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로서 살아갈 삶의 소중한 자양분이 됐어요."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극본 이강·연출 송민엽)은 1980년 5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연인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저 행복하게 살았을 많은 이들을 따스하게 위로하는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라면 강렬하지만 슬픈 눈빛을 띈 계엄군 청년의 얼굴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권영찬은 주인공 황희태(이도현)의 친구이자 학생운동 도중 강제 입대를 당해 계엄군이 된 김경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데뷔한 권영찬. '오월의 청춘'은 그의 첫 지상파 드라마 출연작이었다. 그는 "아쉽지만 뿌듯하고, '오월의 청춘'이라는 작품에 내가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일 따름이다. 너무나 행복한 추억이 될 것 같다"라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1996년 생인 권영찬에게 5.18 민주화운동은 다소 먼 옛날이야기였다고. 그는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어쩌면 그 비극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평범하게 지냈을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점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를 보며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고, 그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했다"는 것이다.

권영찬은 자신이 연기한 김경수 캐릭터를 "제일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이 잡혀가 억지로 입대를 했고, 그 결과 광주에서 학생운동을 하는 또 다른 사람들을 잡아야 한다는 상황에 놓인 것이 너무나 비극적이지 않느냐. 제일 보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워낙 많은 감정이 뒤섞인 인물이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표현을 하려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존재하던 시대의 누군가,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경수'들을 생각하며 연기를 했다. 또한 실제 사건을 겪으셨을 분들은 드라마를 보시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실 거라는 생각에,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야 했다"라고 말했다. "좀 더 감정을 표출하거나 극적으로 연기를 해내며 배우로서의 역량을 입증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결국은 상황과 인물을 이해하고 내 진심을 담는 것이 우선이었다. 연기 욕심을 버리고 작품에 녹아들려 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생애 두 번째로 출연한 드라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권영찬. 그는 23살 다소 늦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영화를 좋아하고 배우를 동경하던 마음이 점점 커졌고,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직업을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권영찬은 "1학년을 마칠 무렵 무작정 친척 형이 찍어준 프로필 사진을 들고 제작사들을 찾아다녔고, 최종 오디션에 합격해 '보건교사 안은영'에 출연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그를 본격적으로 이끌어준 것이 지도교수 이범수라고. 권영찬은 "교수님이 연기를 비롯해 연기 외적인 것들도 많이 교육해 주셨다. 처음 캐스팅이 됐을 때도 정말 좋아해 주셨고, 이후 활동에 어려움을 겪자 소속사에 들어올 것을 제안해 주셨다"며 이범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현재 이범수의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데뷔 한지 1년 남짓, 신인 배우에게는 매일이 신기하단다. "이제는 SNS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다. 일일이 답변을 드릴 수가 없을 정도라 신기하고 감사하다. 팬클럽도 생겼다"며 웃어 보였다. 미국, 호주에 거주하는 친척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그의 얼굴을 보고 연락을 하고, 부모님과 누나는 매일 '오월의 청춘' 재방송을 틀어 놓으시는 등 색다르지만 행복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배우는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대중들에게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작품, 캐릭터를 만나 빨리 다시 인사드리고 싶어요. 건강한 생활을 하고, 건강한 정신을 바탕으로 모든 작품에 진심을 담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