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파일럿 방송에서 호평받아 정규 편성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야심차게 시작한 '나의 판타집', '아무튼 출근' 등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 구세주가 아닌 계륵으로 전락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나의 판타집'은 지난해 8월 파일럿 방송 당시 '판타집'의 현실화 가능성을 제안해보고, 집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기 위한 차별화된 시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출연진 양동근, 이승윤, 허영지는 공간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판타집'은 정규 편성된 이후 출연진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며, 보편적인 관찰 예능으로 바뀌었다. 시청률 역시 평균 4%를 기록했던 파일럿 방송과 달리 평균 2%대의 시청률을 나타내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나의 판타집'은 11회를 끝으로 종영을 맞게 됐다.

MBC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파일럿으로 방송돼 수많은 화제를 낳았던 예능을 대거 정규 편성하는 공격적인 개편을 시도했지만, 동시간대 방송되는 프로그램에 밀리며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모습을 드러낸 '볼빨간 라면연구소'는 '볼빨간 신선놀음'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 1월 정규 편성됐다. 성시경, 하하, 김종국, 서장훈으로 이어지는 특급 MC군단과 블라인드 방식의 평가는 기대감을 높였지만, '윤스테이'의 높은 벽을 뚫지 못했다.

이에 '볼빨간 신선놀음'은 최강창민, 스트레이키즈 리노와 현진, 아이콘 송윤형, 크리에이터 랄랄 등 내로라하는 아이돌들과 셀럽들을 도전자로 등장시키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시청률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각 방송화면

지난달 정규 편성된 '아무튼! 출근'과 '심야괴담회' 이전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 최초 '직장인 브이로그' 형식을 예능 포맷에 적용한 신개념 관찰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은 파일럿 방송 당시 5급 공무원 이규빈 등 주요 출연진들의 생활이 직장인들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첫 방송과 동시에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 것은 물론 순간 최고 시청률 6.2%까지 치솟으며 동시간대 예능 1위로 시청자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매주 화요일 정규 편성에 성공한 '아무튼! 출근'은 다양한 배경의 직장인 출연자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밥벌이 기록과 김구라, 박선영, 광희 등 폭넓은 연차로 구성된 MC들의 입담으로 새로운 포맷의 탄생을 알렸지만, 2%대의 시청률로 화요일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새롭게 단장한 '심야괴담회'도 마니아층의 뜨거운 반응과는 달리 평균 1%대의 시청률을 나타내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C 교양프로그램 'PD수첩'을 연출했던 임채원 PD의 첫 예능 도전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지상파들의 구세주로 기대를 모았던 정규 편성 예능프로그램들은 동반 부진을 겪으며,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향후 방송사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반전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각 방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