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일 애매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연예인이 아닐까. 가치를 잴 수 없는 스스로의 존재를 가지고 유형의 가치인 돈을 버는 업종이다 보니 때때로, 아니 상당히 많은 순간, 가치를 잴 수 있는 상품으로 취급받는 게 당연하다 여겨지는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작은 사생활 하나까지 노출되고 공유되며 작은 실수 하나도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에 불만을 내놓으면 사람들은 말한다. 그럴 거면 직종을 연예인으로 선택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너희들이 얻는 소득 속에 포함된 스트레스이며 이것 자체를 부러워하는 무명의 연예인들도 있다고. 즉, 배부른 투정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표식이겠다. 대중의 사랑이 곧 수익 창출과 연결되는 게 연예인이란 직종이다 보니 얼핏,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꾸중 마냥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연예인이 생을 영위하는데 혹은 부를 축적하는데 일조했다고 해서 그들의 삶을 소비해도 되는 게 마땅할까.

그들은 사람들이 마음을 돈으로 환산하여 마음껏 지불할 만한 연예인이란 또 하나의 이미지를 생산한 것 뿐이지, 본인의 존재 자체를 매물로 내놓은 것이 아니다. 연예 산업이 그들을 아무리 상품으로 대한다 해도, 대중과 동일한 사회구성원으로서 그들의 실제적 삶 또한 존중받고 보호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까닭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변함 없는 사실을 종종 간과한다. 연예인을 시작한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따라붙어야 하는 계약 조건처럼, 사생활을 비롯한 그들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우리로 하여금 아무렇게나 소비할 수 있게끔 내놓아야 한다고 아주 당연하게 여기고 만다. 자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도의적 책임이 결여된, 저급한 자본주의적 논리이자 사고방식에 푹 절여 있는 탓이다.

심지어 연예인의 삶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어, 그것을 대중이 꼭 알아야 하는 진실인 것처럼 퍼뜨리는, 나름 정의의 사도 행세를 하는 존재도 등장했다. 역설적인 건 정작 이들에게 해당 이슈의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끄는 화젯거리가 될 수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주요 관심사일 따름이다.

해당 존재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대표적 소동 혹은 물의를 들자면, 배우 전지현과 그녀의 배우자 사이의 불화를 언급하며 이혼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겠다. 이로 인해 전지현의 배우자는 ‘전지현 남편 하고 싶다’는 ‘웃픈' 반박을 해야 함은 물론, 전 집안이 총력을 기울여 대응했는데, 정작 그들이 보인 반응이란 ‘아니면 말고’에 불과했다.

어쩌면 우리가 연예인의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아니면 말고’, 그래, 한 발 양보하여 ‘아니면 다행이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순간의 흥미와 호기심을 채우는데 소비될 뿐인 재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때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연하게 찾아와 또아리를 틀어버린 이러한 논리와 사고방식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누군가를 상품으로, 소비될 대상으로서 대하는 세계는 언젠가 우리 자신의 존재와 삶 또한 그리 대할 테니까. 연예인과 연예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을 새삼, 재점검해 보아야 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가로세로연구소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