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K컬처, 세계에서 한류가 각광을 받으면서 등장한 대한민국 문화 예술을 일컫는 신조어다. 쉽게 말해 한국의 대중문화라 할 수 있겠다. 대중문화는 대중이 형성하는 문화이니, 한국의 대중문화는 한국의 대중, 사람들로부터 비롯된다. 한국이란 특유의 색을 띤 사람들이 만들고 즐기고 향유하는 것들이 하나로 아우러질 때 드러나는 고유한 생김새를, 우리는 ‘K컬처’라 한다.

12월 초 이전까지, 이 ‘K컬처’라는 건 영화나 드라마, 가요, 문학 등, 문화예술계에서만 만들어지고 또, 발견되는 현상인 줄 알았다. 다시 말해, 대중의 삶에 끼치는 실질적인 영향이란 자부심이나 자긍심이 충만해지는 정도일 뿐, 정치나 사회 현상에까지 힘 있는 존재감을 과시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날 이후, 어떤 경우에서도 상황에서도 반복하지 말아야 했을 역사적 과오를 저지른 국가 원수에게 분노한 한국 국민이 밖으로 뛰쳐나오며 손에 쥔 게, 다름 아닌 응원봉이라는 것. 시위라는 형태로 함께 모여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모아 부른 노래의 대부분이, 다름 아닌 K팝이었다는 사실은, K컬처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새삼 생각해 보게 하는 무엇이었다.

이를 지켜본 해외 유수의 언론이 보인 반응도 마찬가지. 일촉즉발의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정작 그들이 목격한 건 저마다의 특색을 갖춘 깃발을 든 사람들이, 원래대로라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장에 가지고 가야 했을 응원봉을 흔들며 울려 퍼지는 K팝을 따라 부르는, 마치 어느 축제의 현장과도 같았다고.

그렇다고 만들어내는 물결이 거세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거세었는데, 이에 화답하듯 연예계 주요 인사들이 보내온 응원과 지지의 마음도 함께 주목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위해, 박찬욱 감독은 집회 현장 인근 베이커리에서 당일 만들어진 모든 빵을 구매했고 가수 아이유는 식사를 위한 국밥 몇 백 그릇을 미리 결제해 놓았으며 그룹 소녀시대의 유리는 다량의 김밥을 구매해 놓는 등, 상당히 흥미로운 장면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는 익히 보고 듣던, 시위의 모습, 시위가 지닌 보편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K컬처를 기반으로 한, K컬처의 정체성을 지닌 시위의 특수한 모양새였다. 결국 K컬처는 한국의 대중을 주체로 삼은, 한국의 대중에 의한 것으로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평안할 때나 위험에 처했을 때나, 어떤 이유로든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할 상황에 그 위력이 최대치로 발휘되며, 이번이 그러한 경우에 속했다. K컬처의 정체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으니 와중, 유익한 점이리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