 그의 부모가 항소심에서 구속 판결, 실형을 선고 받자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마이크로닷은 선고 일주일 뒤인 5월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피해자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죄송합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모두 사실무근,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2년 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마이크로닷은 이 같은 엄포를 놨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진술은 지속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제기됐고, 과거 해당 사건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당당한 마이크로닷의 태도는 논란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낳았다.

마이크로닷도 이를 잘 아는지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2018년 11월 저희 부모님에 대한 뉴스 기사가 보도 되었을 때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말을 내뱉어 피해자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죄송합니다. 그 때의 경솔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고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사과문을 시작한 것. 그는 형 산체스를 비롯한 두 형제가 부모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설명했다. 지난 2년 간 피해자들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보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말했다.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왜 모든 것이 의미없는 메아리, '뒷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일까. "미흡했던 자신의 행동을 바라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겠다"는 그의 절절한 사과, 호소문에 대중은 왜 이토록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늦은 타이밍이다. 당시 마이크로닷 산체스 형제는 의아할 정도로 침묵을 지켰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구심과 불신은 깊어졌고, 피해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두 형제는 소속사는 물론 외부와의 연락을 완벽히 차단하며 두문불출했고 사실상 논란을 기피하는 인상을 심어줬다. 부모의 잘못을 자식에게 책임지우는 연좌제는 옳지 않지만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는 두 형제가 무책임해 보인건 사실이다.

더 황당한 건 이 모든 논란의 원인인 부모의 태도였다. 일부 언론이 숨은 두 형제 대신 해외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부모를 찾아갔는데 이들에게 "우리가 여기에서 한 고생을 생각하면 그 빚은 이미 다 갚은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사건를 바라보는 일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기사가 쏟아졌지만 형제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부모는 돌이킬 수 없는 말실수로 사태를 키워갔다. 분위기가 극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도 형제는 침묵했다. 사실상 연예계 퇴출이라는 기사 제목이 공공연히 쓰여질 정도였다. 마이크로닷의 말대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보상하기 위한 시간이었더라도 정말 사태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단 하루도 없었는지 의아하다.

다른 스타들 역시 불명예스런 '빚투'에 연루됐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입장을 밝히며 사태를 수습하려 애썼다. 대중이 두 형제에게 분노한 이유는 부모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아서가 아니다. 사건이 발생한 수 십년 전 두 형제가 어린 소년들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두 형제의 무책임은 연좌제가 적용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소통을 끊은 태도에 있다.

2년 전 형제의 태도가 보다 적극적이었다면 사태는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수많은 매체들이 그의 근황을 궁금해한 건 부모의 잘못을 얼마나 책임질 것인지, 연좌제에 대해 묻기 위한 것임이 아니었다. 입장이라는 건 사태에 대응한다는 것이고, 연예계 활동에 대한 의지, 팬들에 대한 예의와 성의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다. 하지만 두 형제는 2년 간 입을 다무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너무도 뒤늦게 해당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때.

마이크로닷은 아무도 자신에게 마이크를 내주지 않을 때 돌아왔다. 타이밍은 이처럼 중요하고도 무서운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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