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됐는데 사랑스럽다, ‘김다미 클라쓰’ [윤지혜의 슬로우톡] |
| 2020. 02.28(금) 1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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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믿고 따르는 형이자 사장인 ‘새로이’가 자신의 가족에게 당한 일을 들은 ‘근수’는 괴롭다.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건 좋아하는 여자 ‘이서’의 냉랭한 외면이다. 새로이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자신은 존재 자체가 민폐인 게 분명하고 그래서 정말 싫지만 새로이와 그녀를 위해서라도 장가로 돌아가겠다 하니 차갑기 그지 없던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장가가 근수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녀를 향한 근수의 마음이 어떤지 너무나 잘 알면서. “못됐다, 너.” JTBC ‘이태원 클라쓰’(연출 김성윤⋅강민구, 극본 광진)에서 배우 김다미가 맡은 역할 ‘조이서’에게 건넨 친구 ‘장근수'(김동희)의 말이자 드라마에서 접할 수 있는 그녀에 대한 총평이기도 하다. 영민한 현실주의자이자 소시오패스인 ‘이서'는 명문대 입학을 앞두고 절대 꺾이지 않는 근성을 지닌 묵직한 이상주의자 박새로이(박서준)를 맞닥뜨린 후, 따분하기만 한 자신의 삶에 찾아온 낯선 감정,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이 현실주의자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새로이가 운영하는 포차 ‘단밤’ 매니저로 취업하는, 어쩌면 본인의 성향과 정반대의 것으로 보일지 모를 일을 저지른다. 아예 정반대의 결정만은 아니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무척 높은 이서에게, 지금은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새로이를 누구보다 멋지고 강한 남자로 만들어 그의 지향하는 바를 이루어주는 것은, 불가능할 게 아닌, 지극히 현실 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서는 곧 깨닫는다. 자신이 인생을 건 남자 새로이는 이미 그녀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있는 멋지고 강한 존재이며, 본인과 아빠를 위한 복수(‘장가’의 회장 장대희와 그의 아들 장근원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전과자가 된 과거가 있다)는 물론이고 지향하는 바를 향한 계획이 뚜렷이 서 있어 그것을 차분히 실행해가고 있음을. 하지만 그의 계획의 바탕이 되는 단밤을 성공적으로 키워가는 것에 있어 그의 이상주의자적 기질은, 이서가 생각하기에, 종종 삐걱거리게 만드는 요소다. 왜 새로이와 단밤을 망치지 못해 안달이 난 원수의 아들인 근수를 굳이 데리고 있는지, 그와 단밤을 위기에서 구할 수만 있다면 이서는 아무리 친구 근수라도 다시 돌려 보내고 싶다. 근수가 아버지와 형에게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는 상관없다. 그녀의 싸늘한 압박과 새로이를 향한 미안함을 견디지 못한 근수의 입에서 장가로 들어가겠다는 말이 나왔을 때 그녀가 얼마나 속이 시원했는가는, 그제야 얼굴에 방긋 띠운 미소를 통해 알 수 있다. “정 뿐 아니라 배려도 없지, 이기적이고, 그런데 난 그런 네가 좋아” 우리는 그런 이서에게 못됐다고 이기적이라고 하는 근수의 마음과 말에 백번 동의한다. 아버지를 찾아 한국에 온 토니(크리스 라이언)에게, 스스로를 한국사람이라 주장하는 그에게 누가봐도 아프리카사람이라고 상처가 될 말을 던지고 마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못됐다는 총평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동시에 그런 이서가 좋다고 하는 마음과 말에도 백번 동의가 된다. 즉, 분명 못됐는데 싫어할 수가 없다. 오히려 더 빠져들고 있다고 할까. 우선 ‘조이서’가 가진 솔직하고 위선적이지 않은 태도,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제 생각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밀고 나갈 줄 아는 자신만만함이 매력적인 까닭이고 이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살려내고 있는 김다미의 연기력이 한 몫 한 결과다. 사랑스럽지 않은데 사랑스럽다, 상당히 구현하기 어려운 선의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머리꼭대기부터 발끝까지 온전히 조이서가 되며 해내는, ‘김다미 클라쓰’ 덕분에 ‘이태원 클라쓰’의 입체감은 더욱 생생해지고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한층 짙어지는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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