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조민수’가 만드는 ‘방법’의 무게 [윤지혜의 슬로우톡] |
| 2020. 03.23(월) 16: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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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악에 대항하고 응징하는 스토리의 드라마에서 주인공만큼 중요한 존재가 절대악이다. 주인공이 온 힘을 다해 물리쳐야 할 만큼 설득력과 강력함이 치밀하게 쌓여야 이야기의 재미가 한껏 오를 수 있으니까. 이 법칙은 선과 악이 뚜렷하지 않은 대결구도라 해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은 것일수록 치열한 갈등을 소유하기 마련인데, 치열함이란 치밀함에서 나오는 까닭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tvN 드라마 ‘방법’(연출 김용완, 극본 연상호)이 ‘진경' 역에 배우 ‘조민수’를 섭외한 것은 드라마 제작을 통틀어 가장 잘 한 일이라 할만 하다. ‘방법’(사전적 의미로는 사람을 저주해서 손발이 오그라지게 하는 것)은 무속 신앙을 기반으로 저주의 능력이 있는, 이야기 내에선 방법사라 불리는 이들이, 각각 자신이 옳다고 믿는 목적을 위해 악귀의 지배를 이용하거나 혹은 그 지배로부터 벗어나려 애쓰거나 하며 맞서고 맞붙는 내용의 드라마다. “우리 보살님, 기운이 이렇게 약한데 왜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하셨을까” 여기서 조민수가 구현 중인 인물 ‘진경’은 신기에 지적 능력까지 갖춘 영험한 무당으로, 이야기 내에서 절대악으로 분류되는 진종현(성동일)을 보필하는 역할을 한다. 비록 그의 손발 노릇을 하나, 진종현을 포함하여 드라마 속 어떤 악한 존재보다 압도적인 그녀는 첫 등장부터 남달랐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검은 선글라스와 붉은 입술, 교태 섞인 천진난만한 말투로 누군가의 죽음을 태연하게 이끌어냈으니까. 절대악이 절대악으로서 군림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힘에 복종하여 한층 더 악랄하게 굴어줄 수하가 필요한데 진경은 이 역할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수행한다. 특히 굿 하는 장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흡사 실제 무당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위압적인 눈빛과 표정, 광기 어린 춤 사위로 역동적인 굿판을 만들어내니,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어떤 미지의 공포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방법’의 절대악은 좀 더 현실감 있는 무게를 지니게 되며 드라마를 대하는 시선의 몰입도는 깊어진다.
즉, 진경을 맡은 조민수의 섬세한 연기력이 만들어낸 결과로, 그녀가 아니었다면 비현실적 소재의 드라마가 으레 갖기 마련인 유치함을 벗어내지 못했을 터. 그녀는 무당으로서의 진경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진경까지 성공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 년을 곁에 둔 동자 천주봉(이중옥)이 자신을 배신하자 저주를 내리면서 지었던 서글픈 눈빛, 거리에서 공연 중인 젊은 무리를 보며 입가에 문득 떠올린 애잔한 웃음 등, 살벌한 악랄함 뒤에 감추어졌던 무녀로서의 고통 또한 놓치지 않았다. 이는 허구의 인물 진경이 ‘방법’이란 드라마 내에서 하나의 살아있는 인물이 되도록 설득력을 부여함으로써 다소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 신뢰감을 선사했다. 현재 ‘방법’이 유지하고 있는 긴장감은 대부분 조민수의 진경에게서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러니 목숨이 끊어진 후에도 회상 장면에 모습을 드러내며, 여전히 그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방법’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작품이다. 그나마 기준이 있다면 각각의 입장이 이루려고 하는 목적과 그에 사용되는 방법이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냐는 것이겠다. 절대악으로 분류된 쪽의 존재 이유와 그가 이야기의 갈등에 끼치는 힘의 막강함을 치밀하게 증명해주는 작업이 더없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야 이야기는 올바른 무게를 얻어 실재하는 힘을 갖게 되고 비로소 시청자들의 마음을 매혹시킬 수 있다. 배우 조민수가 ‘방법’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고 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사진=조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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