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심심하고 잔잔하지만 괜찮다. 아날로그 감성이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들어 몽글몽글한 여운으로 맺히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다.

28일 개봉된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제작 아지트 필름)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강하늘)와 소희(천우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삼수 생활을 하던 영호는 꿈도 목표도 없이 쳇바퀴 돌듯 일상을 살다가 문득 초등학 초등학교 운동회 때 손수건을 건네 준 동창생을 찾아 나선다. 가까스로 동창생의 주소를 알아낸 영호는 정성스레 쓴 편지를 그에게 보낸다.

소희는 투병 생활 중인 언니 소연(이설)에게 온 편지를 대신 읽어준다. 영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를 궁금해하는 소연을 대신해 영호에게 답장을 쓴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편지는 우연에서 서로의 삶에 위안이 된다. 편지로만 안부를 주고받던 영호와 소희는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하게 된다.

영화는 2000년대 초반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하다. 가로본능 휴대전화와 LP판, 헌책방, 빨간 우체통 등 그 시절을 담고 있는 소품들이 잊고 있던 추억을 소환한다. 영화의 주요 소재인 손편지는 메신저와 SNS로 빠르게 연락을 주고받는 요즘, 그 시절을 거쳐 온 세대들에게는 반가운 추억을 선사한다.

불안한 미래에 흔들리는 청춘들의 모습들은 3040 세대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꿈이 없어 방황하고, 꿈을 포기한 채 현실을 살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20대 청춘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영화는 나아가 영호와 소희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감정을 쌓아나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그려내며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게 아날로그 감성과 청춘의 모습을 담아낸 '비와 당신의 이야기'. 큰 재미도, 큰 감동도 없지만 에필로그에 다다랐을 때 밀려오는 여운만큼은 오랜 잔상으로 남는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지금, 느리지만 그만의 감성이 있었던 그 시절로의 초대. 그때 그 감성이 그립다면, '비와 당신의 이야기' 추천.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