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가수 박재범이 ‘박재범만 할 수 있는’ ‘제이팍 스타일’의 곡들을 담은 새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박재범의 여섯 번째 정규앨범 ‘더 원 유 원티드’(THE ONE YOU WANTED)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열렸다.

‘더 원 유 원티드’는 지난 2016년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박재범에게 ‘올해의 음악인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상’을 수상하게 해준 앨범 ‘에브리씽 유 원티드’(EVERYTHING YOU WANTED)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박재범표 알앤비 앨범이자, 지난 2019년 낸 정규 5집 ‘더 로스 레스 트레블드’(The Road Less Traveled) 이후 약 5년 반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박재범은 “8년 만에 알앤비 앨범을 내는 거다. 그동안 음악을 작업하면서 피처링을 포함해서 400곡 정도를 냈다. 정말 다양한 작업들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내 커리어에서 많은 분들이 ‘대표하는 작업물’이라고 하는 게 2016년 나온 알앤비 앨범이다.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았고, 실적도 좋았고, 상도 많이 받아서 알앤비 앨범을 내려고 계획을 했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해서 이게 계속 연기가 됐다”라고 했다.

오랜 시간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었다. 그는 “16~17년차 가수로 사람들이 계속 날 찾아주는 게 감사한 일이다. ‘이것도 좋은 일’ ‘이것도 좋은 일’ 하면서 하다 보니 스케줄 표가 꽉 찬다. 나도 사람이라서 체력이 안 됐다. 그래서 올해는 의식을 하고 노력을 해서 스케줄을 비워야겠다고 해서 앨범을 끝냈다”라고 설명했다.

모어비전을 새우고 처음으로 대형 프로젝트 앨범을 내는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드디어 알앤비 앨범이 나와서 후련하고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게 있다. 팬들도 재미, 즐길 수 있는 계기와 명분이 생겼다. AOMG에서는 낸 작업물이 많다. 모어비전에서는 없었는데 이런 대형 프로젝트, 작품성 있는 앨범이 나와서 모어비전에서 함께하는 분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앨범이 생겨서 여러모로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앨범은 ‘가나다라’(GANADARA, feat. 아이유) ‘택시 불러’(Taxi Blurr, feat. 키스오브라이프 나띠) ‘예스터데이’(Yesterday) 등 선공개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곡들을 포함해 총 20개의 트랙으로 구성됐다. 신곡 9곡과 기존 발매곡 11곡이다.

싱글로 미리 발매하긴 했지만 11곡들도 “처음부터 앨범을 생각하고 만든 곡”이라고 했다. 그는 “한꺼번에 다 내면 사실 요즘은 다 듣질 않는다. 그래서 싱글을 많이 내고 뮤직비디오도 찍고 홍보도 따로 프로모션을 한다. 오늘처럼 9곡을 한꺼번에 다 홍보하는 거랑 개별 홍보를 하는 것이랑 다르지 않나. 2016년에도 싱글을 많이 내고 그걸 신곡으로 묶어 19곡을 냈다. 이번에도 역시 비슷하다. 10곡만 해도 정규로 낼 수 있다. 한 곡만 더 해서 (신곡만으로) 충분히 정규를 낼 수 있었지만 이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 싱글들도 이 작품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거라서 그렇게 묶어서 냈다”라고 설명했다.

또 “사실 내가 20곡 짜리 작품성 있는 앨범을 만들어서 수익적으로 엄청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티스트로서 계속 발전하고 싶은 야망과 욕심이 있다. 회사 대표지만 아티스트로서 지켜야 할 것들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앨범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 뿌듯하다”라고 강조했다.



기존 곡들을 먼저 짚으며 박재범은 “일단 지난 2022년 모어비전을 창립해 첫 곡이 ‘가나다라’였다. 아이유가 피처링을 해줘서 아이유발로 1위를 했다. 두 번째 곡이 ‘캔디’였다. 자이언티랑 같이 했다. 조금 더 템포가 빠른, 재미난 곡이다. 나띠랑 ‘택시 불러’란 곡도 했다. 그 곡으로 10년 만에 음악방송을 했었다. 15살 어린 친구랑 작업을 하니 새롭더라. 나띠도 너무 잘했다”라고 했다.

또 “‘라이크 아이 두’(Like I Do)란 곡은 기존 발매곡이다. 릴스, 틱톡 등에서 사랑을 받았다. 내가 리믹스를 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아 공식적으로 리믹스를 내고 앨범에 실었다. ‘데디케이티드 투 유(Dedicated 2 U)’는 13년 만에 한 팬미팅을 계기로 만든 곡이다. 팬들에게 바치는 곡이다. 팬들 없이 이 자리에 있을 수는 없다. 다만 그동안 내가 팬 서비스 위주의 가수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날 사랑해주는 분들은 이미지가 아닌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팬미팅과 노래 등을 준비했다”라고 했다.

‘니드 투 노우’(Need To Know)는 전통 팝 앨앤비 곡으로 가장 박재범 본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곡이라고 했다. ‘와이’(Why)를 설명하면서는 “내가 이 나이에 갑자기 구찌 앰버서더가 됐다. 특별하게 뭘 하자고 해서 노래를 냈다”라고 했고, ‘러브 이즈 어글리’(Love Is Ugly)를 소개하면서는 피처링을 해준 화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챕터’는 이번 앨범 중 유일하게 박재범의 직접 참여 없이, 타 작곡가의 곡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박재범은 “심아론이라는 어린 싱어송라이터에게 받았다. 내가 쓸 수 없는 가사, 할 수 없는 느낌의 노래인데 그 느낌이 좋아서 내가 불러봤다”라고 말했다.

‘예스터데이’(Yesterday) ‘유어/마이’(Your/My) 등은 간절하고 절실한 가사가 포인트가 되는 곡으로 “내가 가난하든, 부자이든 어제처럼 똑같이 나를 바라보고 사랑해달라는 뜻”이라고 했다.



신곡들은 20초가량 직접 들으며 하나하나 소개했다. 트리플 타이틀곡 ‘김미 어 미닛’(Gimme A Minute)과 ‘메이데이’(Feat. 타이 돌라 사인), ‘피스 오브 헤븐’(Feat. 모어비전 이솔)을 포함해 9곡이다.

“내가 하곡 싶은 음악”들을 모았다며 “연예인이라는 게 많은 분들이 계속 관심을 줘야 하고 나는 관심을 끌어야 한다. 내 정체성을 계속 지키면서 타협점, 밸런스를 잡으며 많은 분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게 굉장히 힘들고 어렵다. 뭘 낼 때마다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지?’ ‘어떻게 듣게 하지?’라는 고민은 그만 하고 싶다. 그래서 이 9곡은 이 알앤비 앨범에서 알앤비 가수로서의 제이팍을 대표하는, 조화가 있는 곡들이다. 작품적으로 봤을 때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해 포함시킨 곡들”이라고 자신했다.

1번 트랙에 담긴 신곡 ‘오x3’(Ohx3)은 두티와 함께 작업한 곡이다. 박재범은 “두티란 어린 친구가 있는데 정말 미성이다. 한국에서 흔히 나오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신예라도 꼭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 KBS2 ‘시즌스 드라이브’ MC를 하면서 유일하게 내가 추천한 아티스트다. 그때 출연도 했다”라며 “첫 트랙인 이유는 20곡이 다 알앤비가 베이스지만 기본적으로 다양한 장르가 있다. 댄스곡, 느린 곡이 있고 조금 자극적인 가사들고 있고 한데 이 곡은 딱 중간인 것 같다. 이 앨범은 이런 분위기를 예상하란 의미에서 첫 트랙으로 했다”라고 했다.

‘메이 데이’는 타이틀 중 하나이자 들었을 때 ‘가장 박재범 같다’라고 할 수 있는 곡이라고 했다. 그는 이 곡을 설명하며 “오랫동안 계속 곡을 내 리스너나 대중이 내 음악 스타일이나 목소리에 익숙할 거다. ‘이런 것들을 7년 준비했어?’ ‘임팩트가 없는데?’ 이런 반응을 예상한다. 하지만 순간적인 임팩트보다 오래 남고 오래 들을 곡들을 만들고 싶다. 유행을 타지 않는 곡들을 만들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또 “(이번 앨범 수록곡들을) 10년 뒤에 들을 수 있는 곡들 위주로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많은 가수 분들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유행, 올드해짐에 예민해지는데 나는 그만큼 내 음악에 자부심이 있고 자신감이 있는 게 6~7년 전에 작업했던 곡들을 이제야 내는 것도 도전이다. 리스크도 크다”라고 강조했다.

이 곡은 오랜 친구이자 음악적 파트너인 차차 말론과 함게 했다고도 했다. 시애틀에서부터 함께 작업했던 친구라고 밝힌 박재범은 “처음에는 왜 무명 프로듀서와 같이 하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K팝 회사들에서 차차를 많이 찾아주고 한다. 오래된 인연과 같이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타이 달라 사인은 카녜 웨스트가 방안 때 데려와 함께하게 됐다며 “좋은 작업이었다”라고 했다.

‘김미 어 미닛’은 청하가 피처링을 한 곡이다. 메인 타이틀곡으로 박재범은 “그래도 이 곡이 제일 임팩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펑키하고 템포도 빠르고 팝스타적인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들어보면 마이클 잭슨, 저스틴 팀버레이크, 어셔 등이 연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청하와의 합에 대해서는 “지난해에 모어비전과 청하가 계약하며 둘이 언제 뭘 하는지, 무대를 언제 같이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많았는데 계기가 없었다. 청하는 여자 솔로 가수 중 퍼포먼스가 강렬한 대표적 가수다. 같이 하면 멋있겠다 싶었다. 영어도 잘하고 해서 같이 해 완성도가 높아졌다”라고 했다.

뮤직비디오에도 큰 자신감을 보였다. 박재범은 “뮤직비디오에도 처음으로 큰 예산을 태웠다. 평소보다. 평소에는 업계에서 가성비 좋은 가수로 많이 알려졌는데 이번에는 남들처럼 예산을 많이 태웠다. 업계 반응을 들었는데 ‘드디어 돈 좀 썼구나’ 더라. 더한 반응을 예상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라며 웃었다.

‘헌드레드 데이즈’(100 Days)는 지난 2018년 즈음 스캇 스톨치란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한 곡이라고 했다. 스캇 스톨치에 대해서는 “90년대부터 유명한 레전드 프로듀서인데 감사하게도 같이 세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피처링에 참여한 YG는 “우리가 아는 그 YG가 아니고 미국 유명 래퍼다. 양 회장님이 피처링을 해주셨으면 너무 감사했을텐데 미국 유명 래퍼다. 감사하게도 공통적인 지인이 있어서 피처링을 받았다. 너무 잘 어울린다. 피-로(P-Lo)는 샌프란시스코 유명 래퍼다. 웨스트 코스트 느낌으로 곡을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아모피아노 장르의 ‘십 오나 릴 섬’(Sip ona Lil Sum’)은 그룹 에스파의 닝닝과 함께한 곡이이라고 했다. 과거 중국에서 함께 프로그램을 하며 프로그램 안에서 작업을 하게 됐는데 그때 목소리 톤이 예쁘고 실력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박재범은 “나중에 제대로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요청을 했는데 이번에 감사하게도 목소리를 내주셔서 잘 나왔다”라며 고마워했다.

‘포런’(Foreign)은 2017년 작업한 곡이라고 했다. 박재범은 “곡이 너무 좋아서 아끼고 있었다. ‘쇼미더머니11’에 같이 프로듀서로 나왔던 슬롬이랑 같이 작업했다”라고 했다. ‘네버 어게인’(Lever Again) 역시 3~4년 전에 만든 곡으로 차 차 말론과 함께 작업한 곡이라고 했다. 몇 년 전 이 앨범을 마무리 지으려고 작업했다가 실패해 나온 곡이라고 설명했다.

‘리콜’(Recall)은 함께 엠넷 ‘고등래퍼4’를 한 웨이 체드란 가수와 아메바컬쳐의 따마가 작업해서 박재범에게 피처링을 요청했던 곡이라고 했다. 박재범은 “곡이 너무 좋아서 내게 달라고 했는데 둘이 상의하더니 ‘박재범 혼자 부르면 더 잘 되겠다’라고 해서 날 줬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 싣게 됐다”라고 했다.

마지막인 ‘피스 오브 헤븐’은 연습생인 이솔이 보컬로 참여한 곡이다. 박재범은 “모어비전을 창립한 이유는 아이돌 제작이었다. 우리 여자 연습생 이솔이 피처링을 했다. 이 연습생을 선택한 이유는 이 친구가 오디션 때부터 하는 말, 태도 등이 되게 간절했다. 간절하고 이거 없으면 안 된다는 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이 곡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당연히 실력도 갖춰져 있었다. 목소리 톤도 너무 잘 어울리는 톤이고 알앤비도 잘 소화하는 친구”라고 자랑했다.

이 곡은 “‘희망을 잃지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차 차 말론과 함께한 곡인데 코로나 시기에 많이들 힘들어 하던 시기에 쓴 곡이다. 그래서 되게 홀리하다”라고 덧붙였다.



세 곡의 타이틀 곡을 내세웠지만 거기에 매일 생각은 없다고 했다.그는 “아무래도 내가 앨범을 냈을 때 ‘이게 타이틀곡’ ‘이건 히트를 쳐야 해’ 생각하는 가수는 아니다. 타이틀곡의 의미가 물론 중요하지만, 막 엄청나게 다른 분들처럼 무게감이 있지는 않다. 앨범 전체를 사람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후 ‘김미 어 미닛’은 뮤직비디어를 찍고 퍼포먼스가 있기 때문, ‘메이데이’는 가장 내 취향이기 때문, ‘피스 오브 헤븐’은 회사에서 추천을 해서 타이틀곡으로 세웠다고 했다.


이번 앨범으로 받고 싶은 특별한 평가는 없다고 했다. 다만 ‘이거 제이팍 스타일인데?’라는 말을 또 듣고 싶다고 했다.

그는 “6, 7년 된 오래된 곡들을 지금도 자신 있게 낸다는 게, 이런 음악 스타일은 나밖에 못 한다는 자신감이 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한 스타일이나 한 장르를 이렇게 계속 발전시켜 왔다”라며 “이런 스타일은 나밖에 못해서 많은 분들이 찾아 들어주지 않을까 싶다. 한꺼번에 찾지 않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가수나 스타일이 없어서”라고 자신했다.

또 “‘이거 제이팍 스타일인데?’ 이렇게 말했을 때 큰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내가 장르가 된 것이고 완성도 있는 앨범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제이팍 스타일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모어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