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가수 조영남(75)의 '그림 대작(代作)' 사기 사건이 드디어 결말을 맺게 됐다. 대법원까지 밟은 끝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오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영남의 매니저 장모씨에 대해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 재판부는 "이 사건을 저작권법 위반죄로 기소하지 않았고 공소사실에서도 저작자가 누구인지 기재하지 않았는데 상고심에 이르러 원심 판결에 '저작자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미술작품이 친작인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해 제작했는지 여부가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미술 작품이 위작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지 않은 이상 기망이라 볼 수 없다. 법원이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 다툼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미술작품 가치 평가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조영남은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무명화가 송모씨에게 총 200~300점의 그림을 그리게 하고, 배경에 경미한 덧칠을 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해 1억6000여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 2016년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화투를 소재로 한 조영남의 그림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대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조영남이 조수를 사용한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기고 자신이 그린 그림인 것처럼 속여 그림을 판매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판단,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조영남은 그림의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자신이고 현대미술에서 조수 사용은 관행이기 때문에 해당 그림이 자신의 작품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조수를 사용해 작품을 완성한 것을 숨길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1심은 조영남을 유죄로 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송씨 등은 조영남의 창작활동을 돕는 데 그치는 조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봤다. 또 "일부 피해자들은 조영남이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진술했다"다는 점도 판결의 이유로 들었다.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당시 재판부는 "작품의 주요 콘셉트와 소재는 조영남이 결정했고 송씨 등은 의뢰에 따라 조영남의 기존 작품을 그대로 그렸다"라며 "조수를 사용한 제작 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하는 이상, 그 방식이 적합한지의 여부나 미술계의 관행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법률적 판단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하며 대법원에서 시비를 가리게 됐다. 양측의 대립이 첨예하자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조씨와 검찰 양측의 주장을 직접 듣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조영남의 조수로 알려진 송씨가 그림에 기여한 정도를 따져보면 '조수'가 아닌 '대작 작가'로 봐야 하고, 그 존재 자체를 숨기고 그림을 판매한 행위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조영남 측은 작품의 본질이 되는 창작적 요소,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 조영남이고, 조영남의 작품을 바라보는 검찰 측의 견해는 미술계의 일반적 견해와 다르다고 맞섰다. 대법에서는 조영남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결국 무죄가 확정됐다.

한편 조영남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매니저 장씨도 무죄를 확정 받았다. 장씨는 조영남의 작품 제작 및 판매 등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고 2심에서는 조 씨와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