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과 스릴러의 만남…'부부의 세계' 8할, 모완일 감독 [이슈&톡]
2020. 04.20(월)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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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스포일러 주의‘를 경고하기에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의 스토리는 민망할 정도로 상투적이다.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난 남편이 적반하장으로 아내에게 성을 내고, 분노한 아내가 복수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모든 방송사가 창사 이래 늘 반복해 온 클리셰가 아닌가. ‘부부의 세계’ 역시 어느 회부터 주행을 시작하든 이해가 가능하다. 그 만큼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불륜이라는 닳은 이야기를 뻔하게 그리지 않는 빼어난 연출 덕이다. 불륜극이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드라마'와 '스릴러'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장르적 재미를 완벽히 조화시켰다. 이 드라마가 주는 모든 몰입감과 긴장감은 결코 불륜이라는 소재 자체에만 있지 않다. 이 자극적인 장치 안에 자리한 캐릭터들의 심리를 곧 끊어질 것 같은 실처럼 팽팽하게 그리는데 회마다 심리극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스릴러와 심리극 두 마리의 토끼를 모완일의 카메라가 다 잡아낸다.

시즌1이라고 볼 수 있는 6부까지의 내용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행복한 가정에 금이 가고, 아내 지선우(김희애)가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내연녀인 여다경(한소희)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드라마는 여다경의 존재를 친절히 알려주지 않는다. 시작은 오렌지색 머리카락 한 올이다. 단서가 등장하자 오렌지색 헤어를 한 여성들, 용의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하고 지선우의 의심은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범죄수사물에서 형사가 범인을 추적할 때 그리는 그 방식 그대로다. 불륜극에서는 새로운 풍경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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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극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아내와 내연녀가 단둘이 만나는 신도 예사롭지 않다. 서로의 머리채를 잡는 망측한 장면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서로를 흘겨 보지도 않는다. 대신 카메라는 상대의 소소한 몸짓 하나하나를 포착한다. 대범하게 진료를 받으러 온 여다경의 의자를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기며 팔에 주삿바늘을 꽂는 지선우의 모습은 머리채를 잡는 것보다 더 긴장되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태오가 여다경의 임신을 알게 되는, 시청자에게 가장 큰 분노를 유발했던 시퀀스 역시 명품이다. 마지막으로 진실을 고백할 기회를 주는 지선우에게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하던 이태오는 여다경의 임신 소식에 그녀에게 달려간다. 이 때 카메라는 두 사람의 투샷을 풀샷으로 보여준다. 바닥을 친 지선우의 마음과 분노와 복수심이 뒤엉킨 아내의 좌절감을 모르는 이태오의 모습이 정확히 대비되면서 부부가 파국에 치달았음을 말한다. 동상이몽이 무엇인지 한 프레임으로 보여주니 흥미롭다.

드라마는 7화를 시작으로 시즌2 서막을 알렸다. 2막에서도 '부부의 세계'는 우회하지 않고 직진한다. 맨몸으로 쫓겨난 지선우에게 복수를 가하는 이태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자극적인 스토리에 빠른 전개까지 자칫 막장으로 보일 수 있는 이 드라마가 웰메이드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불륜 속 복수를 장르적으로 접근하고, 이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를 정확히 포착하는 모완일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에 있다. ‘드림하이2’, ‘뷰티풀 마인드’로 날을 닦고 ‘미스티’로 칼을 휘두르더니 ‘부부의 세계’에서 제대로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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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식 연출이 정점을 찍은 장면은 지난 8화에 등장한 폭행신이다. 지선우가 한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당하는데, 괴한의 정체가 남편의 사주인지 제3의 인물인지 시청자는 알 수 없는 상황. 카메라는 두 사람의 모습을 함께 담지 않고 온전히 괴한의 시선으로 지선우를 쫓는다. 결국 카메라에 담기는 건 공격을 받는 김희애의 모습 뿐이다. 폭력에 노출된 지선우의 공포가 피부로 다가오고, 이를 연기한 김희애의 연기 역시 압도적으로 담긴다.

수위 논란이 있었지만, 여타 작품에서 등장한 습격신과는 다른 연출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 하다. 젠더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도 일리는 있지만 젠더를 나누기 위한 의도라기 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을 나누기 위한 장르적 연출로 보인다. 오히려 이런 가혹한 장면을 통해 맨몸으로 쫓겨 난 남편에게 또 한번 복수를 가하는 지선우의 2차 복수에 동기가 부여될 수 있다.

모완일 감독의 새로운 시도에 김희애를 비롯한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빠른 속도감이 더해져 드라마는 한 회 한 회 흥미를 더하고 있다. 불륜 드라마를 감히 명품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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