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등 연기파 배우들이 뭉친 '우상'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제작 리공동체영화사)의 언론시사회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수진 감독과 출연 배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등이 참석했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을 그린 영화다.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을 통해 해외에서 먼저 공개된 '우상'은 외신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먼저 이날 이수진 감독은 영화의 기획 의도에 대해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걸 보고 그 시작이 어디일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설명한 뒤 "그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정치인 구명회 역을 맡은 한석규는 "구명회라는 인물은 '우상'이라는 제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면서 "학벌과 지연에서 밀리는 인물이 어떤 이유 때문에 정치인이 됐고, 자기의 꿈을 나름대로 펼치는 와중에 어떤 사고에 휘말리게 되면서 기로에 놓이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석규는 "어떤 선택을 하고 포기를 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바른 결정을 하는 인물이 아니다"면서 "탐욕을 향해서 달려 나가면서 그 목표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과연 구명회라는 사람의 우상이 이루어진 것인가 생각해 보면, 금방 부서질 수 있는 허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구명회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설경구는 뺑소니로 아들을 잃은 뒤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유중식 역을 맡아 연기했다. 이에 설경구는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다.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지. 이 사람의 선택을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유중식이라는 인물이 궁금했다. 궁금증을 해결해 보고 싶은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경구는 유중식의 '우상'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게 중식 같았다"면서 "중식에게 우상이 있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잃고 나서 중식은 끝없이 선택을 해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비밀을 간직한 채 실종된 최련화 역을 맡은 천우희는 연변 사투리와 더불어 얇게 깎은 눈썹과 아무렇게 자른 헤어스타일까지 연기적인 변신을 꾀했다. 이에 천우희는 "일단 저는 강하고 센 캐릭터를 많이 해봐서 이번에도 잘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면서 "그런데 사투리나 중국말이나 외양적인 변화도 어려웠지만, 이 련화라는 인물을 6개월 동안 유지하는 게 어렵더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어 천우희는 "촬영이 길어질수록 련화의 심리 상태를 유지하고,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하기가 쉽지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천우희는 최련화의 '우상'에 대해 "우상을 가질 수조차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련화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생존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생존권에 우상을 꿈꾸지 못하고, 평범한 것들을 갖고 싶어 했던 것 같다"했다.

이수진 감독은 극 중 최련화의 사투리에 대해 "사투리가 귀에 바로 들어오지 않는 건 맞다.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했지만, 고치지 않은 건 연기의 톤과 뉘앙스만으로 전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대사에서만 자막이 들어가는 것도 웃긴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수진 감독은 "이 영화는 스릴러 장르 속에서 이뤄지는 이야기지만, 관객분들이 끊임없이 사유해야 하는 이야기다. 그걸 놓치는 순간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렵다. 뉘앙스 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이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작업을 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설경구는 "어렵게 접근하면 어려울 수 있는데, 쉽게 접근하면 쉬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쉽게 템포와 리듬을 따라가면 스릴러 장르로서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우상'은 20일 개봉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