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균, 천의 얼굴을 가진 남자 [인터뷰]
2018. 12.12(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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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즐거운 인터뷰이는 편견을 깨준다. 배우 정해균(50)이 그렇다. 단순히 브라운관 보다 어려 보이는 실물 때문은 아니다. 누구든 그를 보면 ‘구해줘’ 속 광기 어린 눈빛의 흔적을 도무지 찾을 수 없어 놀랄 것이다. 매력적인 눈웃음이 따듯한 성품과 어울린다.

정해균은 여전히 지하철을 탄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구해줘)일 때도,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중년 남성(나의 아저씨)일 때도 대중 교통을 이용했다. 반 평생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했지만,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름 석자와 얼굴을 알리지 못해서가 아니다. 정해균의 얼굴에 너무 많은 얼굴이 담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그는 도경수의 아버지(백일의 낭군님)이지만, 누군가에게 그는 지옥의 왕, 변성대왕(신과 함께)이다. 두 캐릭터를 같은 배우가 소화했다는 걸 사람들이 빨리 눈치 채지 못한 건 정해균의 연기가 그 만큼 완벽했기 때문이리라.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도 저를 보면서 긴가민가해요. ‘백일의 낭군님’때 얘기인데 분장을 안하고 들어가면 스태프들이 ‘누구지?’라는 표정으로 처음 보는 듯 쳐다보고, 분장을 하면 ‘오셨냐’며 인사를 하더군요. 심지어 두 번 인사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젠 익숙한 일상이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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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몇 년 사이 동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홈런을 치고 있다. 그러나 훌륭한 배우는 평범한 시나리오도 명장면으로 만드는 법. ‘구해줘’ 제작진이 드라마를 살린 건 정해균이라고 칭찬한 건 괜한 말이 아니다. 광신도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내면 깊은 곳까지 몰입했다.

“종교가 없어서 접근이 쉽지는 않았어요. 미쳐있는 사람을 인위적으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죠. 무언가를 절대적으로 믿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리고 싶었어요. 일부러 광신도들 동영상을 찾아봤는데 정말 평범한 사람들인 거에요. 그런 이중성을 포착하고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다. 연쇄 살인범 역을 맡은 게 처음이었고 반응 또한 좋았다. 워낙 센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 만큼 강렬히 기억에 남는다고. 하지만 악의 감정, 살의를 품은 사람의 마음을 내면화 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일상성이 있는 캐릭터는 현실과 잘 분리가 되는데 센 역을 맡으면 분리가 잘 안돼요. 나중에 친구들에게 들은 얘기인데 살인범 역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을 때 그냥 쳐다만 봐도 사람을 때릴 것 같은 기운이 느껴졌데요. 아내도 당시 제 감정이 굉장히 하이하게 보였다고 하더군요. 말 한 마디 잘 못하면 집안을 어떻게 할 것 같았다면서요(웃음). 전 평소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기운을 풍겼나봐요. 다행히 동료들이 다 배우이고, 아내도 연극을 하는 친구니까 제 감정을 잘 이해해줘서 서운해하는 건 특별히 없어요. 오히려 배려해주는 편이라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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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해균은 아이유부터 엑소의 도경수, 남지현까지 많은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겸손하게도 그는 후배의 단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선배든, 후배든 상대의 장점을 발견하는 걸 더 좋아했다.

“전 모든 배우가 저만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보며 감탄할 때도 있죠. 전 아직도 촬영 전이면 떨리는데 요즘 친구들은 확실히 여유가 있어요. ‘백일의 낭군님’에서 도경수와 처음으로 호흡했는데 수 만명 앞에서 공연을 하는 친구잖아요. 그래서 확실히 여유가 있는거에요. 그런 건 타고나는 부분이거든요. 그런 점을 바탕으로 열심히 하는 점이 보기 좋았어요. (남)지현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서 연기도 잘하지만 정말 착한 친구에요. 성격이 진짜 좋아요. ‘구해줘’에서 함께 한 택연이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 친구죠. 운 좋게도 함께 한 후배들이 다 성격이 좋았어요. 전 그 친구들 나이일 때 진짜 못했거든요. 근데 제가 뭘 조언하겠어요. 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인데 칭찬 받아아죠”

특히 아이유는 반전이었다. ‘나의 아저씨’에 합류하기 전 아이유의 존재를 몰랐다는 그는 대본과 이미지가 달라 보이는 아이유의 캐스팅이 의외로 느껴졌다고 한다. 하지만 김원석 PD가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이유의 음악을 찾아 들어봤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린 친구인데 음악이 딥하고 음색이 참 좋더군요. 뭐랄까 음악의 정서가 이지안(아이유 역)과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솔직히 그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는데 잘해줘서 놀랐어요. 결과가 좋았던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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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균은 하나의 얼굴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악역부터 선한 캐릭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타고난 배우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연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연습으로 느는 것’이라는 현답을 들려줬다. 아우라가 느껴지는 답변이다.

“많은 배우들이 저랑 비슷하게 생각할거에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 긴장하는 이유는 나라는 배우가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거든요. 이런 고민을 하는 배우들이 은근히 많아요. 솔직히 저만 잘하면 되요. 촬영장에서 행동의 오류를 범하거나 분위기를 해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아요.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 보다는, 어떤 역이 주어져도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적이나 평가는 그 다음 일이 아닐까요?"

천의 얼굴을 가진 정해균의 눈에서 연륜이라는 지혜가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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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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