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유쾌하게 아내에 대한 러브스토리를 풀어놓다가도 작품에 대해선 누구보다 진중하다. 특히나 코미디를 향한 애정이 아내에 대한 사랑 못지않다. 코미디 장르에 진심인, 천상 코미디 감독 이계벽 감독이다.

이계벽 감독이 새로운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야수와 미녀' '남쪽으로 튀어' '럭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 이어 벌써 다섯 번째 코미디 작품이다. 앞선 작품들에서 이미 그만의 코미디 감성이 먹힌다는 건 검증된 바, 이번 작품에선 또 어떤 유머를 담아낼지 영화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일단 제목부터 특이하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새콤달콤'(감독 이계벽)은 매번 해도 어려운 연애지만 그 새콤달콤한 연애의 맛에 빠져버린 세 남녀 장혁(장기용), 다은(채수빈), 보영(정수정)이 펼치는 로맨스 영화다. 이에 대해 이계벽 감독은 "제목을 생각할 때 내 앞에 있었던 간식 중 하나가 새콤달콤이었다. 드셔보면 아시겠지만 새콤달콤이 새콤하고 달콤한 두 가지 맛이 있지 않냐. 동시에 금방 없어지기도 한다. 또 다시 새로운 걸 찾게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캐러맬인 것이다. 그런 점이 내가 하고자 하는 지금의 이야기와 어울린다고 생각해 제목을 이렇게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계벽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연애의 맛'에 대해서도 유쾌하게 답했다. 그는 "전 공식적으론 연애를 한 번밖에 하지 않은 사람이다. 아내가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그렇기에 연애의 맛은 한 가지 맛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하면 연애의 맛은 '매운맛'인 것 같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계벽 감독은 연달아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건 인간미가 있는 이야기"라는 이계벽 감독은 "사실 저도 '승리호' 같은 SF도, '곡성' 같은 무서운 영화도 찍을 수 있다. 그것도 웃기게 찍을 수 있다. 기회가 올지는 모르지만, 어떤 장르가 됐던 결국 하고 싶은 건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인 것 같다. '새콤달콤' 역시 그렇다. 요즘 청춘들이 사랑할 시간도 없이 정말 바쁘게 살아가는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를 만듦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에 대해선 "현장에서 캐치하는 포인트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나올 때가 있는데, 특히나 코미디 영화에선 이게 무척 중요하다. '새콤달콤'도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바뀐 영화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똑같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이 달라졌다. 덕분에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풍부한 영화가 완성됐다"고 덧붙였다.


'새콤달콤'은 일본의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이계벽 감독은 "원작을 의식하며 이번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저 이 구조가 갖고 있는 재미가 있어서 그것만 가져온 거지, 기저에 깔린 건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여느 작품을 쓸 때와 다를 바 없이 중심이 될 감정을 캐치하려고 노력했고, 특이한 스토리 구조를 내 식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결국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원작의 가장 큰 요소였던 반전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이계벽 감독은 "혹여나 미리 스포일러가 될까 걱정은 안 됐다. 개인적으로 반전이 놀랍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금방 예측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반전보단 그 과정이 어떻게 하면 더 공감이 될까에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만들어낸 스토리답게 주인공도 달라졌다. 많은 변화가 있다기보단 디테일이 생겼다. 원작의 남자 주인공이 그저 사회 초년생에 불과했다면 장혁은 건축 설계사라는 직업을 얻게 됐고, 다은 역시 간호사라는 명확한 직업이 생기게 됐다

두 직업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이계벽 감독은 "제가 조사를 해봤을 때 대기업으로 많은 파견을 나가게 되는 직업이 건축 혹은 디자인 설계 쪽이더라.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요즘 들어 특히 고생하시지 않냐. 물어보니 가장 힘들어하시는 부분이 3교대더라. 개인 생활이 힘들어지다 보니 연애를 하기도 힘들어진다고 들었다. 젊은 세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해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계벽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엔 "제가 집사람한테 '너한테 바치는 장면이야'라며 보여준 장면이 있는데, 다은이가 혁이에게 '언제 와' '어디야'라고 묻는 장면이다. 정말 많은 연인들이 하는 말이다. 저도 정말 많이 들은 말이다. 정말 무시무시한 말이다"라며 농담과 함께 답했다.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큰 애정을 쏟으며 완성한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탓에 극장 개봉에는 실패했다. 이계벽 감독은 "아쉽다기보단 미치도록 그립다. 특히나 관객분들의 웃음소리가 그립다. 많은 분들과 호흡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넷플릭스 공개의 장점도 있다"라며 "아주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다. 마치 새로운 회사에 취직한 느낌이다. 그동안엔 영화를 만들 때 한국 관객분들과 내 주변 분들과 소통하려고만 생각했다면, 이번엔 전 세계 분들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여주시는 게 굉장히 새로웠다. 내 이야기가 과연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보일 수 있을까, 이런 걸 과연 이해해 주실까라는 생각조차 못 했는데 호감 있게 봐주셔서 신기했다"라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이계벽 감독은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정말 많지만, '새콤달콤'은 그중에서도 독특함이 있는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가 주로 하는 이야기가 좋은 사랑에 대한 것인데, '새콤달콤'은 완벽한 이별에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독특함이 있는 영화로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