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수미산장'에서 코미디언 허경환이 예전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25일 밤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수미산장'에는 이유리, 허경환이 출연했다.

이날 허경환은 지난달 뒤늦게 알려진 동업자의 횡령 사건에 대해 "기사 보고 너무 놀랐다. 이 일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그 일을 거의 숨기고 살았다. 개그맨이 나와서 국민들한테 힘든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며 사건을 숨겨온 이유를 밝혔다.

허경환은 5년 전 사건을 덤덤하게 풀어놨다. 그는 "어느 날 같이 일했던 분이 전화가 와서 빨리 회사에 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회사에 가보니 어르신 여섯분 정도가 검은 양복을 입고 앉아계셨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큰일 났다 싶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그 분들은 빚을 받으러 오신 거였다"며 "나는 제품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회사 경영은 몰라서 무슨 일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그 분들께 '어떻게든 갚겠다. 나는 TV에 나오는 사람이라 도망도 못 간다'고 했다"고 사건을 처음 맞닥뜨린 날을 회상했다.


허경환은 "처음에는 내가 부족해서 이 사건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지금 같이 일하는 공동대표 형이랑 100개가 넘는 통장을 다 펼쳐놓고 몇 년 치 내용을 맞춰봤다. 운영 문제가 아니라 그 분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돈을 쓰려고 빼돌린 것이었다"며 "마음 먹고 사기를 치면 안 당할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그는 "사기를 친 그 형이랑 사업 초창기 때 매일 만났었다"며 "'내가 그 사람을 만나서 내가 뭘 한 걸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 힘들었던 마음을 털어놨다. 현재는 가해자에게 처벌이 내려졌고, 허경환이 빚도 다 갚은 상황. 허경환은 "회사도 잘 되고 있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허경환은 이 과정을 함께 견뎌준 현재의 공동대표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사업을 세 명이 같이 시작했다. 현재 공동대표인 형은 그 사건이 있었을 때 손을 털고 나가도 되는 상황이었는데도 끝까지 같이 있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왜 나랑 같이 짐을 안을 생각했냐'고 물어보니까, 형이 '같은 사무실에 있었는데 나도 모르지 않았냐. 나도 잘못이 크기 때문에 너랑 같이 힘든 위기를 이겨내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허경환은 "정말 재미있는 건 이 공동대표인 형을 소개해준 사람이 사기꾼이다. 세상이 참 아이러니하다. 참 재미 있는 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허경환의 동업자였던 양모 씨는 지난 2010년부터 4년 간 식품 유통업체 허닭을 경영하는 동안 회사자금 27억 3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는 양모 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유가증권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징역 3년 6개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허경환은 SNS를 통해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은 당했지만, 믿었던 동료들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응원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좀 비싼 수업료지만 덕분에 매년 성장하고 회사는 더 탄탄해졌다"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2 '수미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