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드디어 맞닥뜨린 ‘골목식당’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0. 02.21(금) 10:30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백종원의 노하우를 빌려 골목식당들을 살리는 동시에 골목상권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를 지닌다. 늘어난 자영업자의 수에 비해 성공(여기서 성공은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한 수준을 의미한다)의 빈도는 극히 낮아진 오늘의 자영업의 현실을 생각할 때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상당히 중요한 작업을 해내고 있다 하겠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논란이 있다. 골목식당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면 골목이 갖는 고유의 매력에 더 집중해야 할 터인데 방송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지점이 필요하고, 그렇다 보니 백종원의 손이 제대로 거쳐간 집과 그렇지 않은 집 혹은 거부한 집의 비교 체험으로 가기 십상이라는 거다. 시청자들 스스로 보고 느끼는 게 아니라 백종원의 시선과 기준을 한번 거친 결과를 받아들 뿐이라 할까.

정작 선행되어야 할 고민, 골목식당과 골목상권은 ‘왜’ 다시 살아나야 하는가, 라는 무게감 있는 문제는 그저 자영업이 잘 풀려야 경제가 살아나지 않겠냐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정도로 그치고 만다. 그러나 여기서의 ‘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물음이 아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다듬는 옷매무새처럼, 프랜차이즈나 대형마트가 가진 압도적인 힘에 굳이 대항할 만한 이유가 골목식당과 골목상권에 존재하냐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백종원과 여러 식당들과 함께 2년 넘게 애써 힘을 기울여온 역사는 백종원의 신화가 끝나는 즉시, 그와 관련된 화제성이 희미해지는 즉시 도로아미타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과연 어떤 숨은 맛집이 나오고 어떤 새로운 빌런이 등장할까에 흥미를 두기에 앞서, 자문해야 한다. 골목식당과 골목상권이 지닌 어떤 가치 때문에, 거대한 인프라를 가지고 밀려드는 대기업의 홍수 속에서도 당연히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공릉동 기찻길골목편’에서 한 골목식당이 등장한다. 과거 건설현장 식당이었으나 현재는 당시의 단골손님들이 주로 찾는 소박한 찌개백반집이다. 흥미로운 점은 손님에 따라 나오는 반찬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대부분 오랜 단골이라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멀리하는지 혹은 못 먹는지, 식당 주인에게 다 파악이 된 상태이고 또 손님이 알아서 고를 수도 있는, 마치 집밥처럼 편식이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그런 까닭에 식당에 와서 밥을 먹는 손님과 식당 주인 사이엔 돈을 지불하는 것만 빼고 가정에 놀러온 친한 지인이나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백종원이 언급한대로 이제는 보기 힘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웠던, 돈은 후의 보상이라 치고 우선 마음과 정성을 들여 한 끼를 내놓았던 옛 식당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라 하겠다.

놀랍게도 이 소박한 찌개백반집이 방송에 나간 후 사람들 사이에 일으킨 반향이 꽤 컸다. 표면적으로는 어떤 빌런도 없이 유독 따뜻했던 회차라는 이유였지만 실은 우리가 우리 자신도 모르게 지속적으로 찾고 있던, 이제는 멸종한 줄 알았던 그 골목식당을 예기치 못하게 발견한 까닭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우리가 이제는 사라졌다고 여겼던 골목식당, 골목상권만이 지닐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마주치며 만들어내는 힘, 어떤 거대 프랜차이즈도 절대 가질 수 없고 흉내낼 수도 없는 힘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남아 있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드디어 돌고돌아, 그들이 왜 골목상권을 회복해야 하고, 하려고 하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맞닥뜨린 것이다.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좁히며 더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의 각박함을 덜어내는 찌개백반집과 같은 골목식당들이 늘어나고 성공적으로 유지되도록 돕는 것, 이는 우리 모두의 삶에 있어 양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질적인 부분까지 풍성해지는 방법이다. 우리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궁극적으로 찾고 얻어야 하는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사진=SBS]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