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곽경택 감독이 ‘소방관’으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개봉을 앞둔 현재까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졌다.

4일 개봉되는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은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곽경택 감독은 ‘소방관’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연출에 임했다. 감히 일반 사람의 생각 범주 안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큰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는 소방관들을 다룬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곽경택 감독에게 큰 무게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방관 6명이 희생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인 만큼 곽경택 감독의 어깨는 무겁기만 했다. 실화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은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명확했다. 곽경택 감독은 “내 상상력을 자꾸만 제한하게 된다. 내가 창작자의 영역이랍시고 말도 안 되는 걸 하고 있지는 아닌지 스스로를 틀에 가둬두고 뭘 못하겠더라. 시나리오 각색을 계속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곽경택 감독은 “물론 장점도 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하면 베이스가 튼튼하다. 튼튼한 받침대가 있기 때문에 그 위에 어떤 집을 지어도 잘 안 허물어진다”라고 덧붙였다.

곽경택 감독이 우선적으로 한 일은 소방관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조사하는 일이었다. 곽경택 감독은 “사실 이 전까지만 해도 소방관은 다 같은 소방관인 줄 알았다. 구급대와 진압대로 나뉘는 줄 몰랐다. 장비 이름이라던지 호출하는 방식이라던지 이런 것들을 알아야 제가 글을 쓰지 않나. 그 공부를 먼저 했다”라고 했다.

생존자와 유족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까 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곽경택 감독은 “영화를 위해 그분들의 힘든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파고들수록 곽경택 감독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처참한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고, 불길이 치솟는 현장에서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사람을 꺼내와야 하는 등 소방관들이 그런 현장들을 수습하면서 입은 마음의 타격들을 어떻게 치유하는지 궁금했다고.

이에 대해 곽경택 감독은 “제가 소방관 분들의 모습을 캐치하려고 했을 때 제가 이거구나라고 했던 게 뭐였냐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이다. 그게 제일 가슴 아팠다. 우리나라에 카운슬링 시스템이 잘 돼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면서 “그분들의 공통점은 각자 자가치료하면서 버티고 있는 거다.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에게 제가 취재하고 상상했던 각자 버티는 모습을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소방서 풍경으로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공공기관이라고 보기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름한 소방서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단숨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이에 대해 곽경택 감독은 “소방서 대기실 있지 않나. 그건 고증대로 한 거다. 당시 그 사건에 투입됐던 생존 소방관으로부터 대기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형태로 길쭉하고 평상처럼 놓인 구조를 만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곽경택 감독은 “그렇지만 그건 2001년이지 않나.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그나마”라면서 “항상 그 안에는 쾌쾌한 냄새가 있었다더라. 밖에서 내내 연기에 찌든 상태로 몸이든 옷이든 머리카락이든 왔다 갔다 하니까 항상 그 냄새가 있다더라. 배우들의 표현을 빌려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소방관만큼이나 영화의 중요한 주인공이 있다. 바로 불이다. 화재 현장을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구현하고 그걸 카메라에 올기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곽경택 감독은 “불이 정말 어려운 건 컨트롤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불은 태우는 게 뭐냐에 따라서 연기 양과 화염의 모양이 다르다”라고 했다.

이어 “의도한 바가 연기인데 연기는 별로 안 나오고 화염이 더 나오면 안 되지 않나. 뭘 어떻게 태워야 우리가 원하는 화염의 형태가 나오는지 어디까지는 실사로 가고 어디서부터는 CG로 보강을 했다”라고 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촬영에 들어갔지만, 화재 현장 촬영할 때마다 곽경택 감독은 초긴장 상태였다. 그는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고 프레임이 움직이는 밖에는 소화전을 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소방차도 항상 대기했었고. 구급차도 대기했었다. 누가 다치면 제 책임 아니냐. 그런 일이 없게 하려고 되게 애를 썼다. 촬영 끝나고 나서는 마지막 화재 신 마치고 녹초가 되더라”라고 했다.

촬영 완료 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소방관’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곽경태 감독은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메시지가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기억 하자라는 의미여서 다른 작품 할 때보다 자세가 무거워진 것 같다”면서 “마냥 들뜨고 신난 느낌보다는 조심스럽다”라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소방관’은 제작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에게 더 겸손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네가 열심히만 한다고 네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네가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그 계획이 계획대로 가는 것도 아니다’라고요. 감독이기도 하지만 자연인으로서도 저를 성장시키는 작품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진 셈이죠. 이 작품 운명대로 결과가 나타나겠죠.”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