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관심이 그렇게 고픈가 [이슈&톡]
2018. 12.03(월) 18:17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자신의 상품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

노이즈 마케팅의 사전적 의미다. 이 마케팅은 '욕을 먹을수록 잘 팔린다'는 걸 원칙으로 한다. 욕이라도 먹어야 시장에서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스크래치만 남는다. 때문에 상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을 때 편법으로 쓰인다.

래퍼 산이가 신곡을 홍보하는 방식을 보면 이 마케팅의 전형이 떠오른다. 요즘 그는 관심이 고프다. 곡 '페미니스트'를 통해 메갈, 워마드를 공격함으로써 감정 싸움으로 비화된 이슈인 ‘젠더 갈등’을 건드렸고,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노이즈 마케팅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그 중에서도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집중한다. 산이의 최근 곡들이 딱 그렇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어떤 수법을 쓰든 상품이 팔려야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은가. 누군가가 한 곡이라도 더 스트리밍 해주길 바라는 산이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가 자신을 대한민국 모든 남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있다. 여성 전체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단순성에서 비롯된 문제는 차치하도록 하자. 진짜 문제는 산이의 자기 모순에 있다. 친절하게 설명까지 첨부한 곡 ‘페미니스트’에서 이 모순이 엿보인다.

산이는 모든 논란의 시발점이 된 ‘페미니스트’에서 페미니즘을 노골적으로 저격했다. 무언가를 제대로 비판을 위해서는 이해가 필요한 법. 페미니즘에 대한 그의 이해도는 어느 정도인 것일까.

산이는 이 곡을 통해 데이트 비용 부담에서 여성 보다 남성의 파이가 더 큰 점, 군입대 문제 등을 지적했다. 부당한 사회적 관습과 제도는 남성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으니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교 사상과 가부장제도의 피해자에 남성이 포함된다는 점 역시 공감한다.

그런데 이 곡의 제목이 ‘페미니스트’라는 점에 주목하자. 남성 차별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페미니스트들을 저격, 비판하는 게 이 곡의 주된 내용이다. 산이는 #미투를 지지한다면서도 이를 합의된 관계로 해석하거나 폭로자를 꽃뱀으로 바라보는데 더 포커스를 맞춘다. 신혼집을 반, 반 부담하지 않는 여자들에게도 불만을 토로한다. 가사에 따르면 미투를 폭로하거나, 혼수를 공평하게 부담하지 않는 여자는 페미니스트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적어도 이 곡을 발표하기까지, 산이는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는 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결국 산이의 모순이 발목을 잡았다. 아니, 진짜 속내가 들통났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의 진짜 관심은 페미니즘도 남성 차별을 성토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관심을 받는 것이 목표다.

그는 곡이 화제가 된 후 오랜 팬들 일부가 등을 돌리자 착찹한 마음이었는지 돌연 곡의 화자를 자신이 아닌 제 3자라고 소개했다. 설명의 요지는 이렇다. '화자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을 겨우 한 권만 읽은 사상이 편파적인 남성이며, 여자 편을 드는 척 하지만 피해 의식에 젖어있는 사람'이다. 또 브라 안하고 겨털 안 미는 이들에게 ‘진보적 여성 같애?’라며 조롱한 것도 자신이 아닌 제3의 화자란다.

이 곡의 비판 대상이 여성(혹은 페미니스트)이라는 건지, 남성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면서 대뜸 메갈, 워마드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체 산이가 비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팬들까지 비난에 가세하자 두려움에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산이의 설명을 최대한 믿는다는 전제 아래, ‘페미니스트’가 진정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모순적 태도를 비판하는 곡이었더라면 왜 그는 여성 혐오를 비판하는 제리케이와 슬릭에게 그토록 열을 올린 것일까. ‘기회주의자’로 비난할게 아니라 오히려 공감해줬어야 될 일 아닌가. 남성 차별에 대한 문제는 가부장제도를 언급하며 그 본질을 보면서, 왜 페미니즘은 단순 현상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일까.

‘페미니스트’가 그런 곡이 아니라며 구구절절 해명하던 그는 최근 남성들의 지지 여론이 커지자 공연장에서 또 한번 페미니스트를 저격했다. 여성 관객들의 야유가 이어지자 "여기 온 워마드, 메갈 너네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다. 페미니스트 NO. 너넨 정신병”이라고 외친 것이다. 역시 산이에게 자신을 반대하는 모든 이는 ’워마드=메갈=페미니스트’다. 그런데 어찌 그 곡의 가사가 자신이 아닌 제 3자란 말인가.

남성 혐오을 거부한다며 여성 혐오를 드러내는 산이. 혐오가 혐오를 부른다는 걸 산이가 모를 리 없다. 그에게 필요한 건 오직 관심이고, 예상대로 역시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사랑 받으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산이, SNS]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