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아무리 승리의 역사라고 해도 잊히면 과오는 되풀이된다.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 기억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뜨거웠던 촛불 역사를 담은 '나의 촛불'의 주진우, 김의성 감독이다.

10일 개봉되는 영화 '나의 촛불'(감독 김의성 주진우·제작 주기자)은 진보와 보수의 인터뷰이들과 함께 대한민국 최초, 김의성X주진우가 2016년 촛불광장의 비화를 기록한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다. 주진우 기자가 배우 김의성과 함께 다큐멘터리의 연출을 맡았다.

왜 두 감독은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 광장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기록에 있었다. 김의성 감독은 "2018년 여름쯤 우상호 의원이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서 촛불 탄핵과 관련된 정치권 뒷 이야기를 한 걸 들었는데 너무 재밌더라"면서 "그 이야기들을 모아서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제가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주진우 감독은 처음 김의성 감독에게 영화화 제안을 들었을 때 "그게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단다. 그렇지만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유례없는 촛불 탄핵에 대해 제대로 기록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김의성 감독과 함께 영화화를 결심했다는 주진우 감독이다.

'나의 촛불'은 "박근혜를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탄핵 가결되기까지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담았다. 또한 두 감독은 정치권을 대변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여론을 대변하는 광화문 광장을 대조하는 형식으로 구성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의성 감독은 "여의도와 광화문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성해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두 감독은 그때를 기억하는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주진우 감독은 "그때 정치권 움직임은 어땠는지 담고 싶었다. 그 당시 주요 정치인이 섭외 대상이었다. 시민들의 외침이 정치권에 갔을 때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그 반대에 있었던 국민의 힘, 또 국민의 당과 정의당은 어땠는지 관련 정치인들을 모시려고 했다"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JTBC의 손석희 사장 인터뷰는 '나의 촛불'에서만 볼 수 있다. 유일무이하게 손석희 사장의 촛불 탄핵과 최순실의 태블릿 PC에 대한 인터뷰를 담았다고. 또한 현재 대선후보가 된 국민의 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인터뷰도 만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시 광화문 광장 연설 장면도 담았다. 이에 대해 주진우 감독은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분들이 촛불 때 어디에 있었는지가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이들보다 더 인상적인 건 평범한 시민들의 인터뷰다. 그 기억의 조각들은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만들었던 촛불의 기적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김의성 감독은 "일반 시민들의 경우 주진우 기자와 제 개인 SNS를 통해서 촛불의 기억을 적어 보내달라는 글을 올렸다. 저희에게 온 사연들 중에서 특이한 경험을 하신 분들을 따로 섭외해서 인터뷰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진우 감독은 "시민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역사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그 국민이 정치를 움직였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했다.

촛불 탄핵으로 진행된 장미 대선을 지나, 이제 새로운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앞둔 지금. '나의 촛불'은 대선 정국과 맞물려 개봉하는 탓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아야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당초 2020년 봄 개봉이 목표였지만, 코로나 19 여파로 일정이 연기됐다.정치적 의도에서 계획된 일정이 아니란 이야기다. 특히 주진우 감독은 "촛불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없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없이 한 목소리를 내줬다"고 강조했다.

두 감독이 '나의 촛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였다. 국민들이 만든 아름다운 촛불의 역사를 잊지않고 기억하는 것이 '나의 촛불'을 만든 이유였다. 주진우 감독은 이에 대해 "저는 국민들이 우리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그 당시 촛불을 들지 않았던 시민들도 보고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구나, 우리가 아름다운 역사를 만든 기억이 있구나'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주진우 감독은 "지금 사람들이 촛불집회를 50년 전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불과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다"면서 "나라와 나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시간을 '나의 촛불'과 함께 했으면 한다"고 했다.

'나의 촛불'은 기억의 힘을 믿는 주진우, 김의성 감독이 정치의 계절에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사람마다 그 편지를 어떻게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뤄냈던 아름다운 역사를 오래도록 기억되길 소망해 본다.

"촛불은 역사이자 자부심입니다. 제가 촛불 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는데 '우리 국민들이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 정말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천재적인 결정으로 이 나라를 살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국민들 하나하나의 위대함에 감탄했습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나의 촛불', 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