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아역으로 시작해 연기 경력 벌써 10년. 긴 세월 동안 곽동연은 차근차근 성인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렇게 '빈센조'에 다다른 곽동연은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당당히 자신만의 존재감을 피력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됐다.

지난 2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연출 김희원)는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 최종회는 무려 14.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가 하면, OTT 티빙에서도 실시간 인기 프로그램 1위에 연달아 오른 바 있다.

곽동연은 '빈센조'를 향한 뜨거운 관심에 대해 "요즘 많은 분들이 저마다 가슴에 답답함을 갖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그런 응어리진 부분을 빈센조(송중기)가 때려 부숴주는 데에서 오는 쾌감 덕분에 저희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저희 작품만이 갖고 있는 유쾌한 개그 코드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같다"고 말했다.


극 중 곽동연은 실질적인 바벨그룹의 회장인 장준우(옥택연)의 동생 장한서 역을 맡았다. 장한서는 빈센조로 인해 큰 변화를 맞게 되는 인물 중 하나다. 당초 장한서는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장준우 앞에서 늘 주눅이 들어있는 악인이었지만, 극 후반 빈센조와 공조해 장준우의 뒤통수를 치며 입체적 캐릭터로 변모했다.

곽동연은 "한서는 시작과 끝이 굉장히 다른 인물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며 "초반부엔 일생의 억압 속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독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중후반부터는 빈센조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희망을 느끼는 점에 신경 썼다. 후반부에서는 빈센조와 완전히 교류를 하게 되며 성장하는, 또 인간다워지는 한서를 그려내려 노력했다"고 연기하는 데 있어 신경 쓴 부분에 대해 털어놨다.

변화가 큰 인물이었지만 연기하는 데 있어 부담은 없었다고. 오히려 "설렘이 더 컸다"는 곽동연은 "많은 모습을 꺼내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스스로 도전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에선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런 변화의 과정이 대본 상에 잘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 있어 수월했다"며 "다만 대본이 의도한 대로 내 연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오해의 소지 없이 그 인물의 성장기가 그대로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곽동연은 언제부터 이런 반전에 대해 알고 있었을까. 그는 "미팅 땐 한서가 빈센조를 만나며 옥죄이던 삶에서 벗어난다는 설정만 알고 있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저 역시 본 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의 마음으로 대본을 기다렸다. 너무 재밌고 예측이 안 되더라. 그런 내용이 나올 때마다 이런 스토리를 완성해 주신 작가님께 박수를 쳐드리고 싶었다"라며 '빈센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곽동연은 대본을 기다리면서 본인만의 엔딩을 상상하기도 했단다. 그는 "한서가 빈센조의 조언을 따라 아주 유능한 CEO가 되어서 바벨을 최대한 정상화시키는 엔딩을 상상해봤다. 수많은 자금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결말인 것이다. 그런데 전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기 보단 납득할만한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시청자분들께도 만족스러운 결말이라 장담할 수 있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빈센조'는 곽동연에게 있어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극 중 장한서가 그랬던 것처럼 곽동연 스스로도 드라마를 통해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그는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돈 것 같은 느낌"이라며 "많은 것들을 알게 모르게 배운 것 같다. 뛰어난 선배님들과 연기를 하면서 교과서를 보는 느낌도 들었고, 배우 개인으로서도 '현장에서의 정말 좋은 애티튜드란 저런 거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곽동연은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일기를 쓰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그는 '빈센조'를 끝내고도 일기장에 개인적인 종영 소감을 적어봤다며 "원래 같았으면 꽤 길고 아쉬운 내용들로 가득 채웠을 텐데 '빈센조'는 달랐다. 되짚어보니 현장이 너무 행복했다. 때문에 이번 내용은 심플했다"면서 "'너무너무 행복했고 이 행복감을 잘 기억해서 꺼내서 되새기자'라는 말을 적었다"고 밝혔다.

"다만 연기에 있어선 늘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는 곽동연은 "'이 장면에 있어선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들이 늘 남는다. 그럼에도 작품에 폐가 안 되고 잘 묻어 났다는 점은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고 전했다.


연기를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 데뷔 초와 달라진 건 없을까. 곽동연은 "연기한 지 10년이 됐다는 게 너무 놀랍고 부끄럽다"며 "초반 때와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더 좋은 연기를 하고 더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을 뿐이다. 시청자들에게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10년이 지나며 변한 게 있다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 같다"는 곽동연은 "예전엔 막연하게 들이댔던 것 같은데 지금은 배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것 같다.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임과 동시에 제일 잘 하고 싶은 일이라 하는 것 같다. 큰 축복이고 행운이라 생각한다"면서 "마스터피스라고 불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힘이 닿는 대로 하고 싶다. 그전까진 이 직업에 대한 매력을 끊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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